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에서 매주 금요일, ‘내일 뭐 읽지?’를 연재합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책을 ‘쪼끔’ 더 좋아하는 3명이 매주, 책을 1권씩 추천합니다. 매우 사적인 책 추천이지만, 정말 좋은 책, 재밌는 책, 정말 읽으려고 하는 책만 선별해 소개합니다. 엄숙주의를 싫어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하지만, 닉네임을 걸고 약속 드립니다. 나만 읽긴 아까운 책이라고! ‘오늘 뭐 먹지?’ ‘내일 뭐 먹지?’ 만 고민하지 말고, 때로는 ‘내일 뭐 읽지?’ 생각해보는 건, 어떤가요?
능력자
최민석 저 | 민음사
많은 문학 작품이 그러하듯, 이 소설의 제목 역시 반어적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인 공평수와 남루한은 통념상 능력자가 아니다. 오히려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공평수는 한때는 잘 나갔던 전직 복서였으나 지금은 정신이 약간 오락가락하는 기인으로 전락했다. 매미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데, 글쎄. '나'인 남루한은 등단은 했으나 야설로 먹고 사는 무명 소설가다. 『능력자』는 남루한이 공평수의 자서전을 쓰기로 하고, 공평수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링에 선다는 서사로 전개된다. 쓸모가 있는 사람도 한 번 실패하면 영원한 패배자가 되는 세상에서 그다지 쓸모 없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으로, 최민석 작가 특유의 재치 있는 문장이 매력인 소설이다. (드미트리)
사회학의 쓸모
지그문트 바우만 저/노명우 역 | 서해문집
쓸모? 내가 '깜냥'과 함께 좋아하는 단어다. 난 '쓸모'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좋고 시간이 좋다. 그리고 '사회학'에 관심이 조금 있으니, 『사회학의 쓸모』가 출간되었을 때, 눈을 반짝거릴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사회학자 노명우 아주대 교수의 번역으로, 믿고 보는 출판사 '서해문집'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영국 리즈대학 사회학과 명예교수인 '지그문트 바우만'과 그의 후배 사회학자가 '사회학의 쓸모'에 관해 나눈 대담집이다. 저자는 여는 글을 통해 "각자의 걱정거리와 고민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에게 사회학은 쓸모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당대의 경험과 삶의 이야기를 결합하는 것. 정보만 제공하거나 권력에 팔려간다면 '사회학은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후배 사회학자들의 질문이 꽤 재밌다. 문학의 쓸모에 대해서도 신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사회'와 '쓸모'를 말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10월 5일에 출간됐는데, 벌써 2쇄를 찍었단다. 사회학과 학생들이 많이 읽었을 것 같고, 또 어떤 독자들이 이 책을 샀을까? 궁금하다. 내일, 마저 읽어야겠다. (꾸러기)
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네거트 저/김한영 역 | 문학동네 | 원제 : A MAN WITHOUT A COUNTRY
내게 보네거트라는 작가는 소설 『제5도살장』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선망의 대상이다. 이렇게 블랙 코미디를 소설에, 에세이에, 평소의 말에 유머러스하게 녹여내는 작가라니! 나는 보네거트를 알게 되면서 자고로 글에서 가장 쓸모 있게 쓰이는 장치이자 무드는 '유머'라고 굳건하게 주장 중이다. 주변 지인들에게도 늘 하는 말. "자고로 글은 재미있어야지." 더구나 나는 변태 같은 취향 덕분에 내게서 멀어 보이는 것들을 사랑한다. 살다 보면 나에게도 커트 보네거트 같은 위트가 생길 거라 믿으며 살아온 지 10년째다. 하지만 땡감이라는 인간은 여전히 재미없는 사람. 사람이 재미가 없고 뻣뻣하니 글 역시 쓸모가 없다. 어쨌거나 쓸모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려면 나도 유머를 장착해야 할 텐데 큰일이다. 추천한 김에 책 더미 속에 묻혀 있을 『나라 없는 사람』으로 가볍게 복습해볼까. (땡감)
피츠버그에서 조라는 젊은이가 찾아와 내게 물었다. "앞으로 별 문제 없을까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젊은 친구, 지구에 온 것을 환영하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곳이라네. 또한 둥글고 축축하고 북적대는 곳이지. 자네, 이곳에서 고작해야 백 년이나 살까? 내가 아는 규칙이 딱 하나 있지. 그게 뭔지 아나? 젠장, 조, 자네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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