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의 문법으로 뼈대를 세우다, 베스트 코스트
많은 찬사가 따를 만하다. 멋진 그런지 넘버들로 베스트 코스트는 디스코그래피에 모먼트를 새겼다.
글ㆍ사진 이즘
201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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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러지와 펑크, 그런지를 내걸며 선사했던 로 파이의 톤은 다소 줄어들고 깔끔한 질감과 폭을 넓힌 공간감이 소리 매개로 등장한다. < California Nights >는 데뷔 음반 < Crazy For You >와 전작 < The Only Place >보다도 더 쉽게 소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신디사이저는 빈 공간을 채워 겉면을 매끄럽게 만들며 선명함을 끌어올린 터치는 찰랑거리는 기타 사운드를 더욱 빛나게 한다. 그러나 음반을 찬찬히 살펴볼까. 기저에 자리한 본래의 방법론에는 사실 이렇다 할 변동이 없다. 여전히 펑크의 문법으로 뼈대를 세우는데다 그런지 리프를 내지르는 정공법을 계속해 전술로 택하고 있다. 음반은 중심을 잘 잡은 밴드가 어떻게 좋은 변화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이 듀오는 세 번째 음반에서도 건강한 발걸음을 이어간다. 두 장의 정규 앨범들을 거치며 다져온 기존의 작법에 연질의 팝 사운드를 잘 올려놓았다. 가뿐하게 음반을 열어젖히며 전작으로부터의 거칠었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Feeling ok」나 선명한 사운드를 제공하는 「In my eyes」, 뉴웨이브의 방식이 들어선 「When will I change」 등이 그렇다.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새로운 컬러를 이식하는 과정에 탄탄한 기반을 제공한 송라이팅을 강하게 주지해야할 필요가 있다. 밴드의 멜로디는 단 한 순간조차도 지루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벌스와 코러스, 음반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캐치한 선율들은 이목을 집중시키고 또 집중시킨다. 앞선 작품들에서도 추진력을 제공했던 작곡 감각은 이번 음반의 정제된 사운드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많은 키워드가 음반을 설명한다. 미 서부 특유의 밝은 색채와 1990년대 풍의 단순한 그런지, 간편한 기타 팝 멜로디, 은근하게 패배감이 깔린 텍스트, 사운드 차원에서 이끌어 낸 변화까지 여러 요소들이 작품 안에 균형감 있게 배치돼있다. 구사하는 장르의 특성상 대개의 곡 구조는 정형화된 편이라고 할 수 있으나 위의 특징들이 뒤섞여 순간을 놓치기 힘든 트랙 리스트가 탄생한다. 「Feeling ok」 등 앞서 언급한 세 곡들 뿐만 아니라 활기를 가득 담은 「Fine without you」와 「Heaven sent」, 스무 해 전 미국 얼터너티브 록의 공기를 재현해내는 「California nights」, 「Sleep won't ever come」과 같은 트랙들도 또한 훌륭하다. 많은 찬사가 따를 만하다. 멋진 그런지 넘버들로 베스트 코스트는 디스코그래피에 모먼트를 새겼다.

 

 

2015/05 이수호 (howard19@naver.com)


[관련 기사]

-삶을 녹여낸 서정, 김일두〈달과 별의 영혼〉
- 색의 부재, 김예림 〈SIMPLE MIND〉 
- 과감한 변화, 멈포드 앤 선즈 〈Wilder Mind〉 
- 핫한 신인, 제임스 베이 〈Chaos And The Calm〉
- 비관적 사운드 청취의 흥미로움, 샤이닝 〈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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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coast #california n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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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