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림걸즈>가 지난 2월 26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했다. 2009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후 꼭 6년 만이다. 뮤지컬보다는 영화로 접한 관객들이 많을 텐데, <드림걸즈>는 영화에 앞서 지난 1981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초연됐다. 당시 역사상 가장 화려한 쇼 뮤지컬로 손꼽히며 이듬해 토니상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최우수 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안무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다. 2006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세계적인 디바 비욘세 놀스와 아메리칸 아이돌이 배출한 제니퍼 허드슨 등의 캐스팅으로 흥행에 성공하며 또다시 ‘드림걸즈’ 붐을 일으켰다. 제작사 오디뮤지컬은 한미 합작 형태였던 초연 때와 달리, 2015년 공연에서는 국내 크리에이티브 팀으로 새로운 무대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결과는 어땠을까? 객석에 앉아 있자니 솔솔 들려오는 얘기들과 누군가는 나눴을 법한 얘기들, 그리고 참고하면 좋을 얘기들로 각색해 보았다.
1층 5열 25번 : 시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실력보다 외모를 중시하는 세상이라니.
1층 5열 26번 : 외모도 실력이야. 쇼 비즈니스잖아. 노래 잘하는 에피를 제치고 외모가 뛰어난 디나를 리더로 세운 커티스를 욕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대중이 원하는 거 아닌가?
1층 5열 25번 : 하긴, 아이돌 친구들이 이 공연 보면 기분이 어떨까? 그리고 에피 잘못도 있잖아. 기본적으로 콤플렉스가 심한 인물인 것 같아. 아무리 리더에서 밀려났다 해도 팀워크 따위는 없고 자기만 인정받고 싶어 하잖아.
1층 5열 26번 : 에피 역의 배우들이 노래는 물론이고 연기도 잘했나봐. 에피 때문에 객석에서 다들 짜증을 내더라고(웃음). 내가 디나나 로렐이라도 못 견딜 것 같아.
1층 5열 25번 : 그런데 의상을 보니 시대 배경이 한참 전인가 봐.
1층 5열 26번 : 브로드웨이 초연이 1981년이니까. 1960년대 흑인 R&B 여성 그룹 ‘다이애나 로스와 슈프림스(Diana Ross & Supremes)’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어. 그때만 해도 미국에서는 백인 중심의 음악이 성행했고, 흑인 음악이라고 해도 백인 취향에 맞춰 수정하는 경우가 많았지. 그런데 보컬 그룹 ‘프리메츠’로 활동하던 흑인 소녀들이 1961년 음악의 성지로 불리는 모타운 레코드사와 계약하면서 ‘슈프림스’로 붐을 일으켰다고 해.
1층 5열 25번 : 슈프림스면 1964년부터 69년까지 무려 12곡을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린 그룹 아냐. 비틀즈의 라이벌로 언급될 정도였다고.
1층 5열 26번 : 맞아, 여성스러운 패션에 R&B는 물론 달콤한 팝 발라드까지 소화하는 등 이전 흑인 여성 보컬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전략을 보였지. 그런데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닌 플로렌스가 아름다운 외모와 백인들의 입맛에 맞는 음색을 지닌 다이애나 로스에게 리더 자리를 넘겨주면서 팀이 위기를 맞았다고 해.
1층 5열 25번 : 영화나 뮤지컬 OST를 들으면 R&B에서 재즈, 부기, 디스코, 소울, 팝 발라드까지 아주 풍성하더라.
1층 5열 26번 : 흑인 음악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 실제로 브로드웨이 초연 때는 대부분 아프리카계 미국인 배우들로 캐스팅했대. 사실 우리나라 배우들이 단순히 노래 실력만 갖고 이 넘버들을 소화하기는 힘들지.
1층 5열 25번 : 그래서인지 나는 좀 아쉽더라고. OST를 너무 많이 들었는지, 배우들이 모두 노래는 잘 부르는데 그 느낌이 나지 않는다고 할까? 그냥 우리나라 뮤지컬배우들이 부르는 노래 같더라고.
1층 5열 26번 : 이번 공연은 ‘한국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해. 노래도 흑인 음악의 기본인 소울과 그루브를 바탕으로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고음 영역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편곡했다고 하는데, 타고난 성대와 음색이 다르니까.
1층 5열 25번 : 어쨌든 에피 역의 차지연, 박혜나, 최현선 씨 가창력은 대단하더라. 그런데 가장 필 충만한 인물은 지미 아니었어? 최민철 씨 정말 잘하는 것 같아.
1층 5열 26번 : 2009년 초연 때도 특유의 코믹 연기로 해외 스태프들까지 사로잡았다고 해. 그때 주인공 못지않은 인기로 더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도 받았다고.
1층 5열 25번 : 그런데 김도현 씨 좋아하면서 웬일로 더블 캐스팅된 다른 배우가 공연하는 날을 골랐어?
1층 5열 26번 : 김도현 씨야 안 봐도 ‘딱’이니까 이번에는 새로운 배우를 만나보기로 했지. 김준현 씨 공연은 많이 못 봤거든. 김도현 씨가 복고 스타일의 사업가라면 김준현 씨는 세련된 커디스지 않았어? 김준현 씨가 다른 캐릭터는 어떻게 소화할지 궁금하네.
1층 5열 25번 : 전체적으로 의상도 그렇고, 무대 세트도 그렇고 신경은 많이 썼더라. 뮤지컬 무대를 많이 접하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볼거리도 많고 들을 거리도 풍성한 공연이겠어.
1층 5열 26번 : 그런데 뮤지컬을 많이 접한 관객들은 이제 이 정도 무대 연출은 당연하다고 생각할걸. 워낙 화려한 작품이 많잖아. 그러니까 쇼 비즈니스는 더 화려해지고 현란해지는 거겠지. 그래도 남자 2인극, 드래그 퀸(여장 남자) 등으로 남자 배우들이 설 무대가 상대적으로 확대되고 주목받고 있는 요즘 여자 배우들이 중심에 설 수 있는 작품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1층 5열 25번 : 여자 2인극, 남장 여배우들의 이야기는 왜 확산되지 않는데?
1층 5열 26번 : 글쎄, 공연을 보는 관객층이 주로 여성이라서(웃음)?
1층 5열 25번 : 그나저나 5열은 정말 앞이구나. 배우들의 표정이 너무 잘 보여서 나도 같이 연기를 하게 되네.
1층 5열 26번 : 나는 앞에 키 큰 남자가 앉아서 잘 안 보이던데. 샤롯데는 ‘단차’가 크지 않아 아쉬워. ‘리슨(Listen)’ 들을까? 우리말로 ‘리슨’ 들으니까 완전히 다른 노래 같아.
1층 5열 25번 : ‘원 나잇 온리(One night only)’도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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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rkem
2015.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