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필요한 순간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SNS나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에도, 학교나 회사에서 보고서와 기획서를 통해 공적인 의견을 전달해야 할 때도, 글쓰기의 기술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글쓰기 훈련’은 자신의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문학 작품을 집필하려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은 많았지만 그 안에서 ‘실용적인 글쓰기’의 비결을 찾기란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심플』은 모두가 듣기를 원했지만 누구나 들을 수는 없었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기, 자기소개서, 보고서, 기획서와 같이 실생활에서 필요한 글쓰기의 기술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서평, 에세이, 칼럼, 연설문, 책 쓰기의 방법까지도 두루 다루고 있다.
『심플』이 전하는 글쓰기의 비법은 제목만큼이나 간결 명료하다. 양식에 따라 반드시 포함시켜야 될 핵심들을 간추려 공식으로 나타낸 것이다. 한 예로, 자기소개서는 C와 S의 합으로, 보고서의 공식은 "POINT"로 요약된다. 이때 C는 Concept, S는 Story의 약자다. “자기소개서의 기본 공식은 나만의 콘셉트를 잡는 일과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는 의미를 짧은 공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보고서의 공식 역시 마찬가지다. 핵심 문장(Point), 보고 배경(Information), 보고 대상(Object), 의견(Thought), 참고 자료(News)가 모두 담겨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렇듯 『심플』은 “글쓰기는 공식이다”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실용적인 글쓰기의 비결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오랜 시간 다른 이들의 글을 첨삭 지도해 온 저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자리하고 있다. <경향신문> <서울신문>에서 편집기자로 일하며 글을 바라보고 다듬는 눈을 키워온 임정섭 저자는, 현재 네이버 카페 <글쓰기 훈련소>의 소장이자 책 신문 사이트 <북데일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BS 라디오 프로그램 <직장인 성공시대>를 비롯해 국회, 한국은행, 삼성경제연구소 등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글쓰기 강사로 활약한 바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중앙대학교, 포스코에서 이루어지는 서평쓰기와 비즈니스 라이팅에 대한 강의는 현재 진행형이다.
『심플』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POINT 라이팅’ 기법이다. 임정섭 저자가 직접 개발해 글쓰기 붐을 주도한 이 ‘심플’한 원칙은 주제(Point) 개요(Outline) 배경정보(Information) 뉴스(News) 생각(Thought)을 순서대로 담음으로써 한 편의 글이 완성됨을 알려준다. 책에 소개된 다른 공식들과 마찬가지로 기억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핵심을 놓치지 않는 글쓰기’를 가능하게 하는 비법이다.
‘떠오르는 대로’ 쓰는 것부터 시작하라
글쓰기 방법을 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차별화된 방식으로 글 쓰는 법을 간단하게 알려주기 위해서 공식으로 나타낸 거죠. 글쓰기에 대해서 추상적으로 알려주는 책들이 있는데, 글쓰기 강사로서 책임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었어요.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예전에는 말로 했던 것들을 글로 전하는 시대가 된 거죠. 이메일이나 SNS 같은 걸 활용하면서 글을 쓸 일이 많아진 거예요. 그런데 글쓰기 실력이 그에 뒷받침되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특히 젊은 층은 영상 매체에 더 익숙하잖아요. 글을 쓰더라도 간단한 글쓰기가 주를 이루고 논리적인 글쓰기는 부족한 측면이 있죠. 그렇다 보니까 회사에서 보고서를 쓰거나 대학에서 리포트를 쓸 때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우리 교육에서 글쓰기 교육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글쓰기에 대한 필요는 많아졌는데 글쓰기에 대해서 많이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글쓰기 붐이 일어난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SNS와 메신저를 통해 의사소통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현상이 글쓰기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SNS를 통해서 적는 글들은 그 길이가 한 단락, 두 단락 정도 밖에 안 되잖아요. 물론 그렇게 짧은 글도 많이 쓰다 보면 점차 확장해서 긴 글을 쓰게 되겠죠. 하지만 확장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그 상태에 머무르면 실용적인 글쓰기를 하기는 상당히 힘들 거라고 생각돼요. SNS에 올리는 글들은 자기표현의 방식으로 하는 것인데, 실제로 업무와 관련해서 글을 쓸 때는 논리적 글쓰기가 바탕이 되어야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죠.
『심플』에서 말씀하셨다시피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많은데 막상 글로 옮기려고 하면 시작부터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럴 때는 ‘일단 떠오르는 대로 써보라’고 하셨죠.
우리가 말로써 표현하는 건 우뇌적인 활동이에요. 우뇌의 특징은 창의적이고 통합적이고 즉흥적인 것인데, 글쓰기는 논리적인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말과 달리 글에서는 아무 이야기나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논리적인 글쓰기를 하는 건 좌뇌형 글쓰기라고 볼 수 있는데, 저는 우뇌형 글쓰기도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해요. 우뇌형 글쓰기는 논리적이고 순차적으로 쓰라는 좌뇌의 말을 거부하고 다른 사람과 수다를 떨 듯이 쓰는 거예요. 글쓰기를 재미있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듯이 하는 건데, 그게 바로 우뇌형 글쓰기예요. 이렇게 떠오르는 대로 일단 쓰는 것이 책에서 이야기한 ‘마구쓰기’인데요. 이 과정은 워밍업이 되기도 하고, 점차 글의 분량을 늘려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해요.
