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 보면 관계와 역할 분담에 급격한 변화를 주는 과도기를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된다. 과도기는 주로 결혼, 임신, 출산, 이사, 이직, 사별, 퇴직, 자녀의 출가와 같은 ‘중대한 일’과 함께 찾아오고, 중대한 변화는 관계에 난관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과도기를 가장 아름답게 통과하는 방법은 시간을 오래 두고 그 기간을 여유롭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과도기가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하면 다급함도, 답답함도 조금은 사라진다. 그러면 적응할 시간도 생긴다.
예를 들어 아이가 태어나는 일은 어느 부부에게나 적응이 필요한 일대 사건이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많은 부부가 정서적으로 아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아이가 부부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른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흔히 인생이 자녀의 탄생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들 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중요한 과도기도 마찬가지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도시에 전근을 와서 외로움과 막막함을 느낀다든지, 사랑하는 가족이 곁을 떠났을 때 찾아오는 우울감은 직접 겪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아기가 태어나는 것은 분명 인생에서 가장 마법 같은 순간이다. 하지만 새로운 난관도 많이 생긴다. 아이를 돌보느라 잠도 못 자고 피로에 절게 되면 스트레스 때문에 금실이 좋은 부부조차 시험에 들 수 있다. 특히 일부 남성들은 이 시기를 껄끄럽게 여긴다. 어떤 남성은 아내가 아이를 돌보는 것을 흐뭇하게 여기지만 또 어떤 남성은 처음 1년간 아내를 아이에게 뺏겼다는 생각에 큰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낀다.
돌아보면 우리 부부가 그 시기를 원만하게 보낸 이유 중 하나는 과도기를 위해 많은 시간을 내기로 함께 다짐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예전과 같을 거라는 기대를 버리고, 지금의 삶과 이전의 삶을 비교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 결심이 큰 도움이 됐다. 새로운 사건이 끊임없이 생겼지만, 낯선 생활에 불만을 품지 않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우리는 처음 아기를 낳은 젊은 부부들에게 이 경험을 많이 나누었다. 그리고 거의 예외 없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 방법은 거의 모든 과도기에 적용할 수 있다. 친구 커플이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새로 가야 할 곳은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이라 거처를 옮기는 데 걱정이 됐지만 그들은 낙담하거나 미리 겁먹지 않고 과도기를 위해 시간을 내라는 이야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자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 처음에 그들은 삶이 금세 예전처럼 만족스러워질 거라 생각하지 않고 과도기 적응 기간을 두기로 했다. 최소 1년 동안은 안정감을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긍정적인 경험을 할 때마다 그렇게 기쁘고 감사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느긋한 마음으로 기대를 내려놓으니 예상치 않았던 기쁜 순간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순조롭게 새로운 삶에 적응하여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
과도기는 과속방지턱과 같아서 속도를 줄이고 접근해야 한다.
삶이 그대로 유지될 거라고 생각하거나 익숙한 삶으로 돌아가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 겁먹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과도기를 위한 시간을 내다보면 무용수처럼 우아하게 다음 스텝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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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칼슨/크리스틴 칼슨
행복하고 충만한 인생을 사는 법을 가르치는 최고의 행복만들기 전문가. 1961년 5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잡지 [PEOPLE]에 가장 주목받는 사람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고, 오프라 윈프리, 투에이, CNN등의 유명 방송쇼에서 단골손님으로 초대되어왔다. 지난 2006년, 『스크루지 길들이기』를 홍보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발 뉴욕행 비행기에 올라탄 그는 비행 중 폐색전이 발작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 땅에서의 그의 마지막 모습은 하루하루 일상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