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헤론 오블리비언의 음악은 그리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사이키델릭 록이 주는 공간감 가득한 사운드와 우주적인 컬러, 여기에 포크록을 섞어 여유 있는 구성, 차분한 분위기까지 함께 가져가는 스타일링은 이들뿐만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 세대의 밴드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전법이다. 비단 다른 밴드뿐이겠는가. 헤론 오블리비언 자신들이 거쳐 왔던 코멧츠 온 파이어, 식스 오르간스 오브 어드미턴스, 식 알프스와 같은 팀들도 비슷한 성향의 음악을 보여 오지 않았나.
결국 크게 새로운 것은 없다. 이들의 음악을 하나하나 잘게 해체했을 때 보이는 몽롱하게 휘청거리는 전반의 톤, 사이키델리아의 전통을 이어가는 기타 솔로,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러닝 타임, 널찍한 사운드스케이핑과 같은 요소들 모두 밴드의 과거 족적에 존재해왔고 현재 주변 환경에 존재한다. 그러나 멀리 떨어져서 전체를 조망해보면 이들의 음악은 조금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오랫동안 사이키델릭 록, 사이키델릭 포크의 여러 유형에 손대며 획득한 경험의 산물을 멤버들은 헤론 오블리비언의 영역에 모두 쏟아붓는다. 여기에는 기타리스트 노엘 본 하몬슨과 베이시스트 에단 밀러가 몸 담았던 코멧츠 온 파이어의 강렬한 환각 사운드와 보컬리스트 메그 베어드가 활동했던 에스퍼스 목가적인 사운드가 다 같이 들어있다.
어느 성분을 특히 강조할 것인가에 관한 접근이 아닌, 어떻게 모든 성분을 살릴 것인가에 관한 접근이 앨범에 놓여있다. ‘특이한 무언가’가 있어야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는 네오 사이키델리아의 현 지형도에서 헤론 오블리비언의 사운드가 그래서 독특하게 보인다. 세부 요소들이 모두 생동감 있게 움직일 수 있는 데에는 강약을 분명하게 조절하며 강조점을 확실히 드러내는 운용방식이 주요한 관건으로 자리한다. 밴드 사운드의 전면에 있는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메그 베어드의 보컬과 과격하고 날카로운 노엘 본 하몬슨의 기타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가라앉는 심상을 강조할 때에는 메그 베어드의 가느다란 목소리만이 허공을 울리고 폭발하는 이미지를 강조할 때에는 노엘 본 하몬슨의 폭발하는 연주만이 공중을 가로지른다.
진행에서의 적절한 파트 배치가 좋다. 기타가 뿜어내는 독보적인 강렬함도, 보컬이 자아내는 고요함도 모두 살아있다. 여기에 무겁고 어둡게 앰비언스를 구축하는 배경의 우주적인 사운드도 공간을 넓게 확보한 덕분에 무난하게 제 실재를 알린다. 물론 전개의 주도적인 역할을 노엘 본 하몬슨의 기타 사운드가 맡고 있다는 점에 있어 모든 단위들이 같은 비중의 중요도를 가져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전체의 큰 그림 속에서 특색이 서로 다른 단위들은 명확하게 각자의 소리를 내고 있다. 상당한 균형감이 헤론 오블리비언의 음악을 뒷받침하는 셈이다. 점층적으로 소리를 쌓아가며 힘을 모으다 기타 솔로잉에서 마침내 에너지를 터뜨리는 「Beneath fields」, 공격적인 메인 리프가 일품인 「Oriar」, 노이즈 록에까지 행동반경을 넓히는 「Faro」 등이 이들의 미학을 멋지게 설명한다.
2016/03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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