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석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뮤지컬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히어로’가 돌아왔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로맨스, 발랄한 유머와 통쾌한 풍자로 사랑 받아 온 <벽을 뚫는 남자>가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르는 것. 올해로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은 본 작품은 배우 유연석의 첫 번째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와 함께 주인공 ‘듀티율’에 더블 캐스팅 된 이지훈은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탄탄한 무대 경험을 자랑한다. 듀티율과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에 빠지는 여인 ‘이사벨’은 배다해와 문진아가 맡아 열연하며, <벽을 뚫는 남자>의 신스틸러인 의사 ‘듀블’ 역에는 고창석과 조재윤이 캐스팅되었다.
지난 11월 4일,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제작발표회를 통해 기존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공개했다. 임철형 연출은 “이전의 <벽을 뚫는 남자>가 아름다운 것에 치중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멋스러움을 찾아보려고 많이 고민했다. 지난 시즌과 다른 느낌으로 감상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변화된 무대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변희석 음악감독 역시 “<벽을 뚫는 남자>는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인 만큼 음악이 중요한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배우들이 만들어간다. 이번 시즌을 함께하는 배우들의 힘과 연기력으로 새로운 작품이 탄생할 것 같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배우들만 바뀐 똑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섣부른 판단이라는 것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첫 발을 내딛은 배우 유연석은 “대학을 다닐 때 공연했던 순간들이 계속 그리웠다. 꼭 한 번은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벽을 뚫는 남자>의 출연 제의를 받고 이건 운명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많은 분들과 공연 연습을 하는 게 너무 행복하고, 많이 떨리지만 공연 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OST를 직접 부를 만큼 일찌감치 노래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벽을 뚫는 남자>의 공연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기 두세 달 전부터 변희석 음악감독과 만나 준비했을 정도라고.
이에 임철형 연출은 “모든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겠다는 유연석 씨의 모습이 분명히 좋은 인물과 작품을 만드는 데 큰 부분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벽을 뚫는 남자>는 대단한 가창력보다는 진심 어린 감정의 소리를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연석 씨가 분명히 감성적인 소리를 내줄 거라는 믿음을 가졌다”고 전했다. 변희석 음악감독 또한 “유연석은 자연스럽게 말하듯 노래하는 게 매력적이다. 뮤지컬은 처음이지만 굉장히 적극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고창석 “다시 한 번 <벽을 뚫는 남자>에 선택된 비결은…”
배우 이지훈도 <벽을 뚫는 남자>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언젠가 한 번 출연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는 것. 그는 “처음 관객의 입장에서 <벽을 뚫는 남자>를 봤을 때는 편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 깊이 들여다보면 어떤 작품보다도 디테일이 많은 것 같다”며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배운 것 같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고, 예전에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좋은 감성으로 다가가고 있기 때문에 이전과 비교될 수 있을 만큼 뚜렷한 색깔의 <벽을 뚫는 남자>가 탄생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어느덧 10년 차 베테랑 뮤지컬 배우인 그를 바라보며 유연석은 “노래는 저렇게 하는 거구나, 라는 걸 느끼면서 많이 배웠다”고 전했고, 이에 화답하듯 이지훈은 “유연석 씨는 대사하듯 연기하듯 노래를 하는 게 참 부럽다. 그런 점은 나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둘이 시너지효과를 크게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유연석 씨는 재능이 굉장히 많은 친구인 건 확실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듀티율’과 사랑에 빠지는 ‘이사벨’을 연기한 배다해는 “2013년 공연 때도 함께하고 싶었는데 이미 캐스팅이 완료된 상태였다. 지금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나려고 그때 인연이 닿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다.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고 하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좋은 작품에 눈을 떠가는 것 같다. <벽을 뚫는 남자>를 만나게 돼서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이사벨’ 문진아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변신을 예고했다. <셜록홈즈>의 ‘루시 존스’, <머더발라드>의 ‘사라’, <고래고래>의 ‘혜경’ 등을 통해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했던 그녀는 “그동안 음악적으로나 비주얼적으로 치명적인 역할을 많이 보여드렸다. 이사벨을 처음 만났을 때 새장 속에 갇힌 새와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자신을 탈출시켜 줄 누군가를 꿈꾸면서 살아가는 심정을 잘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락 뮤지컬을 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했었는데, 이사벨은 굉장히 차분하고 섬세하게 노래해야 하는 곡이 많다. 지금까지 락 뮤지컬에서 많이 발산했던 것들을 다시 가다듬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출연 배우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을 <벽을 뚫는 남자>와 함께한 고창석은 2012년, 2013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벽을 뚫는 남자>를 선택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러브콜을 받은 그는 “지난 시즌에 썼던 술값이 이렇게 보답을 하는구나 싶다. 역시 투자는 필요한 것 같다. 이번 시즌에도 후배들한테 술값을 많이 내도록 하겠다”는 농담 섞인 말로 취재진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내가 작품을 선택했다기보다 <벽을 뚫는 남자>가 나를 다시 선택해주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감사하다. 이번에는 조금 더 준비하고 다듬어서 더 좋은 인물들을 만들어내도록 하겠다”는 말로 기대를 모았음은 물론이다.
그와 함께 ‘듀블’ 역에 캐스팅된 조재윤은 유연석과 마찬가지로 <벽을 뚫는 남자>를 통해 뮤지컬 무대에 처음 도전한다. 10여 년 전부터 <벽을 뚫는 남자>를 꿈꿔왔던 그는 먼저 출연 의사를 밝혔을 정도로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캐스팅이 결정된 후 유연석에게 동반 출연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두 사람은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처음 만나 최근까지도 영화 <그날의 분위기>에서 호흡을 맞췄다. 배우 고창석과는 2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온 선후배이기도 하다.
조재윤은 “고창석 씨는 내가 좋아하는 선배이고 나의 롤모델 같은 분이다. 고창석 씨가 연기하는 <벽을 뚫는 남자>를 두 번 봤는데 너무 잘하더라.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고창석 씨의 공연 실황을 100번도 넘게 들으면서 따라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는 뮤지컬 배우로서 자신감 있게 노래해야 하는 것과, 고창석 씨가 연기했던 듀블에 나만의 색깔을 입히는 거다”라며 작품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벽을 뚫는 남자> 11월 21일 개막
평범한 우체국 직원 ‘듀티율’이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벽을 뚫는 남자>는 프랑스의 국민 작가 마르셀 에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 위로 감미로운 음악을 덧입힌 이는 금세기 최고의 영화 음악가로 평가 받는 미셀 르그랑이다. 미셀 르그랑은 <쉘브르의 우산> <007 시리즈> 등으로 3번의 아카데미상 영화음악상과 5번의 그래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1996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후, 이듬해 몰리에르상 최우수 뮤지컬 상과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입증 받았다. 한국 관객과의 첫 만남은 2006년 이루어졌으며 박상원, 엄기준, 조정석, 남경주, 임창정, 이종혁 등 내로라하는 실력파 배우들이 모두 <벽을 뚫는 남자>의 무대를 거쳐 갔다.
다시 한 번 관객들을 찾아온 <벽을 뚫는 남자>는 기존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인다. 제작발표회를 통해 임철형 연출은 “이번 시즌에서는 음악적인 부분에서 변화를 꾀했고, 듀티율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이전의 듀티율이 결국은 자신의 본질을 바꾸지 못한 인물이었다면, 지금의 듀티율은 본인이 잠시 잃었던 모습에서 다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인물이다”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익숙한 감동과 색다른 즐거움을 선보일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11월 21일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베일을 벗는다. 공연은 2월 14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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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