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명의 ‘청년 기획단 너랑’ 멘토들
면역력이 약한 사람한테 독감이 잘 전염되듯, 자기만의 뚜렷한 목표와 꿈이 없다면 진로 문제에 대해 막연히 걱정만 하는 ‘걱정, 불안’ 증세에 시달릴 수 있다. 『진로스타그램』은 ‘주체적으로 미래를 디자인해 가는 삶은 행복하다!’는 모토 아래, 20대 멘토 9명이 9개의 키워드로 전달하는 실질적이고 실질적인 9가지 꿈 설명서다.
책을 집필한 ‘너랑’은 10대를 위해 다양한 행사와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청년기획단으로, 그동안 만 명이 넘는 10대를 만나 멘토링 활동을 했다. 기존의 성공담을 들려주기보다 지금 10대가 품고 있는 고민에 귀를 기울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나누기 위해 10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고자 한다.
10대의 진로상담과 멘토링 사업을 해야겠다고 시작한 계기나 이유, 목적이 있었나요?
저희가 10대 시절을 떠올리면서 "그때 내게 가장 필요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를 고민하던 게 시작이었어요. 특히 고등학생들한테 진로라는 것이,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일이면서도 한없이 멀게 느껴지는 거잖아요. 다들 주변에서 진로를 결정하라고는 하는데,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이걸 배우려면 어떤 과를 선택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 학과를 선택하면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되는지도 모르겠고 안갯속에 있는 것 같았죠. 이미 직업을 가지고 나름 성공적으로 살고 계신 분의 강연을 들어도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것이, 일반적인 루트로 꿈을 이룬 듯이 보이지도 않았고, 나와는 다르게 뭔가 비범해 보였거든요. 그래서 진짜 내가 원하는 학과에 먼저 간 대학생 언니 오빠들과 대학 생활은 정말 그런지, 그 과에선 무엇을 배우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학과를 잘못 선택해서 방황하는 대학교 친구들이 참 많더라고요. 정보가 충분하지도 않았고, 학과는 상관없이 점수에 맞춰서 일단 대학을 입학하는 데에 급급했던 거죠. 그런 친구들을 보며 20대만이 10대에게 전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반드시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전해 주고자 하는 메시지에 다양한 여러 사람이 함께한다면 청소년들에게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요.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작곡가, 대안학교를 졸업하신 분도 있고 유명대학교를 나오신 분도 있습니다. 같은 팀과 또래라도 서로 다른 점이 있을텐데요. 각자의 멘토링 방법도 다 다를 것 같습니다.멘토링이나 강연을 나갈 때 어떤 식으로 작업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너랑’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꼽는다면 말씀하신 것처럼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멘토들이 함께한다는 점이죠. 모든 멘토가 자신의 키워드에 맞게 멘토링 속 작은 활동을 준비한답니다. 예를 들어, 종이비행기 국가 대표 이정욱 멘토는 멘토링 전날 친구들에게 접어 줄 종이비행기를 하나하나 접느라 밤을 새고, 멘티들과 다 함께 멘토링 시간에 자신의 꿈을 적어 멋지게 비행기를 날리죠. ’목표’라는 키워드로 멘토링을 진행하는 민사고 출신 김지수 멘토는 자신의 목표 없던 지난 학창 시절의 삶을 이야기하며 친구들에게 각자 목표를 적어 보는 시간을 준답니다. 이처럼 각자의 멘토링 방식은 다르지만, 청소년 친구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더 멋지게 그릴 수 있도록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건 같습니다.
매번 멘토링을 나가기 전 다 함께 모여 가상의 멘토링을 진행합니다. 멘티가 남학생들인가, 여학생들인가, 몇 학년인가에 따라 매번 늘 더 공감 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멘토링을 수정하고 다듬는 과정을 거치죠. 그들이 꼭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저희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요.
체험 실습 위주의 너랑 클래스 ‘종이비행기로 과학 알기’를 진행하는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이정욱 멘토
기억에 남는 멘토링 사례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단순히 규모가 큰 행사나 몇백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 멘토링보다는, 너랑을 통해 행복해하는 학생들을 만났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납니다.
작년 겨울, 작은 카페를 빌려 30명의 중학생 친구들과 그룹 멘토링을 진행했습니다. 유독 한 친구가 무언가 말할 듯 말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멘토링이 모두 끝나자 친구는 본인이 음악을 너무 하고 싶은데 부모님께서 반대하셔서 꿈을 향해 노력하기가 어렵다는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자신 없어 하는 친구를 중심으로 당시 카페에 있던 모든 너랑 멘토들이 뭉쳐서 어떻게 부모님을 설득시키는 것이 좋을지, 음악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다짐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 방법이 있는지 등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 친구는 서툴지만 자신의 힘으로 부모님을 설득했고, 현재는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음악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의지가 약해지거나 또 다른 고민이 찾아와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꾸준한 연락을 통해 매번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10대 청소년은 하고 싶은 게 없거나, 반대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갈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경우에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사실 하고 싶은 게 없거나,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경우 모두 같은 답변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그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우리의 일상은 경험의 연속이에요.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어디를 다녀왔는지 모두 하나의 경험이죠. 이렇게 자신이 이미 겪은 경험들을 돌이켜 보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찾을 수 있어요. 일련의 경험에서 본인이 무엇을 얻고 느꼈는지를 떠올리다 보면 자연스레 그 일을 또 한 번 겪어 보고 싶은지 등을 알 수 있고, 한 번 더 겪고 싶은 경험이 정리되었다면 노트에 낙서하듯이 적어 보길 추천합니다. 무수하게 나열된 경험 옆에 마인드맵을 그리듯 그 일이 자신에게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미칠 영향 혹은 그 일에 대한 정보들을 적다 보면 숱하게 가지를 뻗고 있는 일이 유독 눈에 띌 거예요. 그 일을 가장 먼저 하면 돼요. 무의식중에 자신이 원하는 그 일에 대한 정보를 뇌는 기억하고 있었던 거죠. 마인드맵을 그리는 과정에서 무의식이 의식으로 바뀌게 된 거고요. 하고 싶은 게 없거나,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친구들 모두 지금 당장 종이에 낙서를 해 보길 추천하고 싶습니다.
