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에서 매주 금요일, ‘내일 뭐 읽지?’를 연재합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책을 ‘쪼끔’ 더 좋아하는 3명이 매주, 책을 1권씩 추천합니다. 매우 사적인 책 추천이지만, 정말 좋은 책, 재밌는 책, 정말 읽으려고 하는 책만 선별해 소개합니다. 엄숙주의를 싫어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하지만, 닉네임을 걸고 약속 드립니다. 나만 읽긴 아까운 책이라고! ‘오늘 뭐 먹지?’ ‘내일 뭐 먹지?’ 만 고민하지 말고, 때로는 ‘내일 뭐 읽지?’ 생각해보는 건, 어떤가요?
아파트 공화국
발레리 줄레조 저/길혜연 역 | 후마니타스
대한민국의 대표 주거 형태는 아파트이다. 아파트의 장점은 꽤 많다. 인구가 급격히 도시로 쏠리면서 생긴 주거난, 주차난을 가장 쉽게 해결하는 주거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점도 많다. 부동산 상승을 이끈 주역이라거나 공동체 의식의 약화와 같은 다소 논란 있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개성 없는 획일화된 모습, 노후화된 아파트의 유지 보수 등은 분명 단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아파트가 대표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잡은 나라는 한국의 거의 최초라는 사실이다. 이런 점이 프랑스 태생의 인류학자인 저자에게 신기해 보였고 그는 몇 년간의 연구를 거쳐 이 책을 발표한다. 결론적으로 그는 아파트가 한국이 인구밀도가 높았고, 단독 주택이나 다세대 주택보다 편하고 새로워서 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고정 관념에 도전한다. 저자는 "아파트 공화국의 탄생은 필연은 아니었다", "단기간에 주택난을 해결하려 했던 정부와 돈을 벌려고 했던 기업과 집값 상승을 노린 중산층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지적한다. 지금에야 아파트의 문제점을 지적한 책이 꽤 많이 나오는 편이지만 이 책이 출간된 2007년만 해도 발레리 줄레조의 주장은 꽤나 새로웠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유효한 지적이 많다. 그나저나 점점 서울의 노후화된 아파트가 문제다. 재건축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게 된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드미트리)
협동조합으로 집짓기
홍새라 저 | 휴(休)
얼마 전, 새 집을 지은 가족의 초대를 받아 집들이를 갔다. 건축가인 남편과 건축설계디자이너인 아내의 집. 아파트 인생만 28년을 살아온 나에게 그 집은 '그림의 떡'으로 보였다. 돈이 없어서만은 아니었다. 나는 서울을 벗어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으로 집짓기』는 '마흔 이후, 여덟 가구가 모여 평생 살 집을 짓다'를 부제로 한 책이다. 강원도 횡성의 농촌 마을에서 자란 저자는 도시에서의 삶에 염증을 느꼈다. 틈만 나면 자연 좋고 아기자기한 마을을 돌아다녔고 결국, 북한산 밑에 협동조합으로 2억 2천 만원이면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1년이 동안 집 짓는 일에 동참했다. 그리고 집(대한민국 최초 주택소비자협동조합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의 1호 사업이었던 '구름정원사람들 주택', 2015 서울시 건축상 수상)이 만들어졌고 책이 나왔다. 책은 단순히 건축과정을 나열하지 않았고, 입주자 입장에서 집을 짓는 과정에 대한 궁금증, 맞닥뜨릴 수 있는 법률적인 문제나 난관들을 생생하게 담았다. 본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중요한 얘기니까 잘 들어줘." 협동조합 집짓기 소식을 전해준 저자의 남편의 첫 마디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침이 꼴딱 삼켜진다. 이 집에 놀러 가고 싶다. 나도 남편에게 말하고 싶다. "중요한 얘기니까 잘 들어줘." (꾸러기)
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1-2권 세트
이가라시 다이스케 글,그림/김희정 역 | 세미콜론 | 원제 : リトル.フォレスト Little Forest
일단, 추천하기에 앞서서 이런 집에 살고 싶다기 보다는 "이런 곳에서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고 싶다"가 정확한 만화책임을 먼저 고백한다. 『리틀 포레스트』를 처음 봤을 때는 단순하게 주인공 이치코의 귀농 생활이 행복해 보였다. 하루 세끼를 꼬박 챙기기 위해 벼농사는 물론이고 토마토, 당근, 양배추 등 여러 가지의 식재료를 직접 키우고 구하는 생활을 착실하게 영위하는 이치코가 부러웠다. 이치코가 낫토떡을 해먹는다든가 감자빵을 만드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경건해진다. 평소 시골 생활에 로망이 있던 나에게는 그저 마냥 좋은 책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이 만화를 떠올리게 된 것은 2015년 초여름이었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이 나왔다. 영화라고 원작과 많이 다르진 않다. 하지만 영상으로 보는 음식들은 어찌나 침을 삼키게 하는지. 그동안 불량식품을 먹게 한 내 몸에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원작보다 더 찐하게 다가왔던 것은 각 요리마다 집을 떠나버린 엄마의 레시피와 자신의 그것이 어떻게 다른지 나오는 과정이었다. 엄마를 그리워한다는 대사 하나 없이도 그녀의 마음을 음식에서 짐작할 수 있다.(특히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만들 때! 정말이지 울어버리고 싶었다) 책에선 미처 몰랐던 부분이었다. 이치코는 지금의 삶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견디고 있었다. 가만히 엄마를 기다리며, 혹은 자신의 상처를 여러 가지 요리로 만들어가면서 견디고, 또 견디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견디는 삶에 대해서 말하진 않는다. 결말에 다가갈수록 선명하게 깨닫는 점 하나. 내 자신을 다시 천천히 돌아보는 일의 중요성, 그리고 제자리를 맴돈다고 초조해할 필요가 없는 것. 어차피 인간은 자신의 주위에 원을 그리며 조금씩 위, 아래 혹은 옆으로 가는 나선이니까. 그걸 내 몸으로 직접 깨닫기 위해서 산골에 잊혀진, 가끔씩 오래된 지인들이 문을 두들기는 그런 집에서 살고 싶다, 이치코처럼. (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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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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