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앤 블루스를 넘어, 마이클 키와누카
자신이 훌륭한 송라이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함과 함께 더욱 많은 색깔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의 아티스트라는 점 또한 널리 알린다.
글ㆍ사진 이즘
201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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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으로 마이클 키와누카는 한 단계 더 성장한다. 데뷔작이자 전작인 을 통해서는 옛 리듬 앤 블루스, 소울 사운드를 잘 활용해냈다는 정도의 의미를 획득했다면, 이번 을 거쳐서는 스펙트럼을 다각도로 넓혔다는, 한 발짝 더 나아간 지점에 위치한 의미를 가져온다.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를 작품 전반에 깔아 놓으면서 통일감을 배태시키기도 하고, 기존의 리듬 앤 블루스와 소울 뿐 아니라 펑크(funk), 사이키델릭 록, 심지어는 프로그레시브 록적인 요소까지 끼워 넣으며 장르 운용의 폭을 넓혔으며, 여러 악기와 장치들을 적재적소에서 사용하며 곡마다가 가진 서로 다른 컬러들을 잘 구현해냈다. 스타일링에서의 성과가 이번 앨범에서 특히나 두드러진다.


데인저 마우스와 인플로의 프로듀싱은 마이클 키와누카가 새로운 사운드를 만드는 데에 큰 힘을 보탠다. 2010년대 메인스트림에서의 사이키델리아를 얘기하는 데 있어 빠뜨릴 수 없는 데인저 마우스와 큼지막한 사운드를 능숙하게 만들어내는 인플로는 마이클 키와누카의 레트로 리듬 앤 블루스에 입체적인 텍스처를 멋지게 덧입힌다. 널찍하게 펼쳐놓은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오르간, 마이클 키와누카를 둘러싸는 보컬 코러스, 배경 저 너머로 아득하게 퍼져나가는 스트링을 주요한 장치로 활용하며 프로듀서와 아티스트는 앨범에 거대한 규모의 리듬 앤 블루스를 그려넣는다.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곡 「Cold little heart」에 그러한 움직임이 집약돼있다. 수많은 목소리와 현악기를 여러 겹 덧대 만든 소리의 벽과 먼 곳으로 퍼져나가며 공간을 만들어내는 사운드가 10분이 조금 못 되는 프로그레시브 성향의 이 대곡에 우주적인 컬러를 더한다.


음반 전반에 밴 어두운 색채와 무거운 공기, 몽롱한 사운드, 큰 스케일 속에서 다양한 레트로 알앤비, 소울, 펑크 음악이 새롭게 빛을 발한다. 「Grinnin’ in your face」의 손 하우스처럼 단출하게 박수 소리로 곡을 시작해 배킹 보컬과 기타, 퍼커션, 현악기를 차례로 쌓아가는 「Black man in a white world」에서는 점층의 미학이 보이며, 뿌연 톤의 오르간과 리버브 기타가 소울 선율에 어지러운 효과를 얹는 「Falling」과 「I’ll never love」에서는 훌륭한 연출력이 잡힌다. 펑카델릭처럼 느릿하게 밀고 가는 펑크 사운드의 사이사이에 스트링을 멋스럽게 배치한 「Place I belong」과 러닝 타임안에서 여러 차례 악기 편성을 바꿔가며 흐름에 굴곡을 주는 「Father’s child」, 빈티지한 소울과 개러지 록을 결합한 「One more night」 또한 주목해야 할 트랙. 지난 에서의 차분한 소울이 역동적인 사이키델리아로 변모하는 중요한 모먼트들이다.


갖은 장치들로 구현한 웅장하면서도 몽환적인 사운드로 인해 는 얼핏 예술적 성격만이 다분한 작품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이클 키와누카의 송라이팅은 음반을 단순히 수준 높은 사운드 디자이닝의 산물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Love & hate」의 부드러운 멜로디, 「One more night」의 캐치한 멜로디에서 대중적인 작곡가로서의 좋은 면모 또한 확인해볼 수 있다. 이 작품은 훌륭한 장르 앨범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뛰어난 팝 앨범이기도 하다. 아티스트는 디스코그래피의 두 번째 장을 수작으로 기록한다. 그 자신이 훌륭한 송라이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함과 함께 더욱 많은 색깔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의 아티스트라는 점 또한 널리 알린다. 여러모로 좋은 의의만을 남기는 결과물이 탄생했다.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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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카와누카 #송라이터 #소울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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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