기획단 모두가 20대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학생 신분도 있다고 들었는데, 사업을 하시면서 재정적 어려움이나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진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학생의 경우 학업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학업과 일을 병행하면서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너랑에서는 이를 고려해서, 되도록 각 개인의 사정에 따라 온라인 업무를 주로 맡기기도 하고, 시기에 따라 업무량 등을 조절하여 배분하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어려움의 경우, 많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공통으로 겪는 일인 것 같습니다. 너랑의 경우 오히려 학생이 있기 때문에 해당 대학교의 창업 지원을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구성원이 20대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가운데 학생 신분도 있기 때문에 너랑이 여타 스타트업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최종 꿈이 대기업 직원, 공무원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라고 표지에 적혀있습니다. 어쩌면 ‘헬조선’이라 불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고 꿈을 향해 도전하라는 건 일부 기성세대의 자기 개발 레토릭과 비슷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었죠. 한때 이 문장은 비록 아프고 힘들지만 청춘이니까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다는, 어떤 멋진 어른에 의한 막연한 힐링의 메시지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때로 이 문장은, 청춘이라면 젊고 순수하고 도전적이어야 하는데 왜 열정과 꿈에 몸을 던지지 않느냐는 기성세대의 핀잔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청소년과 청년에게 이러한 조언은 무척 먼 이야기로 들립니다. 우리 앞에는 이제 노력에 비해 성취하기 어려운 저성장시대, 금수저가 아닌 이상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헬조선’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2016년 청소년 통계에서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1, 2위를 각각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청소년들까지도 ‘헬조선’이라 불리는 암울한 사회의 불안을 깊게 체화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아이들에게 왜 이리도 어린 나이부터 ‘꿈’이 아닌 ‘밥’을 좇느냐고 질책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너랑'은 지금의 청소년과 비슷한 문제의식과 고민거리들을 공유했던, 지금의 청소년과 가장 가깝고 친밀한 세대에 속한 아홉 명의 청년들입니다. 이들 역시 꿈이 밥 먹여 주지는 않는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나, 비슷한 학교와 교육 체계 속에서 지금의 청소년이 마주하는 어려움과 힘듦을 경험하고, 남들이 갔던 길과 가지 않았던 길들 사이에서 ‘꿈’과 ‘밥’의 무게를 재 보았습니다.
결국 ‘너랑’은 ‘꿈이 밥 먹여 주지는 않더라. 하지만 밥이 꿈을 먹여 주지도 않더라'는 깨달음을 얻은 청년들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습니다. 현실의 어려움을 가볍게 여기거나 축소하려는 오만한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더 넓은 세상과 더 많은 길이 있다는 것을 가까이서 차근차근 알려주는 멘토들이 있다면, 청소년이 보다 주체적인 고민을 하고 나아갈 길을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이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청소년에게는 청춘의 활력과 자극으로, 힘들어하는 청소년에게는 비슷한 아픔을 누군가가 똑같이 겪었다는 공감과 위로로, 길 잃은 청소년에게는 새로운 세상과 길을 열어 줄 눈에 보이는 지표로 함께 하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앞으로도 ‘행복할’ 계획입니다. 계획이란 먼 미래가 아니라 현재 진행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너랑은 즐거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에 행복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이 행복을 유지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여기에 청년기획단 ‘너랑’의 계획을 이야기한다면 ‘청소년과 함께 행복할’ 계획입니다.
너랑은 언젠가는 한 나라가 될, 가깝지만 먼 곳에서 찾아온 탈북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로 멘토링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멘토링, 장학금 전달 등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진로스타그램이 다양한 멘토들의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중심으로 들려주는 책이었다면 좀 더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분야를 공통 분모의 멘토들끼리 모여 집필하는 새로운 출판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온라인을 통한 청소년들의 트렌드를 소개하고 알리는 10대 전문 플랫폼을 목표로 웹툰과 청소년 뉴스 콘텐츠 등을 기획 제작하고 있습니다. 10대들과 함께 소통하고, 이 땅의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미래를 디자인해 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너랑은 앞으로도 너랑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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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스타그램청년기획단 너랑 저 | 내인생의책
‘청년기획단 너랑’의 멘토 9명은 이제 갓 10대의 문턱을 넘은 20대 청년들로, 멘토마다 중요한 인생 키워드를 하나씩 내걸고 각자 고민깨나 하며 꿈을 찾아갔던 10대 시절 이야기를 소환한다. 자기와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고민을 한 멘토를 찾아 어떻게 고민을 해결해 갔는지를 엿보고 조언까지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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