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다 도시키 저/이홍이 역 | 알마
단편 소설집이지만 왠지 초월적 에세이로 읽힌다.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을 통찰하다 불현듯 인간 세상을 허무하게 통달해 버리는 순간들이 담겨 있다. 여기서 많은 경우 화자의 속을 썩이는 상대방은 무대에 서는 사람, 퍼포머이고 그건 작가 자신의 직업과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일단 기본적으로 개그적인 분위기가 옅게 깔려있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자꾸 개그를 치려는 사람은 슬픈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전지적 시점으로 휙휙 넘어가 버리는 화자는 진지한 자세를 잡을수록 웃기고 슬퍼지고, 소심한 척 사소한 것들을 짚다가 정곡을 찔러버린다.
아니 에르노, 마크 마리 저/신유진 역 | 1984 books
나는 그녀가 쓰는 섹스 이야기가 좋다… 욕구에 너무 솔직해서 웃기고, 자신과 사건을 파고 파다가 거의 인류학자가 되어버리는 지점이 좋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조금 훑어보고는 바로 주문을 했다. 이 책은 연인이 벗어놓은 옷과 신발, 어질러진 식탁과 복도를 찍은 사진들이 실려있고 그 사진들을 전시장 도록처럼 설명하다가 장면이 이끄는 이야기로 흘러간다. 탐미적인 연인들이 옷을 정신없이 벗어 던지고 사랑을 나눈 후, 그날 밤의 흔적들을 범죄 현장인 양 진지하게 사진으로 남기는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 미친 사람들 같다. 그리고 미친 여자가 쓰는 미친 글을 사랑하지 않기란 어렵다.
프레드 울만 저/황보석 역 | 열린책들
충격적인 반전으로 유명한 중편 소설. 뭐 얼마나 반전일까 생각하며 읽다가, 마지막 그 한 문장에 그만 움직일 수 없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역사 속에서 사춘기 소년들이 어떤 것을 느끼고 변화하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다소 표면적으로 요약할 수 있겠지만 두 소년의 우정이 아름답고 재미있어서 술술 읽힌다는 점을 먼저 강조하고 싶다. 이 정도 우정이면 거의 러브 스토리 아니야? 하며 낄낄 웃으며 따라가다가 이거 러브 스토리였네… 하며 울면서 닫게 되는 책.
씨네21 편집부
최근 1년 동안 내가 가장 잘 쓰고 싶었던 글은 《씨네 21》 에세이 지면 연재였다. 국내 유일의 영화 주간지로 종이책이 매주 나오고 있는 이 매체에 나는 존경심을 느낀다. 어린 시절 학습지처럼 부지런히 읽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도 있지만, 생각보다 밀리지 않고 꾸준히 읽고 있다. 당연히 영화를 주제로 한 잡지지만 보려고 마음먹는다면 이 렌즈를 통해 현재의 세상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올해 4월 동안에는 30주년 특집 4부작(?)으로 매주 풍성한 기사들을 만날 수 있다. 날카롭고 지적인 논평들 속 1g의 유머가 풍미를 더한다.
하은빈 | 동녘
가슴이 벅벅 찢어질 것 같다. 장애인-비장애인 연인의 사랑 이야기에 너무 슬퍼하는 건 좀 별로인 것 같아서 정치적 올바름을 찾아야 할 것 같다가도 그런 거 다 치우고 그냥 엉엉 울고 싶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결심한 사람이 모든 걸 자기 탓으로 돌려봐도 성에 안 찰 정도로 괴로워하는 자학의 언어가 이상하게 아름다워서 말리는 것도 잊은 채 감탄하게 된다. 게다가 장애인 돌봄 당사자성 개그가 웃기기도 하여 독자를 (좋은 의미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든다. 장애인이 살아가기에 너무한 세상과 실패라고 말하기에는 너무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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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낙관적인 케이스
출판사 | 알마
사진의 용도
출판사 | 1984Books(일구팔사북스)
[예스리커버] 동급생
출판사 | 열린책들
씨네21 (주간) : 1503호 [2025]
출판사 | 씨네21
우는 나와 우는 우는
출판사 | 동녘

김사월
한국의 싱어송라이터. 2014년 김사월 × 김해원의 [비밀]로 데뷔. 프렌치 팝과 록의 영향을 받았지만, 기본적으로는 포크 송을 쓴다. 정규 앨범 [수잔], [로맨스], [헤븐], [디폴트]를 발표했다. 가끔 목소리나 편곡으로 다른 이들의 음악에 서포트를 한다. 가끔 수필을 쓰거나 영화 음악을 만든다. 그리고 안 해본 것도 재미있어 보이면 한다. 잘 웃고 잘 울다가 뭔가를 기록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