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한동력>,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이제 그들의 마음속에 진짜 ‘무한동력’이 자리 잡고 있으니까.
글ㆍ사진 임수빈
201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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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불가능한 꿈

 

요즘은 “넌 꿈이 뭐야?”라는 질문에 누군가 “대기업 취업”이라고 대답 하더라도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꿈이라는 단어가 언젠가부터 의미가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취업을 위한 기본중의 기본 5대 스펙은 이미 9대 스펙으로까지 확대되었고,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N포 세대’라는 단어는 너무 많이 들어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그러한 신조어들이 대변해주듯, 20대들에게 현실은 너무나 각박하고 너무나 팍팍하다. 이렇듯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힘든 삶 속에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 , ‘세계 일주를 하는 것’과 같은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뮤지컬 <무한동력>은 이런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18전 18패의 취준생 선재, 대학교를 중퇴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솔, 매번 공무원 시험에 낙방하는 게임 중독자 기한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 20대들의 녹록치 않은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거기에 19살의 수자, 사춘기를 겪고 있는 수동, 20년째 무한동력기관을 만드는 수자, 수동의 아빠 원식을 통해 전체적인 스토리를 엮어 나간다. 꿈을 대변하는 괴짜 발명가 원식과, 현실을 대변하는 취준생 선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꿈’ 과 ‘현실’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라는 강렬한 질문을 던진다.

 

뮤지컬 <무한동력>은 <신과 함께>로 유명한 주호민의 동명 웹툰 <무한동력>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암담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삶에 지친 이들을 위로해주면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뮤지컬 <무한동력>은, 원작의 기발하고 참신한 스토리는 그대로 가져오되, 좀 더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감칠맛을 살렸다. 특히 웹툰의 가장 주요 소재인 ‘무한동력’을 무대의 중앙에 설치해 무게 중심을 탄탄히 잡는다.

 

연료 없이 움직이는 영구기관, ‘무한동력’을 20년 째 만들고 있는 원식은 관객에게 이중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원식은 실현 불가능 한 걸 알면서도,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관객들은 그런 원식을 보며 현실감각 없는 무능한 사람이라 손가락질 하다가도,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열정에 감명 받아 그를 응원한다.  “죽기 직전에 못 먹은 밥이 생각나겠는가,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는가.” 라는 원식의 대사는, 뮤지컬 <무한동력>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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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무한동력’

 

뮤지컬 <무한동력>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실하다. 꿈을 잃어버린 청춘들에게 다시 꿈을 찾으라는 것,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달려 나가라는 것. 웹툰에서도, 뮤지컬에서도 그 메시지는 변함이 없이 관객들의 마음에 정확하게 꽃힌다. 다만 아쉬운 점은 웹툰에서 느낀 감동이 뮤지컬에서 충분히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숙집이라는 한정된 무대를 배경으로 하는 탓에, 뮤지컬은 어딘가 답답하고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오로지 하숙집 안에서 절망하고, 위로하고, 웃고, 이해하다보니 그 감정의 여파가 더 크게 뻗어나가지 못한다.

 

사건의 개연성이나 감정의 연결 또한 매끄럽지 못하다. 103화짜리 웹툰 속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고작 2시간여의 러닝타임 속에 이것저것 다 담으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스토리가 허술해졌다. 지친 청춘들에게 꿈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를 충분히 다 표현하지 못해놓고, 잊고 있던 꿈을 찾으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건들지 못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배우 박희순의 첫 연출작으로 화제를 끌긴 했지만, 작품성까지 인정받으려면 많은 수정 보완을 거쳐야 할 것 같다.  

 

뮤지컬 <무한동력>의 청춘들은 모두 완벽하지 못하고, 여전히 현실은 각박하다. 아마 앞으로도 그들은 상처받고 좌절하면서, 완벽하지 못한 인생을 힘겹게 살아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쉽게 자신의 꿈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계속 자신을 꿈을 이루기 위한 ‘무언가’를 해 나갈 것이다. 이제 그들의 마음속에 진짜 ‘무한동력’이 자리 잡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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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