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서울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맘마미아!>가 6월부터는 여수, 광주, 창원, 전주, 울산 등 지방 투어에 나선다. <맘마미아!>는 1999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뒤 지금까지 49개국 400여 개 도시에서 공연됐고, 국내에서는 2004년 처음 소개된 이후 공연 때마다 흥행에 성공하는 효녀 뮤지컬. 그리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미난 스토리와 그 이야기에 딱 들어맞는 스웨덴 출신 아바의 히트곡들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강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올 여름, 국내에서는 <맘마미마!> 외에도 화제의 주크박스 뮤지컬들이 한바탕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동전을 넣고 유행하는 노래를 골라 듣던 주크박스에서 비롯된 말로, ‘익숙한 넘버’가 가장 큰 장점이다. 극과 음악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완벽하게 잡아야하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미 한 마리 토끼는 잡고 시작하는 셈이다. 그래서 ‘어떤 가수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큰 홍보수단이지 않던가. 특히 올 여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주크박스 뮤지컬은 그 ‘어떤 가수’가 어마어마하다.
비틀즈 뮤지컬 <렛잇비>
요즘 국내에서는 때 아닌 비틀즈 열풍이 불고 있다. 비틀즈의 노래야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인기지만, 최근 다양한 형태로 비틀즈의 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단 지난 2월 우리나라에서도 비틀즈 음원에 대해 정식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뤄지면서 비틀즈의 음악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고, 5월 초에는 영화 <비틀즈 : 하드 데이즈 나이트>가 개봉했다. 리처드 레스터 감독이 50년 전 연출한 전설의 음악영화 <비틀즈 : 하드 데이즈 나이트>는 1964년 개봉했지만 국내에는 이번에 처음 소개된다. 당시에는 아이돌이었던 비틀즈 멤버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음반 'Hard Day's Night'에 수록된 노래들로 채워진다. 특히 영화에 직접 출연한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의 개성 가득한 50년 전 풋풋한 모습은 반가움과 아련함이 뒤섞인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런가하면 뮤지컬 <렛잇비>는 지난 2012년 9월, 비틀즈 결성 50주년을 기념해 영국 런던에서 초연됐다. 국내에서는 5월 대구와 서울에서 영국 오리지널 팀의 내한공연으로 만날 수 있다. 보통의 주크박스 뮤지컬이 인기 가수의 노래에 새로운 극을 입혔다면 뮤지컬 <렛잇비>는 비틀즈 결성부터 해체까지의 과정을 ‘Hey Jude’, ‘Yesterday’, ‘Let it be’, ‘In My Life’ 등 그들의 인기 노래 40곡으로 풀어냈다. 그래서 콘서트형 뮤지컬이라고도 부른다. 내용보다는 노래에 포커스를 맞춘 셈이다. 보통 2~3달 장기적으로 공연되는 일반 뮤지컬과 달리 이 작품은 대구와 서울에서 총 5일간만 무대에 오른다. 음악뿐 아니라 극의 소재까지 비틀즈의 이야기이니 무대에 등장하는 인물도 당연히 비틀즈 멤버.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가 주인공이다. 이 경우 배우들이 비틀즈 멤버들의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지, 그들의 노래를 얼마나 제대로 불러줄 수 있는지가 공연의 성패를 좌우할 텐데, 이번 무대에는 초연 때부터 함께 한 루벤 거손, 이안 가르시아, 폴 매니언, 스튜어트 윌킨슨이 참여한다. 캐스팅 당시부터 비틀즈와 비슷한 외모, 목소리, 연주 실력에 중점을 두고 뽑았단다. 초연 이후 미국 브로드웨이와 독일, 일본, 프랑스 등에서도 2백만 명 이상이 관람하며 호평을 받았다고 하니 실제로 얼마나 비슷할지 궁금하다. 특히 비틀즈가 발매했던 각 앨범 재킷 사진을 모티브로 각 앨범 별로 바뀌는 비틀즈 멤버들의 헤어스타일과 의상도 그대로 구현되며, 무대 옆 빈티지 TV에서는 실제 비틀즈의 결성부터 변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도 함께 상영될 예정이다. 제작진의 말대로 100%의 싱크로율이라면 관객들도 1960년대로 돌아가 비틀즈와 함께 라이브 콘서트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 않을까.
