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음악계의 시류를 의식한 듯 일렉트로니카로의 노골적인 관심이 음반 전체를 휘감는다. 리드 싱글 「Stars」의 도입부는 EDM의 필수 요소인 빌드업이 등장할 것만 같고, 「Saviors of the world」와 「Famous」의 신시사이저는 리듬 기타를 대신한다. 전자는 프리스타일의 드럼 비트를 코러스에 삽입했으며 후자는 트랜스 뮤직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기타 리프와 드럼머신의 활용을 비롯해 ‘죽음’, ‘전복’, ‘신’ 등의 무거운 주제를 탈피한 가벼운 메시지를 전한다. 밴드의 디스코그래피 내에서 가장 팝적인 곡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
앞서 언급한 트랙들을 제외하고도 「Out of hell」의 거친 디스토션 위를 감싸는 신스 사운드나 「Feel invincible」과 「Back from the dead」에 등장하는 전자 효과들을 종합해보면 이번 앨범은 뉴메탈의 전형성을 확보하고 있다. 랩핑만 없을 뿐이지 과거 록 씬을 흔들었던 성분들이 가득하다. 일렉트로니카와 메탈의 조합으로 구현한 복고적 측면 외에도 밴드는 80년대 헤비메탈의 정취를 담아내는데, 「Out of hell」 후반부에 등장하는 세스 모리슨(Seth Morrison)의 기타 솔로 속주는 참 반갑다.
기존의 앨범들과 상이한 방향성을 지닌 음반이지만 아예 전작과 접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I want to live」는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시도는 좋으나 결과가 새롭지는 않다. 강렬한 메탈 사운드와 건반을 대신한 신시사이저는 꽤나 어울린다. 딱히 귀에 거슬리는 곡은 없다. 다만 누군가가 시도했던, 그리고 한때 메인스트림을 장악했던 검증된 음악의 재편성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것이 뉴메탈이든 얼터너티브 록이라 불리는 것이든. 또한 그 시도가 주류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했다면 편승은 올바른 답이 아니다.
정연경(digikid84@naver.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