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의 피해자 '람리'의 8번째 동생, 주인공 '아디'가 50년 후 자신의 형을 죽인 사람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도발적인 방식의 다큐멘터리 <침묵의 시선>은 현재 세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슈메이커이자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액트 오브 킬링>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대담한 신작이다. 전작에 이어 인도네시아 대학살에 대한 감독의 과감한 통찰이 담긴 다큐멘터리로 이미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가운데, 영화 촬영 당시 위험천만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며 영화 팬들의 궁금증을 한 층 더 자극하고 있다.
사실상 대학살의 가해자들이 아직 권력을 잡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희생자의 가족이 대학살에 대해 언급하거나 가해자를 만난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주인공 '아디'와 대학살의 가해자가 만나는 순간에는 항상 긴장감이 흐를 수 밖에 없었고, <침묵의 시선> 촬영은 큰 위험을 떠안고 진행되어야 했다. 실제로 촬영 당시 주인공 아디가 정부 고위에 있는 가해자를 만날 때면 신분증은 들고 가지 않았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모든 스태프의 휴대폰 속의 전화번호는 삭제해야 했다. 특히 경찰이나 군대에 쫓길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자동차도 두 대를 준비해 중간에 차를 바꿔 타는 작전까지 감행했다. 뿐만 아니라 촬영 중간에 오토바이와 자동차 소리가 들릴 때면 촬영 스태프들은 서둘러 장비를 숨겨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에 주둔하는 군대는 생존자들의 촬영을 알아차리고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한 위험천만한 순간에도 생존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조금씩 내주었고, 그러한 순간들이 모여 인도네시아 대학살에 대한 50여 년의 침묵을 깨는 전례 없는 다큐멘터리 <침묵의 시선>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위험천만한 촬영 끝에 인도네시아 대학살의 실제 가담자들과 생존자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담아내어 전세계에 또 한 번 큰 충격을 선사한 <침묵의 시선>은 9월 3일 국내 개봉하여 전국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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