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프랑스 문단의 살아 있는 신화 ‘르 클레지오’
한림원은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르 클레지오를 선정하면서 “인간성 탐구, 관능적 엑스타시, 시적 모험, 새로운 출발의 작가”로 작가를 평가했고, 르 클레지오는 "약간의 의구심과 두려움, 그리고 약간의 기쁨과 유쾌함을 동시에 느꼈다"라는 말로 수상소감을 전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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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프랑스 문단의 살아 있는 신화',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로 일컬어지는 르 클레지오는 1940년 남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다.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덕분에 어려서부터 영어와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지만, 프랑스 식민지였던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을 영국이 점령한 것을 부당하게 생각하여 프랑스어를 ‘작가 언어’로 택했다. 영국 브리스틀 대학과 프랑스 니스 대학에서 수학했고, 니스의 문학전문학교 (Institut d’etudes Litteraires)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이주하여 교사로 일하였다. 1964년에는 액상프로방스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1983년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멕시코 초기 역사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3년 스물셋의 나이에 첫 작품 『조서』로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1980년 『사막』을 위시한 그의 전 작품으로 「폴 모랑 상」의 첫 수상자가 되었다. 이후 『열병』, 『홍수』, 『물질적 법열』 등 화제작을 잇달아 발표하며 천혜의 작가적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1994년에는 잡지『Lire』에서 행한 설문조사에서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1967년부터 멕시코와 파나마 등지에 체류하면서 서구적 사유의 틀을 버리고 자연과 어우러진 새로운 존재를 추구하게 되었고, 이러한 사상적 변모는 시적 산문의 정수인 『성스러운 세 도시』를 비롯, 모로코인 아내와 함께한 사막 기행문 『하늘빛 사람들』, 『황금 물고기』 등에 순도 높게 담겨 있다. 1980년에는 사막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웅숭깊고 아름답게 그린 소설『사막』으로 프랑스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폴 모랑 문학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그는 여전히 산과 바다, 태양과 대지 사이에서 자발적 유배자의 삶을 살며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한림원은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르 클레지오를 선정하면서 “인간성 탐구, 관능적 엑스타시, 시적 모험, 새로운 출발의 작가”로 작가를 평가했고, 르 클레지오는 "약간의 의구심과 두려움, 그리고 약간의 기쁨과 유쾌함을 동시에 느꼈다"라는 말로 수상소감을 전했다.

 

르 클레지오는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국 문단과 교류해온 작가로도 알려져 있으며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 문학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프랑스 문화에 대해서도 "일부 사람들이 프랑스 문화가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믿고 있다는 얘기를 처음으로 들었다. 프랑스 문화는 결코 죽지 않았으며 매우 다양하고 풍성할 뿐 아니라 쇠퇴의 위험에 놓여 있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르 클레지오의 대표작

 

황금 물고기

르 클레지오 저/최수철 역 | 문학동네

르 클레지오의 대표작. 순수문학으로는 이례적으로 출간되자마자 장기간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지킨 이 작품은 예닐곱 살 때 유아 인신매매단에게 납치된 한 소녀의 인생 역정을 그리고 있다. 현대 문명의 난폭함과 현대인의 정신적 공황을 다뤘던 르 클레지오의 초기 작품과 달리 서양 문명을 탈출하여 자연으로 회귀함으로써 인간의 강인한 생명력과 원시의 힘을 그려낸 후기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나고 자랐는지도 모른 채 예닐곱 살에 인신매매단에 납치되어 숱한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세상을 표류하던 한 어린 소녀의 ‘근원 찾기’를 작가 특유의 서정적 언어로 아름답게 그려낸 이 작품은 1997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순수문학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장기간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지켰다.

 

 

조서 調書

르 클레지오 저/김윤진 역 | 민음사

'자신이 군대에서 탈영했는지 아니면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왔는지 잘 모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아담 폴로는 산 중턱의 빈집에서 버려진 한 마리 짐승처럼 살고 있으며, 외부와는 최소한의 접촉만 가진다. 그가 만나는 사람이라고는 미셸이라는 여자뿐인데 그녀와의 관계도 확실치 않다. 그에게 세상은 낯설기만 하고 사람들과는 전혀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 카뮈의 뫼르소를 연상시키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현대 서구 문명의 인위성에 대해 비판한다.

 

 

 

 

 

라가

J.M.G. 르 클레지오 저/윤미연 역 | 문학동네

2006년에 발표한 『라가 - 보이지 않는 대륙에 가까이 다가가기』는 이러한 르 클레지오의 자연 친화적 문학 경향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조화롭고 밝고 균형 잡힌 세계를 찾아 끊임없이 지구를 누비며, 다양한 문화의 소통과 공존을 모색해온 르 클레지오가 이번에는 물의 땅, 섬의 대륙 ‘오세아니아’로 눈길을 돌렸다. 르 클레지오의 발길이 닿은 곳은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이다.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에 의해 ‘뉴헤브리디스 제도’로 불리던 이곳은 1914년부터 영국과 프랑스의 공동 통치령으로 지배를 받다가 1980년에 ‘바누아투 공화국’으로 독립했다. 바누아투의 여러 섬 가운데 ‘라가’ 섬을 여행하고 쓴 이 에세이에서 르 클레지오는 이곳의 자연과 전통을 관찰하며 또 하나의 새로운 문명을 펼쳐 보인다. 또한 식민지 개척자들의 폭력과 노예무역의 비극적인 역사, 그리고 문명의 공존을 위협하는 세계화에 비판적 시선을 보낸다.

 

 

르 클레지오의 혁명

르 클레지오 저/조수역 역/최수철 감수 | 열음사

르 클레지오의 작품들 중 가장 자전적인 것으로 실제로 “여전히 나의 국적은 모리셔스 섬이며 감성적으로도 모리셔스 섬의 주민”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정신적 모태 모리셔스 섬과 그 섬에 정착한 선조들의 이야기를 장장 5대에 걸쳐 묘사하고 있다. 다른 민족들과의 사이에서의 개인의 삶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 삶과 그 선조의 역사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관심이 옮아가기 시작하면서 조상의 기억과 족적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자신의 뿌리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나서는 확인 작업이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아프리카인

르 클레지오 저/최애영 역 | 문학동네

클레지오가 아버지의 사진을 통해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와 화해를 시도하는 자전적 이야기이다. 평생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었던 아버지라는 인간의 삶을 상상세계 속에서 살려내면서 작가 자신의 정신적 모태인 아프리카 대륙을 찬양하는 아름다운 서정시 같은 작품이다. 작가는 아버지가 떨어뜨려 놓은 조약돌 하나하나를 더듬어 나아가면서 아버지와의 기억과 결합하고,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읊조린 『아프리카』는 르 클레지오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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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클레지오 #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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