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도쿠, 퍼즐 맞추기는 뇌 능력 향상에 효과 미미
『뇌는 탄력적이다』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권위자인 닐스 비르바우머가 실제 임상실험을 하며 얻은 흥미롭고 공신력 있는 뇌과학 지식을 담은 책이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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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신체에서 무엇일까. 심장일 수도 있고, 뇌일 수도 있지만 뇌사라는 용어에서 보듯, 뇌야말로 인간이 인간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뇌를 이해하는 것은 결국 인간을 안다는 뜻이다. 『뇌는 탄력적이다』는 인간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저자 닐스 비르바우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뇌과학 권위자로, 책에는 최신 뇌과학의 학문적 성과를 담았다. 


이 책의 부제가 ‘당신이 똑똑해지기 위해 알아야 할 뇌과학의 모든 것’입니다.

 

이 책의 부제가 '똑똑해지기 위해 알아야 할'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책은 똑똑해지는 방법을 직접적으로 명시하기보다는, 똑똑해질 수 있는 가능성과, 이를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로 '뇌의 가소성(Neuroplasticity)'입니다. 가소성은 이 책의 제목인 『뇌는 탄력적이다』와 바로 맞닿아 있는 개념이지요. 이 책에 따르면, 뇌에게는 거의 무한한 가변성이 있으며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곳으로부터 변화와 영향을 받아들입니다.      

 

뇌의 가소성을 통한 '똑똑해지는' 사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런던의 택시 운전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런던에서 택시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면, 2만 5천 개나 되는 도시 거리 구획과 수천 개의 목적지를 암기해야 합니다. 즉 뇌 안에 일종의 GPS 시스템을 입력해야 하는 것이지요. 뇌 과학자들이 런던의 택시 운전사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다른 사람보다도 해마의 크기가 훨씬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공간 방향 감각 및 인지 능력을 가늠하는 테스트에서도 아주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들이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학습하는 과정에서 해마가 커진 것인지, 원래 해마가 큰 것인지는 다소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뇌가 지닌 능력이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광범위하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또한 이 책은 우리가 ‘똑똑해지기 위해’ 해왔던 뇌 훈련법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두뇌 트레이닝에서 변함없이 인기를 끌고 있는 ‘스도쿠’나 ‘퍼즐 맞추기’가 우리의 기대와 달리 뇌 능력 향상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죠. 이미 알고 있는 단어나 숫자를 조합하는 능력 그리고 특정 법칙에 따른 문제 해결 능력은 뇌의 특성인 ‘창의력’과 큰 연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게임이 아니라 명상을 하라고 충고합니다. 똑똑해진다는 의미는 ‘뇌 혈류량 증가’를 뜻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실험을 통해 3개월 이상 꾸준히 명상을 한 피실험자는 뇌 혈류량은 뚜렷하게 증가하였고 인식력과 기억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이걸 두고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비난하는 분도 있을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명상과 ‘똑똑해진다’의 상관관계는 명상할 때의 뇌파가 수면 상태의 뇌파와 거의 동일하다는 데 힌트가 있지요. 
 
스트레스 때문에 하루에 몇 번이나 머리가 띵하고 가슴이 답답한 사람이 많습니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 분노를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스트레스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숙명과도 같습니다. 스트레스를 줄일 수 없다면 관리하는 법을 발견하는 게 빠릅니다. 스트레스의 폐해는 우리의 몸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해요. 즉 신진대사율, 심장박동률, 협압, 호흡률, 근육 긴장 정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해마의 기억력이 저하되며, 불안이 증대됩니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안 받는 것보다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만성화되면 더욱 치명적이거든요.

