『철학 콘서트』로 대중에게 널리 인문학을 알린 철학자 황광우가 이번에는 청소년이 읽어도 좋을 책을 펴냈다. 『고전의 시작』은 총 4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100편을 다룬다. 서울대가 추천한 사상고전 100편은 동서양과 인문학ㆍ사회학ㆍ자연과학을 아우른다.
작년에 <인문의 향연>이라는 계간지를 창간하고 글을 연재하고 계시는데요, 선생님은 어떤 글을 연재하시는지요?
우리의 내면이 성숙하는 데 <인문의 향연>이 그 옆에 있고 싶습니다. 나는 창간호와 2호를 통해 호메로스를 전하고 있습니다. 또 여성이 이만큼 해방되기까지 땀을 흘린 여성 투사의 얼굴을 계속 소개하고 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와 헬렌 켈러, 마리 퀴리에 이어 오는 3호에선 영국의 울스턴크래프트를 소개할 것입니다. 4호에선 프랑스의 올랭프 드 구즈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여자가 길로틴에 올라갈 권리가 있듯이, 의정 연단에도 올라갈 권리가 있다”고 말한 구즈 말이에요. 멋있죠?
2013년과 2014년에 출판 쪽에서는 ‘인문학’이라는 제목으로 된 책이 많이 나옵니다. 이른바 인문학 열풍에는 두 가지 모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 저자들은 팬이 많아지고, 책도 인기가 있는데 대학에서는 관련 학과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입신출세와 사익만을 탐하는 세태는 오늘 내일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데모를 하고 감옥에 갔던 1970년대에도 그러한 세태는 우리를 힘들게 하였습니다. 유독 이 시대가 눈앞의 이익만을 탐하는 경향이 강한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만, 나는 그러한 세태는 오래가지 않아 역전되리라 봅니다.
고전을 읽는 이유 중 하나가 현재의 문제를 고전에서 실마리를 얻어 해결하려고 함일 텐데요.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21세기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발등에 떨어진 불은 청년 실업입니다. 청년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품위 있는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이겠죠. 청년 실업은 청년들 당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부모를 애태우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문제입니다. 실업은 불안의 원천입니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차원의 빅딜, 대타협을 이끌어낼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이번에 출간한 <고전의 시작>을 통해 선생님은 청소년들이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고전을 읽는 이유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두가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 그것이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라 보고 있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행복에 대한 주체적 생각을 갖는 사회, 모두가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독자적 견해를 갖는 사회, 그런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예전엔 철학자나 시인들이 누렸던 사색을 국민 모두가 공유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고전을 읽어야죠.
청소년들이 고전을 읽기 위해서는 교사와 부모들이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주셨는데요.
출세를 위한 입시공부, 이제 그만 두어야 합니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공부가 아니라 하고 싶어 하는 공부, 삶의 방편으로 하는 공부가 아니나 삶의 목표로 하는 공부를 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그 공부를 자녀들에게 시키려들지 말고, 부모와 교사와 기성세대가 먼저 해야 하겠죠.
고전을 읽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청소년들이 고전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꼭 읽어야 할 고전은 일 년에 두 세 권이면 족합니다. 고전 한 권을 몇일 만에 독파하려 욕심내지 마세요. 한 권의 고전을 1년 동안 조금씩 씹어가면서 읽어가세요. 더불어 나의 문제의식이 깊은 만큼 세계는 그 비밀을 나에게 보여줍니다. 고전을 읽으면서 공감이 가는 대목에선 느낌표를 치고요, 이해되지 않는 대목에선 의문표를 치세요. 고전일수록 주체적으로 물음을 던져야 합니다. 그러면 그 위대한 사상가가 나에게 입을 열어 말을 해 줄 것입니다.
선생님은 현재 ‘고전을 읽는 교사들’과 함께 고전읽기를 하고 계신데요, 어른들이 고전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혼자 읽지 않고 함께 읽고 토론합니다. 공부 모임을 만들어 토론하고, 모임이 끝나면 함께 향연도 즐기면서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려고 노력합니다. 여러 명이 모여서 함께 읽는 모임을 만들면 고전읽기의 어려운 부분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고전을 몇 권 소개 부탁드립니다.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 변론』, 그리고 『루가복음』을 추천합니다. 공자의 『논어』와 노자의 『도덕경』을 추천하고요. 한국인라면 이순신의 『난중일기』도 읽어야 하겠죠.
끝으로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들려주세요.
시대는 우리에게 세계 시민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느 분야에서 일을 하든 세계 시민의 교양을 갖춘 사람이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것입니다. 토익과 토플에 바치는 열정의 절반만 고전에 투자하십시오. 이 길이 성공하는 삶의 첩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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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시작황광우,홍승기 공저 | 생각학교
고전 읽기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청소년들이 사상가의 깊이를 담아낸 고전을 완독하기에는 시간과 해석 두 가지 면에서 어려움이 있다. 『고전의 시작』 시리즈는 사상가의 삶과 고민을 충분히 담으면서 고전을 쓰게 된 배경과 사상가가 품은 시대의 물음을 충분히 담아냈다. 더불어 원문과 해제를 충분히 보여주면서 청소년들이 고전을 쉽게 다가가면서 사상가의 시대적 고민을 이해할 수 있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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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
시간의빛
2015.01.22
공부가 현실적으로 부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되는 세태도 안타까운데 이렇게 좋은 글을 만나니 기쁘네요. 고전의 시작 황광우 씨 글 스크랩 해서 여러 번 더 읽으려고 가져 갑니다.
정원선
2015.01.22
앙ㅋ
20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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