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섞인 샹송과 사이키델릭한 연주곡이 공존한다. 팝과 영화 음악의 경계를 오가는 몽롱한 분위기가 불규칙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은 타블로와 페니의 프로젝트 앨범
흔히 가요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승전결의 구조와 점차적인 곡의 발전 양상을 배제했다. 사적인 이야기를 품은 듯 은근한 속도로 풀어나가는 진행, 여기에 다양한 소리를 혼합한다. 이 음반에는 캐럴에 쓰일 법한 종소리, 아이시(icy)한 전자 스트링, 정확한 음고를 드러내지 않은 효과음이 즐비해 있으며, 색소폰, 베이스를 비롯해 날카롭게 꽂히는 기타와 파동이 큰 스네어 드럼까지 출현한다. 흑백의 앨범 표지와 비교해 이질감을 낳는 찬연함. 실제 악기와 전자음이 뒤섞여 만들어진 색색의 덩어리는 실로 화려하다.
수많은 디테일이 모여 있음에도 부분보다 전체가 보인다. 그 이유는 음악의 골격이 되는 큰 리듬의 틀이 정박을 해치지 않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덕분에, 악기 소스들이 촘촘히 배치되어 있어도 지치지 않고 오래 듣기에 좋다. 보컬을 포함해 각각의 악기마다 고유의 멜로디를 부여한 것과는 별개로, 선(line) 대신 집합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다만 음반이 내포한 캐릭터에 관련해 구체적인 서술은 피한다. 곡 제목에 「서울'과 「파리'라는 직접적인 지명을 언급하고 있지만, 표면적인 텍스트 변화를 제외하고 두 도시의 궁극적인 다름에 대해서는 묘사하지 않는다. 절이 넘어가며 가사가 프랑스어에서 한국어로 바뀌는 「반딧불의 메아리」는 단지 언어의 차이만 생길 뿐, 음악 어법의 변화는 부재하다. 비록 의도된 설정일지라도, 뛰어난 미적 감각 대비 공간적인 캐릭터가 약화되는 결과를 일으켜 아쉽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타지'가 아닌 '타인'이다. 이 선명한 창작물은 듣는 이들에게 각자의 “미셸”('퐁네프 다리'에 등장하는 대상)을 떠오르게 하는 촉매제로써 꽤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시각과 서사의 일렉트로니카. 지나간 날들에 자리한 오브제를 살뜰히 모아 단번에 풀어놓는다.
2016/04 홍은솔(kyrie17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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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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