 

이 책의 저자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살펴보면서 중독에서 스트레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느낄 때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기 시작하여 하고 싶은 일을 행동으로 옮기기 직전에 도파민 분비 수치가 최고조에 달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흡연자들은 ‘①외부의 자극(“이걸 보고서라고 써왔어? 다시 해!”)이 온다 → ②스트레스를 받는다 → ③아, 담배나 피우고 싶다 → ④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럼 여기서 가장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구간은 어디일까요? 부장님이 보고서를 다시 써오라고 질책한 ①번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뇌에서 흡연 욕구가 치솟은 ③번과 ④번 사이에 도파민 수치가 급격하게 오른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소위 ‘달관하라’는 뜻은 결코 아니에요. 오히려 스트레스는 ‘원대한 소망’보다는 ‘사소한 욕구’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욕구를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발견하라고 조언합니다. 이외에도 ‘대면 치료’가 스트레스?강박증?우울증?불안 장애 등을 치료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대면 치료란 자신에게 스트레스나 불안, 강박을 일으키는 요인과 직접적ㆍ반복적으로 맞서는 과정을 통해, 이 요인을 아예 말살시키는 전략을 의미하지요. 
 
제 개인적인 방법을 먼저 알려드리자면 일단 스트레스가 닥칠 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요인이 나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즉, 스트레스 요인과 나 사이에 ‘거리’를 둘 수 있도록 마음을 조절하는 것이지요. 이 조절법에 익숙하게 되면, 내게 스트레스를 안기던 온갖 요소가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상황이 옵니다. 이를 위해서는 뇌의 객관화 능력과 회복력을 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뇌의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에는 뭐가 있을까요?  

 

뇌가 노화하는 과정은 다른 신체 기관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는 필연적입니다. 뇌가 노화되면, 치매 또는 알츠하이머병이라는 무서운 질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더욱 공포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침팬지가 치매에 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침팬지의 뇌 구조는 인간의 뇌와 유전학적으로 공통점이 아주 많은데도 말이지요. 침팬지가 인간과는 달리 치매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침팬지의 평균 수명이 사람보다 짧기 때문이라고 해요.

 

즉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은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말하자면 축복 이면에 도사린 무서운 부작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나이가 50세 쯤 되면, 뇌는 분기점에 이릅니다. 세포의 수행능력은 점진적으로 쇠퇴해 가며, 죽은 신경세포 더미는 쌓여만 가는 바람에 뇌 기능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낙담에 빠질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의 뇌는 쇠퇴하는 상황에서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뇌는 가소성을 탁월하게 발휘해, 뇌 세포가 손실되더라도 보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뇌세포를 의인화하자면 ‘죽은 동료의 자리를 다른 건강한 뇌세포가 대체한다’는 것이죠.   

 

기억력 쇠퇴를 막고 뇌의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해마를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키는 훈련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해마는 인간의 기억력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뇌 기능의 퇴화는 본질적으로 해마로부터 시작되지요. 해마를 자극하는 훈련을 계속하면 대개는 정신 활동이 오래도록 지속되어 치매 발병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음악을 통한 연상법이 뇌를 유연하게 개조하는 데 효과가 크다고 하지요. 음악이 뇌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지휘자가 뇌 손상 발병 확률이 낮다는 사실은 유명하지요. 특히 악기 연주법을 배우면 뇌의 가소성 발달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악기 연주는 청각, 시각, 촉각, 운동 등의 자극 패턴이 복합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효과가 매우 좋습니다.

 

또한 악기 연주 외에도 저글링 등의 곡예기술을 익히는 것도 뇌 훈련에 효과가 좋습니다. 독일의 뇌 과학자들은 50~67세 사이의 장년층에게 곡예 기술을 3개월 동안 배우도록 한 뒤 뇌를 측정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그들의 뇌는 공간에서의 운동을 전문적으로 관장하는 영역뿐만 아니라, 기억 행위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해마도 비대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악기 연주나 곡예 기술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을 익힌다는 것이지요. 즉 뇌는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흡연은 ‘습관’이라고 하던데 이 뿌리 깊은 습관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흡연은 사실 ‘중독’입니다. 바로 니코틴 중독이지요. 뇌의 도파민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독은 점차 진행되면서, 중독 그 자체는 점차 신체에 특별한 의미가 없게 된다는 점이 무섭습니다. 의존성이 심화되는 것이지요. 상황이 이렇게 되면 중독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고 부정적인 자극에 시달려도 절대 끊지 못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독일에서는 1년 동안 발생하는 중독증 환자 가운데 80퍼센트가 금단 치료를 받은 뒤에도 다시 중독에 빠지게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건강에 해로운 중독 현상을 자신의 힘으로 끊어내지 못하면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때 ‘혐오요법’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혐오요법이란 중독 수단을 소비할 때, 이를 부정적인 자극과 확실하게 연결시키는 치료 방법을 의미합니다. 또한 중독 위험이 있는 모든 상황이라든지 중독 대상을 연상하게 만드는 상황을 아예 없애거나, 중독 대상과 마주칠 시간 간격을 확실히 늘리는 방법도 성공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실행하려면 만만치 않은 수고가 따릅니다. 흡연 습관에서 벗어나려는 경우, 이는 담배를 같이 피우던 친구들과 더 이상 소중한 시간을 나누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동료들의 압력에 직면해 우정에 금이 갈 우려가 높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죠. 
     
