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모바일로 인터넷에 접속하면서 나타난 변화 중 하나가 콘텐츠를 공유하는 플랫폼이 다양해졌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주로 카페나 블로그에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퍼졌다면, 지금은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등 다양한 창구가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새로운 작가도 탄생했으니, 『감성제곱』과 『사랑제곱』의 저자 이힘찬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카카오스토리에서 그의 글을 구독하는 숫자는 자그마치 18만 명이나 된다. 삶, 관계, 사랑을 소재로 한 그의 감성적인 글에 많은 독자가 힘을 얻었다.
온라인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그의 글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신길동에 위치한 카페 감성제곱이다. 이곳은 이힘찬 작가가 그의 친형과 함께 직접 운영하는 카페다. 2015년 3월부터 문을 연 카페 감성제곱은 그의 책과 닮았다. 『감성제곱』 표지와 똑 같은 색으로 단장했으며, 곳곳에는 이힘찬 작가의 글이 머그컵이나 액자 등에 새겨져 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무엇보다 ‘너랑 나보다는… 우리가 좋다’, ‘그냥 다 고마워요’, ‘오늘따라, 더 보고싶어’ 등의 글귀에 시선을 뺏길 것이다.
“문예창작과로 편입을 준비하던 때 가장 많은 시간 머물던 곳이 카페였어요. 지금은 사라졌지만, 홍대거리 외곽에 있던 그 카페에서 가장 많은 글을 썼던 것 같아요. 그 해 바로 편입에 합격했고, 카페라는 공간에 많은 정이 쌓였죠. 그 공간이 익숙하고 편하다 보니,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도 당연히 카페 자리부터 알아봤어요. 아르바이트를 몇 차례 했던 경험 덕분에 회사를 그만두고 첫 책을 쓰기 시작할 때에도 카페에서 마감일을 하며 생활비를 버는 동시에 글을 쓸 수 있었고요. 책을 쓰면서도 늘 그렸던 장면이, 언젠가는 내 카페를 차려 그곳을 마음껏 꾸미고, 그곳에서 글을 쓰는 것이었죠. 5년 후에나 해보고 싶었던 일이지만, 형과 함께 일을 준비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카페를 시작하게 되었네요.”
감성 에세이를 쓰는 작가가 운영하는 카페이니, 감성제곱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 카페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무언가를 발견했다. 입구 근처의 벽면을 가득 장식한 방명록이 그랬다. 우체통 모습을 한 장식물에는 ‘감성나눔’이라는 글귀가 있었고, 그 위로는 이곳을 찾은 손님이 빼곡하게 쓴 글이 방명록을 채우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공간이 다른 카페들보다 특별하거나 독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른 카페에 비해서 매장 조명이나 전체적인 포커스가 음료&디저트보다는 그림이나 책, 글귀에 맞춰져 있긴 하지만 공간도 협소하고 특별히 손님에게 제공해드리는 ‘무엇인가’ 있는 것은 아니죠. 개인적인 생각에, 이곳의 특색은 ‘감성’인 것 같아요. 손님들이 남겨주신 방명록 내용도 그렇고, 카페 이름에도 당당히 ‘감성제곱’이라고 쓰여있기 때문에, 찾아오시는 분들도 자연히 스스로 ‘감성’을 제곱시키시는 것 같아요. 남성 여성분들이 모두 좋아하는 민트색 역시 그 몫을 하는 것 같고요. 아직 채워야 할 것들이 참 많은 공간이에요.”
음료나 디저트보다는 그림과 책, 글귀에 집중했다고는 하지만 이곳의 메뉴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몇몇 디저트 메뉴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힘찬 작가와 그의 형이 직접 개발했다. 레시피를 받아오지 않고 두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졌다. 이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한 경험도 꽤 도움이 되었다고.