뮤지컬 <올슉업>
비틀즈 멤버들에게도 우상이었다는 엘비스 프레슬리. 1954년 데뷔곡인 ‘Heartbreak Hotel’로 단숨에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엘비스는 이후 ‘Hound Dog’, ‘Don’t Be Cruel, ‘Love Me Tender’ 등 잇달아 히트곡을 발표하며 빌보드 차트 10위권 안에 36곡, 1위만 17곡을 올렸고, 미국에서 1억 장 이상, 전 세계적으로는 10억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로큰롤 역사의 포문을 연 엘비스 프레슬리는 한껏 폼 잡는 풋내기 청년으로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05년 미국 브로드웨이에 이어 2007년 국내에서 초연된 뮤지컬 <올슉업>은 공공장소에서 과도한 애정행각과 큰 소리로 노래 부르기, 괴상한 패션으로 교소도에 수감됐던 엘비스가 석방된 뒤 오토바이를 타고 한 마을에 도착해 벌이는 엇갈린 러브라인을 코믹하게 담아냈다.
극에 맞게 음악을 만드는 일반 뮤지컬과 달리 이미 존재하는 노래에 스토리를 맞춰야 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에서는 사실 극의 치밀함과 높은 완성도까지 기대하기는 힘들다. <올슉업> 역시 스토리는 좀 유치한 감이 있지만 그때마다 치고 나오는 ‘All Shook Up’, ‘C’mon Everybody’, ‘Can’t Help Falling In Love’ 등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 20여 곡은 역시 이 작품의 든든한 무기가 아닐 수 없다. 또 다소 느끼한 엘비스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해 내는 배우들의 코믹 연기를 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는 법. 그래서 뮤지컬배우와 함께 인기 가수들이 엘비스를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공연에도 가수 휘성, 인피니트의 김성규는 물론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최우혁 씨가 능글맞음의 정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뮤지컬 <페스트>
올해 국내 무대에 오르는 주크박스 뮤지컬 가운데 가장 궁금한 작품은 바로 <페스트>가 아닐까 한다. 6년의 준비 기간 끝에 오는 7월 공연을 예고하고 있다. 뮤지컬 <페스트>는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의학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미래 첨단 도시에서 수백 년 전 창궐했던 페스트가 발병한다는 설정의 이야기. 이 작품은 라이선스나 오리지널 팀의 내한공연이 아니라 국내 창작뮤지컬인 데다 다름 아닌 가수 서태지 씨의 음악이 넘버로 사용돼 그간 기대와 궁금증을 키워왔다. 카뮈의 소설과 서태지의 음악이 뮤지컬화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 하지만 서태지 씨는 뮤지컬 제작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 초기 단계에서 대본을 확인하고 자신의 음악이 어떤 식으로 어우러지는지에 대한 확인만 했을 뿐 음악 편곡이나 프로듀싱 등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다양한 장르와 독특한 형식의 그의 음악들은 기본적으로 멜로디라인과 가사는 바뀌지 않는 상태에서 뮤지컬 무대에 맞게 편곡돼 한 편의 극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뮤지컬 <페스트>는 오랫동안 기대를 모았던 작품인 만큼 캐스팅도 주목받았다. 베테랑 뮤지컬배우들은 물론 연예계 배우들도 이름을 올렸는데, 의사 리유 역에는 김다현, 손호영, 박은석 씨가, 기자 랑베르 역에는 김도현, 윤형렬 씨가 캐스팅됐고, 카뮈의 원작 소설에서는 남자였지만 뮤지컬에서는 여성 식물학자로 등장하는 타루 역에는 오소연, 피에스타의 린지가 참여한다. 5월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이들이 무대 위에서 어떤 합을 이룰지, 무엇보다 서태지의 음악이 뮤지컬에서 어떤 빛깔로 노래될지 기대된다.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매사냥꾼
2016.05.19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