오원춘, 유영철 등 사이코패스에 의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인터넷에서는 ‘사형시켜라’, ‘영원히 격리시켜라’와 같은 댓글이 넘쳐납니다. 정말로 사이코패스는 치료나 교정이 불가능한 이들인가요?

 

사람들 대부분은 사이코패스는 타고났기 때문에 영원히 변화하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뇌가 지닌 무한대의 유연성과 가소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못 고친다는 대중의 인식은, 대부분 어설픈 지식과 무지로부터 비롯됩니다.

 

물론 사이코패스 성향에서 벗어나려면 당사자의 치료 및 교정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치료하기 위해 초창기에는 전기충격 요법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비윤리적이고 야만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최근에는 ‘뉴로피드백(Neurofeedback)’을 통해 사이코패스 성향을 완화하는 시도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는 ‘불안과 후회’라는 감정을 아예 모르거나 매우 미약하게 느낍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뉴로피드백 치료는 ‘불안과 후회’의 감정이 들 때 나타나는 뇌파를 발산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입니다.

 

우리는 뇌에서 발생하는 뇌파를 인위적으로 발생시킬 수 없을까요? 분명히 말하지만 가능합니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 어떤 감정을 가지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뇌파의 주파수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도 자기 뇌파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훈련만 받는다면 말이지요. 이 적절한 치료가 바로 뉴로피드백입니다. 이 훈련을 통해 사이코패스도 정상인의 감정을 학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정상인으로서 생활할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행복을 느끼고, 동정하고, 불안해하고, 사랑하며 살 수 있는 이들을 사이코패스라는 굴레를 씌어 영원히 격리해야 할까요?

 

통계적으로 당신의 지인 100명 가운데 한두 명은 사이코패스입니다. 부모님, 배우자, 연인, 자녀, 친척, 친구 가운데 사이코패스를 얼마든지 있을 텐데, 이들을 포용하고 치료하기는커녕 독방에 영원히 가둬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요즘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 폭력’이 하나의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청소년이 이렇게 폭력성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뇌는 탄력적이다』의 저자 닐스 비르바우머도 세계적으로 저명한 뇌 과학자답지 않게 의외로 어린 시절 ‘불량 학생’으로 활약한 적이 있습니다. 저자가 속한 불량집단의 이름도 웃겨요. 무려 ‘오스트리아 빈 최후의 거친 녀석’이었답니다. 어쨌든, 저자는 어느 날 사소한 시비 끝에 같은 반 친구의 발을 가위로 ‘구멍’내는 사고를 칩니다. 경찰이 출동해서 유치장까지 끌려갔다고 하지요.    

 

저자의 ‘반항기’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일종의 운동권 학생으로 활동했지요. 사회를 개혁하려는 의지가 나쁜 게 아니라, 반항이라는 그 자체에 희열을 느꼈다고 저자는 고백합니다. 그 결과 저자는 퇴학을 당했으며, 다른 독일어권 대학교에 진학할 기회를 원천봉쇄 당했습니다. 결국 저자는 영국 런던으로 가서야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후 오십 년 동안 어떠한 신체적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습니다. 파괴를 동반한 반항을 정당화한 적도 없다고 해요.

