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가 아델 얘기뿐이지만 저스틴 비버가 챙기는 실속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로 데뷔한 < Purpose >는 그에게 첫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곡 「What do you mean」을 선사했으며, 그 후속타 「Sorry」는 미국에선 '1등 같은 2등'이지만 영국에서는 「Hello」를 제치고 정상에 등극했다. 놀라운 기록도 있다. 빌보드 싱글 차트 100위 안에는 < Purpose >의 18곡 중 16곡이, UK 차트 100위 안에는 17곡이 자리를 차지했다. 발매 첫 주 기록이긴 해도 태산을 뒤덮는 빌리버(Belieber)들의 기세다.
흥미로운 점이라면 아델과 비버의 현 시장 양분이 음악 스타일로도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오프라인을 지배하는 아델의 아날로그 감성과 정확히 반대에 서 있는 성인 비버는, 초호화 프로듀싱 군단과 함께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며 미래형 팝을 지향하고 있다. 당장 「Where are u now」로 재미를 본 스크릴렉스와의 콤비 플레이로 「What do you mean」과 「Sorry」가 나왔고, 차트의 꾸준한 강자 에드 시런과 함께 만든 포크 발라드 「Love yourself」 빅션과의 콜라보레이션 「No pressure」 모두가 흥행을 보증한다. 이렇게 확실한 카드만 모아놓기도 힘들다.
흔히 이런 요소들은 비버의 성공이 음악적 완성도와는 관계없는 팬들의 지지, 빅데이터 기반의 전략 덕이라 평가절하되는 요인이다. 그런데 각종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악동인 그는 음악에 관한 한 엄청난 성숙함을 보인다. 전반적으로 느린 BPM 위엔 몽환적인 PBR&B 스타일의 미니멀한 연주가 얹혀지고, 비트를 운용하는 저스틴 비버의 보컬은 과거처럼 맑은 미성은 없더라도 여유 있게 리듬을 타며 변성기를 겪고 보다 진중해진 '20대 비버'의 목소리로 곡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성숙의 가치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인지 앨범은 전과 달리 어둡고 진중한 성향이 강하다. 스크릴렉스의 손을 거친 또 다른 트랙 「I'll show you」는 사실상 슬로우 템포 R&B고, 피아노 연주와 보컬만으로 4분을 이끌어가는 삶의 고찰 「Life is worth living」이나 미구엘, 위켄드의 이름이 금방 떠오르는 「Company」 같은 트랙이 중심을 이룬다. 스크릴렉스의 손을 거친 또 다른 트랙 「Children」이나 잭유(Jack U) 앨범에 수록되어 쏠쏠한 히트를 가져다준 「Where are u now」 또한, EDM 유행 속에서 마냥 신나고 거대한 사운드를 가져갔던 빅 룸 하우스와 대비되는 트로피컬 하우스(Tropical House)의 어두운 장르적 특성을 잘 살린 곡이다.
자칫 비장할 수 있는 구성임에도 세련된 멜로디와 깔끔한 비트 위의 보컬이 합쳐지면 묘한 중독을 불러일으킨다. 힘들이지 않아도 호소력 있는 비버의 보컬은 「Love yourself」 같은 어쿠스틱, 「Company」의 알앤비 힙합, 「Sorry」의 댄스홀(Dancehall) 레게 리듬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아직도 어린 나이지만 노련함이 있고 한층 완숙해졌다. 확실히 재능은 재능이다.
저스틴 비버의 음악은 음악으로만 판단 받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 그의 커리어는 언제나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담보했지만, 온갖 기행과 사건 사고들로 쌓인 편견의 벽은 정당한 가치 판단을 막았을뿐더러 팬들에 의한 반쪽짜리 성공으로 격하되곤 했다. 성숙을 표방하는 < Purpose > 또한 마찬가지 갑론을박이 펼쳐지겠지만, 만듦새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뜨또가 또…'의 비아냥으로 묻히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2015/11 김도헌(zener1218@gmail.com)
[관련 기사]
- 키스 리처드, 로큰롤의 전설을 만들어 낸 주역
- 양날의 검을 가진, 프라이머리 < 2 >
- 거부할 수 없는 네오 소울 사운드, 리앤 라 하바스
- 개리 클락 주니어, 블루스를 해석해내는 소니 보이의 재능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