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감각. 이 키워드는 좁게는 패닉 앳 더 디스코의 음반을, 넓게는 패닉 앳 더 디스코의 이력을 능히 설명한다. 브랜든 유리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컬러를 내려놓은 적이 없다. 특유의 이모(Emo) 스타일을 사운드와 멜로디에 내재시켜 늘 자신의 음악을 지탱하도록 해왔다. 그리고 동시에, 이 반짝이는 재능을 지닌 패닉 앳 더 디스코의 지휘자는 자신의 음악적 근간을 쉽게 노출하지 않는다. 새 작품을 낼 때마다 앨범에 바로크 팝을 덧씌우기도 하고 신스팝과 뉴웨이브, 일렉트로니카를 덧입히기도 했다. 덕분에 밴드의 음악은 한 쪽으로 쉽게 치우쳐지지도 않게 됐을뿐더러 다양함을 충분히 확보할 수도 있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저변을 넓힘으로써 패닉 앳 더 디스코는 더 많은 대중과의 접점을 마련하는 효과까지도 가져오게 됐다.
이는 이번 음반,
브랜든 유리는 훌륭한 팝 아티스트다. 패닉 앳 더 디스코를 메인스트림에 올려놓은 뒤에도 자기 색을 잃지 않았으며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늘 여러 옷을 갈아입고자 시도했다. 게다가 그는 늘 잊지 않고 앨범에 좋은 멜로디를 심어놓는다.
준수한 역량이 수록곡 전반에 고루 배어있다. 킬링 트랙도 분명히 존재하며 그 외의 트랙들과의 편차도 그리 크지 않은 선에서 이루어졌다. 이모 팝이라는 색이 분명한 스타일이 앨범의 운신 범위를 조금은 좁힐 수 있겠다마는 그리 큰 문제로까지 작용하지는 않는다. 듣기 좋은 팝 사운드가 기저에서 위험도를 가라앉힌다. 잘 만든 앨범이다. 뚜렷하게 변화를 부여하고 견고하게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내적으로도 성장을 이룬 데다 대중과의 높은 조응도도 획득하며 외적으로도 상당한 의의를 남겼다. 작금의 팝, 록 신의 대표자 지위를 향해 패닉 앳 더 디스코는 이렇게 또다시 한 걸음 나아간다.
2016/01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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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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