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보다 책을 ‘쪼끔’ 더 좋아하는 3명이 매주, 책을 1권씩 추천합니다.
매우 사적인 책 추천이지만, 정말 좋은 책, 재밌는 책, 정말 읽으려고 하는 책만 선별해 소개합니다.
이원식 씨의 타격폼
박상 저 | 이룸
삶의 목적은 행복(또는 쾌락) 추구에 있다는 그리스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본질은 고통이라 여기는 인도 세계관에 심정적으로 끌리는 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나의 기준이 세워졌는데, 좋은 글이란 무조건 웃겨야 한다. 이 무슨 논리적 비약이냐고 물으신다면, 삶이란 어차피 괴로움의 연속이기에 그 괴로움을 잠시라도 잊게 하려면 좋은 글이란 모름지기 웃겨야 한다고 답할 수 있겠다. 어처구니 없이 웃긴 소설집 『이원식 씨의 타격폼』은 그런 점에서 좋은 글이다. 유치하지만 곱씹으면 자기 전에 이불킥 몇 차례 쏟으며 깔깔거리다 밤을 새고 만다는 박상표 언어 유희, 웃픈 상황 묘사는 단편에서도 어김 없이 쏟아져 나온다. 다만 단점이라면, 이원식과 이원석은 둘 다 흔한 이름이라 제목을 자주 헷갈려서 원하는 책을 검색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는 점, 정도가 있겠다. (드미트리)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안정효 저 | 모멘토
좋은 글은 멋 부리지 말아야 한다고 누누이 들었다. 부사를 줄이라고도, '것'을 박멸하라고도, 문장은 최대한 짧게 쓰라고도, 계속 들었다. 들어서 잘 되면 12년 동안 의무교육으로 영어를 배웠는데 다들 네이티브가 되었겠지. 굳이 이런 지식을 들먹이느니 지금 한 문장이라도 더 쓰는 편이 낫다. 그래도 글쓰기 책이 필요하다면 얼른 쓰라고 엉덩이를 뻥뻥 차주는 책이 좋은 책이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추천할까 한참을 고심했으나, 역시 한국어로 글을 쓰려면 한국어 화자가 쓴 책이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엉덩이를 때린다. 그나저나 많이 맞긴 맞았는데 여전히 좋은 글이 안 나온다. 책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면. 끝내라." 라고 했으므로 미진하지만 여기서 끝내야겠다. 또한, "쓰고 싶은 얘기를 다 썼으면. 훌훌 털고 자리에서 일어서야 한다. 자꾸만 살을 붙이면 그 작품은 너덜너덜해진다." 하지만 계속 쓰고 있다. 역시 좋은 글을 쓰기란 힘들다. (바셀린)
글쓰는 여자의 공간 : 여성 작가 35인, 그녀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들
타니아 슐리 저/남기철 역 | 이봄
나는 언어에 무척 민감한 사람이다. 유년시절부터 책을 읽어왔고,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빨리, 그리고 많이 책'등'을 봐야 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지난주는 설을 앞두고 있는 토요일이었고, 몇 년간 늘 그래왔던 것처럼 - 놀랍게도 그렇다. - 일간지들의 북섹션을 챙겨보다가 이 제목에서 한 번 멈췄다. 『글쓰는 여자의 공간』이라니. 자고로 버니지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역시 그러했고, 글쓰는 여자들에겐 어째서 '공간'이란 왜 이리 상징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일까. 내가 사랑하는 글을 쓴 한나 아렌트, 수전 손택은 물론이고 처음 들어보는 작가들의 이름도 이 책에는 많았다. 모르는 작가들의 공간과 작품을 썼던 공간, 그녀들의 배경을 소개해주는 책. 치열한 글쓰기의 공간에서 되짚어 보는 작가들의 삶이란 어쩜 다들 이렇게 매력적인지. 아니면, 이 책을 쓴 타니아 슐리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내가 몰랐던 10명 남짓의 새로운 작가들의 책이 진심으로 궁금해졌을 수도. 그녀의 말마따나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거듭된 이사와 책 정리를 거치고도 여전히 그녀 곁에 남아 있는 책들'이란다. 당신도 이 책을 덮는 순간, 그녀들이 궁금해질 것이고, 그녀들이 써 내려간 이야기를 찾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그녀들처럼 글을 쓰고 싶어질 것이다. 나처럼. 비단 좋은 글이 아니더라도 쓰고 싶고, 표현하고 싶고, 기록하고 싶다. 나는 좋은 글이란 그런 사소한 욕심과 집착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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