 

저자가 불량학생에서 세계적인 뇌과학자로 변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 책에 따르면, 저자는 자신을 둘러싼 주위 환경의 변화가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합니다. 즉,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는 새로운 학교에서 새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또 다른 관계 행동 원칙과 모범이 ‘개과천선’의 계기로 작용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이는 뇌의 가소성 및 유연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뇌는 다년간의 학습을 통해, 어렸을 때는 멋져 보였던 불량 행동이 더 이상 쿨하지 않고 성가실 뿐이라는 것을 잘 알게 됩니다.

 

뇌의 가소성은 바꿔 말하면, 인간이란 예측 불가능한 변수라는 뜻입니다. 인간은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습니다. 세계관적?성격적으로도 고정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사도 바울이 여기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습니다. 바울은 기독교도에게 잔인한 박해를 일삼다가, 결국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탈바꿈합니다.

 

물론 폭력 성향을 보이던 청소년이 어른이 되어서도 난폭성이 여전히 바뀌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이런 성향을 개선하기 위해 뇌의 특정 영역을 조절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이 연구에는 앞서 소개한 뉴로피드백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의 첨단 기술이 포함이 동원되었으며 곧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합니다.                  

 

존엄사 논란은 한국에서도 뜨거운 감자입니다. 특히 존엄사는 뇌와 큰 관련이 있는데, 세계적인 뇌과학자인 저자는 존엄사에 어떤 입장인가요?

 

이 책 『뇌는 탄력적이다』의 저자 닐스 비르바우머는 존엄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피력합니다. 유럽에서는 ‘자기 생명 처분권’이 상당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자기 생명 처분권이란 더 이상 회생 가망이 없거나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가 본인의 의지에 따라 생명연장 수단의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지요. 현재 미국ㆍ네덜란드ㆍ스위스ㆍ벨기에 같은 국가에서는 안락사가 일상적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안락사, 또는 존엄사의 합법화는 일견 상당히 진보적이고 인간의 권리를 확장시키는 조치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자기 생명 처분권은 대개 당사자가 건강과 정신이 멀쩡할 때 작성하기 때문에(40대에 작성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막상 존엄사를 실행할지 말지 결정할 상황에 이르렀을 때는 당사자의 ‘진짜 의사’를 다시 한 번 물어볼 수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요. 감금증후군 환자라든지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의 경우,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들 환자가 무척 고통스러우며, 하루빨리 ‘안락’한 상태에 이르도록 돕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닐스 비르바우머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들 전신 마비 환자와 의사소통을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환자들은 거의 전부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생에 대한 의지를 전혀 시들지 않은 상태로 유지하고 있으며, 주변에 대한 호기심을 왕성하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 ‘주변’이라는 것이, 병실이라는 생명 유지 장치로 가득 찬 적막하고 삭막한 곳인데도 말이지요. 이 때문에 자기 생명 처분권 및 안락사는 지극히 신중하게 시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환자가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사실은 비인간적이고 잔인하다고 생각합니다. 안락사를 위해 호흡장치 등 생명 유지 장치를 떼어놓거나 인공 영양공급을 중단하는 데, 이는 사실상 환자가 비참하게 질식사하거나 굶어죽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안락사법을 완화하면 오히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진다”는 견해를 보입니다. 환자는 미래의 삶의 질과 관련해 부정적인 생각만 커질 뿐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저자는 당장 안락사?존엄사가 필요해 보이는 중환자라도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 관련 기술의 보편화로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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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탄력적이다닐스 비르바우머,외르크 치틀라우 공저/오공훈 역 | 메디치미디어
《뇌는 탄력적이다》는 세계 최고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권위자인 닐스 비르바우머가 실제 임상실험을 하며 얻은 흥미롭고 공신력 있는 뇌과학 지식이 담긴 책이다. 《뇌는 탄력적이다》는 우리가 주체가 되어 뇌를 조절하여 원하는 효과를 얻는 방법을 소개한다. 천재들과 일반인 그리고 뇌질환자의 뇌에서 혈류량, 뇌파, 뇌 온도 데이터를 얻은 후 행동과 사고를 조절하여 인지능력과 자가 치유력을 인위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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