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진행된 제2회 예스24 e연재 공모전이 300여 편의 응모작 속에서 최종 수상작 13편을 발표했다. ‘사건과 진실’이라는 주제에 따라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응모된 가운데, 대상으로 선정된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의 ‘달의 나룻터’ 작가를 만나봤다.
먼저 제2회 예스24 e연재 공모전 ‘사건과 진실’에서 대상을 수상하신 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식을 접하셨을 때 어떠셨나요?
감사합니다. 물론 기뻤던 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처음으로 단순하게 느낀 감정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사실은 그 밑바탕에 안도의 한숨이 있었습니다. 스릴러 작가로서 책도 두 권이나 출간했고, 한권은 중국과 태국에 번역 출간되었고, 한 권은 증쇄를 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습니다만,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내가 정말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나, 그동안은 좀 운이 좋았던 것 아닐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물음표가 계속 따라다녔거든요. 수상을 하게 되어 그래서 아주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열심히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독자 분들은 ‘달의 나룻터’라는 필명으로만 작가님을 알고 계실 텐데요. 정식으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실 ‘달의 나룻터’라는 닉네임도 생소하신 분이 많으실 거예요. 웹상에서 달의 나룻터라는 닉네임은 거의 쓰지 않았거든요. 로맨스 작가로 인터넷에서 연재하며 썼던 닉네임도 '붉은강정‘이라는 다른 닉네임이었어요. 왜 쓰지 않는 닉네임으로 썼냐면, 연재 공모전이었기 때문이에요. 웹상에서 있었던 많은 인연들이 찾아와 댓글도 달아주시고 추천도 달아주시면 정말 감사했겠지만, 그건 왠지 제 스스로의 힘은 아닌 것 같았어요. 알려지지 않은 닉네임으로 연재하고, 그 닉네임만을 드러내고 평가 받는 것이 그때의 제 목적에는 너무나 잘 들어맞았습니다.
아참, 제 소개를 해야죠. 본명은 정해연입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대로, 로맨스작가로서 몇 년 인터넷 연재 및 출간활동을 하다가, 2012년경 스릴러 작가로 방향을 전환했어요. 딱히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그때 스릴러 소재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는데,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다 보니 스스로가 느끼는 쾌감도 크고 재밌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스릴러 소설만 적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또 전혀 다른 장르의 이야기가 쓰고 싶어지면 방향을 틀지도 모릅니다. 2012년에 적은 첫 스릴러 소설 『더블』의 출간을 준비하면서 응모한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는데, 그 작품은 청소년문학이었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스릴러 작가라는 이름으로 자기소개 할 때가 가장 좋습니다.
대상 수상작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 드릴게요.
봉명아파트라는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야기가 주된 내용입니다. 한때 형사였던 정차웅이 봉명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그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가까이에서, 혹은 조금 멀리 떨어져 지켜보면서, 풀어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관리사무소 절도 미수사건, 가정방문 교사 실종사건 등 다섯 가지 사건이 배치되어 있는데,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라는 하나의 큰 주제가 다섯 가지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이 다섯 가지 이야기는 때로는 아주 유쾌하게, 때로는 소름 끼칠 만큼 찌질하게, 때로는 무거운 분위기로 이어지도록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라는 특별한 공간을 배경으로 선정하신 이유는 무언가요?
사실 심사평을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작가가 실제로 임대아파트에서 일하는 건가 의심했을 정도였다.” 라는 문구 때문에요. 네. 그렇습니다. 전 실제로 임대아파트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하하. 지금은 분양 아파트에서 일하고 있고요. 제가 일하고 있는 공간을 배경으로 선정한 이유는, 딱히 자료조사를 하지 않아도 돼서……는 아니고요, 몇 년 전 아는 작가님께서, 제가 아파트에 근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파트 관리소와 연관된 소설을 써보는 건 어떠냐고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저에게 매일 매일 출근해야 하는 조금은 지긋지긋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재밌는 스토리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조금 지나 생각해보니 ‘사람 사는 곳에 사건이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어느 순간 하면서, 자연스레 아파트가 떠올랐어요. 지금은 아파트 거주인구가 많아지면서 주택거주형태의 대표 격이 되었잖아요. 관심을 가지니까 다양한 스토리가 많이 숨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다만, 제 소설에 있는 것이 모두 다 현실과 맞지는 않아요. 소설이다 보니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관리사무소 관리과장인 주인공 정차웅이 첫 회에서 야간당직을 서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관리과장은 야간당직을 서지 않거든요.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시는 분이나, 조금 알고 계시는 분들이 보시면 ‘잘 모르고 썼네.’ 하는 생각을 하실 것 같아 마음에 내내 걸렸는데 이 기회를 빌어 ‘나름 문학적 허용’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하.
다양한 에피소드마다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해박한 이해가 돋보이는데요. 영향 받은 작가나 존경하는 작품이 있으신지요?
해박한 이해라고 하니 몸 둘 바를 모를 만큼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작가님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늘 빼놓지 않는 존함이 있어요. 바로 7년의 밤의 정유정 작가님이에요. 정유정 작가님의 [내 심장을 쏴라]를 보면서 생동감 있는 캐릭터는 이런 거다, 라는 것을 배웠고, 7년의 밤을 읽으며, 눈앞에 살아 숨쉬는 것 같은 배경묘사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에 깊은 존경을 느꼈습니다.
다른 장르들에 비해 미스터리는 웹 상에서 아직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온라인에서 연재 형식으로 작품을 쓰실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셨나요?
말씀하신대로 미스터리는 확실히 전자책이나 웹 연재에 아직 시장이 작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스24의 이번 공모전처럼 미스터리 소재로 응모할 수 있는 연재 공모전의 기회도 생겼듯이 앞으로 많은 기회가 국내 미스터리 작가님들과 지망생 분들에게 열릴 것을 기대하고,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이책과는 달리 웹상에서 글을 읽을 때는 가독성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짧지만 임팩트 있는 문장과, 지루하지 않은 적절한 대사처리를 가장 많이 신경 썼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가로 남고 싶으신가요?
제 책을 읽으신 독자 분께서 책을 덮으며 잠깐은 멍하니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아니면 책을 읽으시던 몇 시간, 혹은 며칠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글을 쓰고 싶습니다. 하지만 역시 제가 쓴 책을 덮으며, 이 작가 다음 책도 꼭 사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평생 글 쓰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이렇게 제게 과분한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같이 노력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e연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