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송라이터들처럼 유투브에 노래를 올리며 음악을 시작한 26살의 호주 싱어송라이터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수수한 멜로디, 무엇보다 예쁜 얼굴과 몽환적인 목소리로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유명세를 얻은 것은 이 신인의 「Jungle」이란 곡이 퍼져나간 후부터다. 내달리는 반주와 보컬이 오묘한 느낌을 내고, 하우스로 리믹스한 버전 역시 클럽 페스티벌에서 환영받았다. 호주를 넘어 이탈리아(더블 플래티넘)와 영국(UK 차트 5위), 프랑스로 옮겨가며 차례로 인기를 얻은 이 곡은 입생로랑의 향수 광고 음악으로도 선택된다.
이런 신비로운 분위기가 스스로에게도 유효했다고 생각했는지 데뷔 후 첫 정규 앨범에서 ‘드림 팝’을 가져왔다. 반주와 보컬은 꿈속을 거니는 것처럼 나른하고, 드럼과 피아노 등의 악기들은 뒤섞여 뿌연 사운드를 형성한다.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불투명함 때문인지 편안한 팝으로 접근하기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가사에서도 엠마 루이스는 외롭고 개인적인 감정을 늘어놓는데, “머리와 마음이 충돌”하는 상황은 노랫말을 관통하는 주제이자 음반의 제목이기도 하다.
자신의 음색을 부각하고자 선택한 드림 팝은 앨범 내내 일관되게 유지된다. 트랙이 많다 보니, 인디 시절 들려준 어쿠스틱한 곡들이 정규 작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대조하며 듣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신스 팝으로 변신한 「Boy」는 음악을 보다 이국적이고 성숙하게 만들어주고, 「Pontoon」에 더해진 백 보컬은 그의 가창과 좋은 시너지를 들려준다.
다만 메이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스타일의 변화가 대중성이나 신선함을 얻는 데 도움을 주었는지 묻게 된다. 최면적인 느낌이 들도록 속삭여 부르자 목소리가 이전만큼 드러나지 않고, 포크에 맞춰 쓴 곡들은 새로운 편곡에서 매력을 잃었다. 「Freedom」에서 코러스와 키보드의 개입으로 특유의 선율이 묻힌 것을 고려하면, 엠마 루이스의 행보가 긍정적이지만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개와도 같았던 10곡 끝에, 비로소 만난 선명하고 꾸밈없는 노래가 소중히 다가와서일까. 바로 전 EP에서 발표되어 다시 수록된 「Bugs」부터 「1000 sundowns」까지의 곡들이 반갑게 들린다. 귀여운 선율이 넘실대는 「Bugs」, 처음 앓는 아픔에 대한 묘사가 돋보이는 「1000 sundowns」는 풋풋하고 자연스럽다. 반면 신곡 「Stainache」,「Mirrors」는 불친절한 멜로디와 여러 장식으로 인해, 기타를 튕기며 불러줬을 때의 그 편안함을 받기 어렵다. 「Jungle」이 그의 대표곡이 될 수 있었던 데는 매혹적인 목소리의 힘이 가장 컸다. 지금의 몽롱하고 흐릿한 노래들은 그의 특색을 가리고 있다.
2016/01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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