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는 컬러링북이다. 컬러링북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컬러링북이 등장했다. 초기에는 주로 단편적인 장면이 이어지는 형식이 많았다면 지금은 스토리가 있다거나 주제가 독특한 작품이 출간되고 있다. 수와 작가의 컬러링북 『Hers』가 그러한 작품이다.
『Hers』는 제목이 암시하듯, 여성을 소재로 한 컬러링북이다. 한 여성의 탄생에서부터 성장 그리고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책에 담겼다. 색칠하는 데 집중하는 것만으로 힐링을 느낄 수 있는 컬러링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스토리를 결합하면서 독자에게 다양한 선물은 준 셈이다. 이야기가 있다 보니 그려나가는 게 재밌고, 특히 여성 독자라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옷, 모자, 신발 등 패션 아이템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는 책을 만든 수와 저자의 관심사를 반영했기 때문인데, 그녀는 뉴욕에서 여성복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적이 있다. 귀국해서도 영화 의상 및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갔다. 『Shaping Your Creativity』라는 앱북을 전세계에 선보이기도 했던 수와 작가는 출판에도 흥미가 많은데 『Hers』는 보다 많은 대중과 소통하려 만든 컬러링북이다.
『Hers』가 결혼으로 끝나는 이유
패션 디자이너로 활약해오셨는데, 컬러링북은 어떤 계기로 만드셨나요.
안그라픽스에서 작품을 한 적이 있었어요. 출판사가 제 성향을 알고 있었고, 내보자는 제안을 했어요. 복잡하게 생각 안 했고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죠. 그래도 기존 컬러링북과는 다른 걸 해 보자는 마음은 있었습니다. 초기 컬러링북은 대부분이 패턴 위주였거든요. 『Hers』를 통해 조금 다른 것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Hers』가 여성의 삶을 탄생부터 결혼까지 담았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기획 의도를 설명해주신다면.
여성 독자가 많으니 여성 취향으로 가면서, 글이 없더라도 스토리로 읽을 수 있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래야 독자들도 칠하면서 좀 더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결혼으로 끝낸 것은, 결혼이 대개 여성이 가지는 로망이잖아요. 결혼 이후의 삶은 막연하지만, 많은 여성이 결혼까지는 그려 보거든요. 그래서 『Hers』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봐도 좋고, 결혼한 여성이 봐도 괜찮을 거예요.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물론이고요. 다양한 세대가 좋아할 수 있게 『Hers』를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세대를 생각하며 만들기 위해서는 조사도 많이 하셨을 듯합니다.
책에 담은 소재는 제 취향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공통적인 거예요. 여성이 뭘 좋아하는지 조사를 많이 했죠. 서점에 가서 몇 시간씩 어떤 사람이 어떤 것을 사는지 지켜보기도 하고요. 주변 사람에게도 많이 물어봤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덜 여성적인 취향이지만, 그렇게 해서 여성적인 컬러링북이 나올 수 있었어요.
장수도 꽤 많고, 스토리가 있는 컬러링북인데 구성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여성스럽게 예쁘게 그려야 하는데 초기에는 못 그렸어요. 그래도 마냥 여성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을 텐데요. 순정 만화 같은 그림체는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리얼하되 개성 있으면서 예쁘게 그리는 게 힘들었다면 힘든 점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
요즘 컬러링북이 참 인기가 있는데요. 『Hers』도 반응이 좋습니다. 인기 비결을 생각해 보셨나요.
컬러링북은 칠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고민을 잊으면서 저절로 힐링이 되죠. 제 책은 공감하면서 힐링을 할 수 있죠. 독자들이 책 구성이 사진 같다고도 말씀해주시고요. 어린 시절 추억을 투영할 수 있다고 해요. 책에 있는 소재가 갖고 있거나 갖고 싶었던, 혹은 가져 봤던 것들이니까 컬러링북을 보며 추억할 수도 있고 멋진 미래를 꿈꿀 수도 있죠.
말씀처럼 사진을 보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책에 담긴 장면에는 작가님의 체험도 있나요.
있죠. 지금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는 또래가 그러하듯 긴 머리와 핑크를 좋아했어요. 뒤로 갈수록 머리 짧은 여자가 나오는데, 학교에는 한 명씩 있을 법한 그런 소년 같은 소녀죠. 제가 그런 사람이었어요.
할로윈은 빠질 뻔했던 장면
컬러링북이다 보니 리뷰를 보면 독자들이 칠한 사진도 함께 있잖아요. 보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리뷰가 있나요.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예쁘게 칠한 분들에게 좋아요를 눌러주고 있어요. 특별히 인상적인 리뷰는 아니지만, 좋았던 부분이 있어요. 책 속 할로윈 파트를 출판사에서 빼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무섭게 보인다는 이유에서죠. 저는 요즘 할로윈이 유행이고 어른에게도 친숙하다며 꼭 넣자고 해서, 지금 분량이 나왔는데요. 할로윈 부분을 칠해서 올리는 독자가 많았어요. 남들이 싫어할 것 같지만 막상 해 보니 반응이 좋을 때, 이럴 때 즐거워요.
작가님이 독자라면 『Hers』를 어떻게 칠하시겠어요?