카페를 준비 중일 때 계획은 이곳을 감성제곱을 구독하는 독자와 만나는 자리로도 활용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카페 운영에 바빠서 아직까지는 그런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그의 구독자 중 개인 단위로 이곳을 찾는 손님은 많지는 않지만 꾸준한 편. 손님이 드문 한적한 시간에 이곳을 찾은 운 좋은 팬은 이힘찬 작가와 3시간 수다를 떨고 간 적도 있다. 그중에는 저 멀리 일본에서 온 팬도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 두 여성 분이 카페에 오셨어요. 그 중 한 분은 일본 분이셨는데, 왠지 낯이 익더라고요. 인사를 드리고 카운터 쪽에 앉아 있었는데 한 분이 오셔서 작가님이 맞는지, 제 친구가 팬이라고 해서 같이 왔는데 싸인 좀 해주실 수 있냐고 물으셨어요. 싸인을 해드리는데 표정이 참 밝아서 제가 더 감사한 기분이었죠. 테이크아웃 컵에 낙서를 해놓은 것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컵에 관심을 보이셔서 가실 때 선물로 드렸어요. 가시고 나서야 오래 전 기억이 나서 감성제곱을 처음 연재했던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어봤어요. 1년도 더 전에 이야기를 나눴던 분이더라고요. 책을 내기도 전이었고, 구독자도 몇 명 없을 때였는데 제가 쓴 이야기들과 그림에 많은 공감을 한다고, 일본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고 제안해주셨던 분이었거든요. 바로 알아보지 못한 게 죄송해서 바로 메시지로 연락을 드렸어요. 일본에 가게 되면, 꼭 오사카로 가기로 했고 다시 한국에 오시면, 꼭 다시 들린다고 하셨어요. 이렇게 소통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감사하고, 그 부분이 계속 글을 쓰고 싶게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카페 감성제곱을 어떻게 만들어 갈 계획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힘찬 작가는 ‘단골 손님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사람이 이 곳에 흔적을 남길 수 있도록 방명록 공간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곳을 찾은 사람의 이야기가 카페 이곳 저곳을 채워갈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곳을 찾은 사람의 사진을 찍고 모아서 전시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한다. 앞으로 감성제곱이 어떤 공간으로 변해갈지 기대해 봐도 좋겠다.
* 카페 감성제곱의 이힘찬 작가 추천 책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병완 저 | 새로운제안
첫 페이지만 펼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끄러워진다. 하루에 한권씩 책을 읽는 독서광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안겨주는 책. 그가 1만권의 책을 읽으며 찾아낸 24권의 책. 그 안에는 겉만 어른일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필요한 조언과 경고가 들어있다. 그는 그 책들 속에서 얻은 인생의 교훈을 간결하게 정리해주는 동시에 확실하게 외치고 있다. 어른이 되고 싶다면, 책을 읽어라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마스다 미리 글,그림/박정임 역 | 이봄
32세, 독신 남자, 서점 직원 신이치의 일상을 담은 책(만화). 그저 한 남자의 혼잣말 같기도 하고 평범한 일상을 다룬 것 같지만 보면 볼수록 생각을 제곱시킨다. 읽다보면 어느새 그 평범한 남자의 일상에 빠져들어, 제목에서 언급한 ‘나의 우주’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만든다. 나의 우주는 어디였는지, 나는 지금 그 우주를 향해가고 있는지. 소박하지만 깊다. 평범하지만 재밌다. 요즘들어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자주 쉬는 이에게, 혹은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이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끌림
이병률 저 | 달
나에게 글 속에서 여행하는 법을 가르쳐준 책. 한 번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글과 사진 속에 담긴 이야기에 젖어든다. 여행 서적이라기보다는 그의 삶의 이야기에 가까운 이 책이 아직도 여행도서 베스트셀러에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 주어진 환경들로 인해 떠날 수 없기에 여행 서적이 멀게만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을 권한다. 삶이 곧 여행이라는 것을, 문을 나서면 그때부터가 여행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특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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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
감귤
201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