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 청순 이후, 「Ah-choo」 이후
개별적으로 봤을 때 곡 하나하나는 준수하지만, ‘Trilogy(3부작)’이라는 서사적인 말에 책임을 질 수 없어 보인다.
글ㆍ사진 이즘
201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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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청순’이라는 포괄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성공은 그 이후가 더 중요하기에, 「Ah-Choo」가 대중의 호응을 얻으며 차트에서 빛을 발하던 때에 고민은 오히려 깊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정비를 거치고 내놓은 「Destiny」 카드는 「Candy jelly love」에서 시작해 「안녕(Hi~)」을 지나 「Ah-Choo」에 도달하면서 형성된 러블리즈 고유의 브랜드와 차별화하면서도 설득력 있다. 시의적절한 감각으로 돌파구를 잘 찾았다.

 

타이틀곡 「Destiny」와 마지막 트랙 「인형」의 관계는 가수 가인의 첫 번째 미니앨범 에 수록된 「돌이킬 수 없는」-「진실」의 스토리텔링적인 성질과 닮았다. 이야기의 핵심 소재로 후자에서 김이나 작사가가 “거짓”과 “진실”을 선택했던 것처럼, 이 앨범에서 전간디 작사가는 달(“너는 내Destiny / 날 끄는 Gravity")과 인형(“난 그대의 인형 / 여전히 그대를 기다려”)의 종속적인 특징에 초점을 맞췄다. 두 작품 모두 윤상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연관 짓지 않을 수 없다.

 

울림엔터테인먼트는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질적 만족감을 선사했다. 넬과 에픽하이가 소속돼있던 시절은 물론이고, 2010년부터 시작된 아이돌 육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보이그룹 인피니트의 성공으로 안정적이었던 회사의 재정 상태, 여기에 윤상 사단 원피스(OnePiece)를 프로듀서로 내세우며 탄탄한 음악성까지 보장된 상황. 러블리즈는 시작부터 화려했고, 이번에도 수준 높은 결과물을 보여줬다.

 

그러나 과연 이 앨범에 ‘New’라는 단어가 어울릴지는 의문이다. 약간의 변칙을 주며 에서 받았던 독창성에 대한 비판은 어느 정도 해결했으나, 「Destiny」와 「인형」 사이에 위치한 네 곡은 전작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던 스타일이다. 「어제처럼 굿나잇」과 「작별 하나」를 잇는 발라드 「책갈피」, 인트로의 피아노가 인상적인 「마음」은 러블리즈 최고의 히트곡 「Ah-Choo」를 의식했음이 보인다. 칩튠 사운드를 도입한 데뷔 앨범의 「비밀여행」에서 멜로디를 강화한 「1cm」, 현악기와 보컬이 주고받으며 섬세하고도 뚜렷하게 등장한 「퐁당」이 간혹 인상적인 지점을 만들었지만, 결코 신선한 어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새롭게 가져온 이미지를 약화할 수 있기에 썩 지지하기 힘들다.

 

반쪽짜리 과감함은 도전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개별적으로 봤을 때 곡 하나하나는 준수하지만, ‘Trilogy(3부작)’이라는 서사적인 말에 책임을 질 수 없어 보인다. 기존의 이미지를 고려해 마련한 안전장치가 흥미를 떨어뜨렸다. 타이틀곡과 비(非)타이틀곡 사이의 이질감을 줄여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큰 그림이 요구된다.


2016/05 홍은솔(kyrie17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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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