SNS로 독자와 소통하고 싶어서 조금씩 칠하고는 있지만, 바빠서 빠른 시간 안에는 완성하지 못할 것 같아요. 어린 시절에서 나중으로 가면서 내용에 따라 색감은 변할 것 같은데요. 저라면 원색적인 것보다는 살짝 회색이 낀 틴트 느낌으로 칠하려고요. 지난 시간들을 추억하는 느낌으로 빛이 살짝 바랜 색으로 칠하지 않을까 해요.
작가님의 오늘을 있게 한 인물, 사건을 꼽는다면?
딱히 그런 건 없어요. 그림은 5살부터 시작했고 쭉 그렸죠. 어릴 때 인형놀이 하면서, 인형 옷 입히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 경험이 패션으로 전공을 정하는 데까지 이어진 듯합니다. 서양화 전공을 준비하다가 패션으로 전공을 정했을 때 어머니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어요. 제가 미술 책이 아니라 패션잡지를 사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패션을 좋아했는데, 유행 좇는 건 싫었어요. 어머니 옷과 아버지 옷을 섞어 입기도 하고, 옷을 자르고 붙이고 해서 저만의 옷을 입었어요. 멋 부리고 싶어서 하루에 세 번 갈아입던 시절도 있었고요. 그런 성향이 커리어로 이어졌는데요. 남이 관심 없거나 모르거나 불편해하는 걸 더 멋져 보이게 만들고 싶은 욕심은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커요.
뉴욕에서도 생활하셨고, 한국에서도 패션, 디자인, 예술 방면으로 활동하시는데요. 뉴욕과 서울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뉴욕과 서울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우선 시대가 바뀌었어요. 뉴욕에서 한국으로 들어왔던 때가 9년 전이니까 세월이 많이 흘렀죠. 뉴욕과 한국 사이에 예술을 대하는 문화 차이는 있어요. 예로, 뉴욕에서는 제가 유명한 작가가 아니라도 아이디어 스케치에 대한 비용에도 돈을 매겨요. 아이디어 스케치를 10장 들고 가면, 소정이라도 지급을 하죠. 기본적으로 디자인, 예술을 존중하는데 한국은 그런 면이 좀 약했어요. 주로 비용 절감 쪽으로 디자인 쪽을 접근하니 처음 귀국했을 때는 아쉽기도 했고 적응하는 데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지금은 시장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다양해진 것 같아요. 제가 20대만 해도 창업해서 브랜드 만드는 게 어려웠는데 요즘은 많은 제도와 창구가 있어서 가능하잖아요. 확실히 한국도 예전보다는 환경이 좋아진 듯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하게 도전하려 해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놀면서 얻죠. 노는 것의 기준과 방식이 모두 다르겠지만 저는 일렉트로닉 음악 즐겨 듣고 페스티벌 가는 것을 좋아해요. 여행도 자주 하는 편이죠. 특별히 계획을 짜는 여행보다는 가서 놀다가 옆 사람과 말을 트면 정해진 일정이 있어도 취소하고 그 사람들과 어울린다든가 하는 식의 즉흥적 여행을 방식을 좋아합니다. 그 나라에서 젊은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곳은 꼭 가고요. 책도 정말 좋아해요. 혼자서 조용한 시간 많이 가지려고 하고요. 지금은 옷 패션 아이템보다는 책 욕심이 많아서 구하기 어려운 책을 외국 여행하며 많이 사는 편이에요.
작가님의 예술관, 창작관을 소개해줄 수 있나요.
제가 예술을 논할 지점에 와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추구하는 게 있긴 해요. 작은 틀 안에 갇혀 있지 않고 많은 사람과 호흡하고 공감하고 싶습니다. 컬러링북은 공감하는 상대가 좀 더 많고 전에 낸 앱북은 좀 더 적었다는 차이는 있지만요. 다수를 위해서든 소수를 위해서든 상대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게 예술의 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은 저랑은 안 맞는 듯해요.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제 이야기를 담았지만 독자와 공감할 수 있는 책을 만들려고 하고요. 책과 또 다른 전문적인 일도 하겠죠. 아마 패션 쪽이겠지만, 범주를 규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한국 와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뭐 하는 사람이냐였는데, 그게 고정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세상이 변했잖아요. 한 가지 직업으로 평생을 하기 쉽지 않은 시대가 지금인데요. 커리어 변화는 계속 일어날 거예요. 외국 나가서 여러사람들과 대화해보면 하나의 고정된 직업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 일도 패션, 예술 안에서 이루어지겠지만 책을 내는 형태가 됐든 교육 쪽이 됐든, 다양한 방식으로 도전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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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S 그녀수와 저 | 안그라픽스
『HERS그녀』는 크리에이티브 테라피로 하루의 휴식을 선사하는 안그라픽스 ‘컬러링 투데이’ 시리즈의 첫 번째 컬러링 책이다. 탄생부터 모든 순간이 엣지 있고 사랑스러운 그녀의 삶을 채색하며 완성해나갈 수 있다. 그 따뜻한 시간을 당신만의 색으로 채우는 순간 영원으로 남는다. 오늘, 소중한 순간을 색으로 물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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