인터넷의 블로그나 카페처럼 공개된 장소에 고정적으로 글을 쓰는 활동도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마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밥상을 차리듯이 글을 써서 선물하듯이 보여줘야 된다는 거예요. 나만을 위해 요리할 때와 달리, 다른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할 때는 굉장히 많은 배려가 필요하잖아요. 정성을 다하게 되고, 자신의 요리가 어떤지 비로소 알게 되죠. 그런 의미에서 혼자 일기나 에세이를 쓰는 사람은 나만을 위해서 요리하는 사람과 같아요. 글쟁이는 반드시 남을 위한 글을 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돼요. 그래서 블로그나 카페와 같이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간에 글을 쓰라고 권하는 거예요. 그 작업을 고정적으로 반복한다면 더욱 좋고요.
‘나만의 글쓰기 창고’를 마련하라는 조언도 들려주셨는데요. 글쓰기 창고에 넣어 둘 문장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까요?
이 부분에 있어서도 글쓰기는 요리와 매우 비슷해요. 요리를 잘하려면 신선한 재료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하잖아요. 지금의 질문은 ‘어떻게 하면 좋은 재료를 찾을 수 있는지’ 묻는 것과 같아요. 쉽게 말해서 그건 요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거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깨닫게 되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방법을 말씀드린다면, 글을 쓰는 실력은 글을 읽어내는 능력과 비례해요. 이전에 독서해왔던 것들과 사고해 왔던 것들이 좋은 재료를 찾아내는 눈을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서, 저는 서평쓰기 교육을 할 때 한 권의 책 속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이야기를 뽑아보라고 주문합니다. 이런 훈련을 반복하면 갈수록 탐스러운 재료를 찾게 돼요.
자기소개서, 콘셉트부터 정하라
‘포인트(POINT) 라이팅’ 기법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전통적인 글쓰기 방식은 주제를 먼저 정하고 구조를 만든 다음 글을 전개해 나가는 거잖아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주제를 정하는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어요. 주제라는 단어의 무게에 짓눌리는 거죠. 하지만 글을 쓸 때 주제보다 중요한 것이 포인트예요. 대상의 특징을 잡아내는 거죠. 특이한 점이나 인상적인 것들을 통해서 글을 전개하면서 주제를 잡아가야 된다는 게 ‘포인트 라이팅’이 이야기하는 첫 단계(Point)예요. 그 다음에는 아웃라인(Outline) 즉 개요를 만들고, 배경정보(Information)를 포함시키고, 대상과 관련된 인물이나 예화를 넣음으로써(News) 글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대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Thought)을 덧붙이고요.
기획서 작성의 방법으로 제시하신 ‘스타이론(STAR Writing)’도 흥미로웠습니다.
기획서를 써야할 경우는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어요. 하나는 주어진 과제에 대해서 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쓰는 것이죠. 전자의 경우에는 아이디어를 내기에 앞서 현 시점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돼요. 그러려면 질문을 던져야 하죠. ‘스타이론’에서 이야기하는 건 종이 위에 별을 그리고 다섯 꼭짓점에 문제점을 쓰라는 거예요. 그것이 첫 번째 단계인 문제점 나열(Sketch problem)이죠. 다음으로 해야 할 생각 던지기(Throw think)는 브레인스토밍과 같은 건데요.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는 과정이에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는 거죠. ‘마구쓰기’ 같은 거라고 할 수도 있어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생각지 못했던 내용이 나올 수 있죠. 그 아이디어들을 정리하는 단계(Arrange idea)를 거친 후에는 시장 조사(Research market)를 해야 돼요. 자신이 생각한 방식이 실제로 실현 가능한지, 문제는 없는지 파악하는 거죠.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기획서 작성(Writing plan) 단계에서 기획서의 초안을 마련할 수 있어요.
자기소개서를 쓸 때 중요한 것은 ‘콘셉트’이라고 하셨습니다. 콘셉트란 무엇이며 어떻게 정해야 하나요?
자기소개서의 공식을 C 플러스 S 라고 정의했는데요. 결국은 내가 무엇을 얘기해야 하는지 콘셉트(Concept)를 잡아야 한다는 거예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소개서는 자신이라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팸플릿과 같은 거잖아요. 그러면 자신이 어떤 강점이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명확하게 나타내야 하죠. 그게 콘셉트입니다. 이야기(Story)는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풀어줄 수 있는 근거가 되고요.
“글쓰기에 있어 더 근본적인 연습은 ‘책 읽기’와 ‘사색’이다”라고 적으셨습니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꽃씨를 심는 거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꽃씨가 싹을 틔우려면 양분이 필요하잖아요. 글쓰기에 있어서는 그동안 읽어온 책이나 경험이 양분이 돼요. 글쓰기는 한 사람의 경험과 독서량, 그리고 생각을 먹고 자라는 거죠. 그러니까 글을 잘 쓰려면 경험이 다채로워야 하고, 책을 통해서 간접 경험을 많이 해야 하고, 많은 사고를 해야 해요.
책 쓰기의 이점 중 하나로 ‘몰입 독서’를 꼽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어느 해 1년은 글쓰기에 미쳐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몰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글을 쓸 때에도 미친 듯이 그것을 했던 시간이 필요한 거죠. 책 읽기 역시 마찬가지라는 거예요. 어쩌다 한 번씩 읽는 걸로는 효과가 적고, 몰입해야 한다는 의미죠.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쓴 좋은 글을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하는 거잖아요. 내 것으로 만드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에 앞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고, 책을 쓰다 보면 독서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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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심플정섭 저 | 다산초당
대한민국 최고의 글쓰기 강사이자 ‘글쓰기 훈련소’ 운영자 임정섭 소장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글이란 어렵고 멋진 글이 아니라, 쉽게 쓰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라 말한다. 고급스럽기 이전에 명료해야 하고, 뛰어나기보다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섭 소장은 글쓰기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수강생들을 보며 쉽고 간단하지만 핵심을 정확히 파고드는 글쓰기 비법을 공식으로 정리하여 『심플』에 엮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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