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서 읽으면 좋고 아니면 마는 거다”
- 『글쓰기의 최전선』 저자 은유
이게 웬 뚱딴지 같은 말인가. 뭘 권하고 뭘 말 것인가. 바로 ‘책’ 이야기다. 나는 때때로 좋은 책을 읽으면 이 책이 필요할 것 같은 친구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곤 했다. “야, 이 책 진짜 좋아. 네 상황에서 읽으면 딱 좋을 책이야.”라는 이야기는 안 했지만, 넌지시 건넨 책의 후기가 들려 오길 고대했다.
하나 웬 걸. 리뷰를 듣는 경우를 퍼센트로 따져보면 20%가 넘지 않았다. 읽었는지도 안 읽었는지도 모르게 도대체 독후감을 전혀 안 들려주는 내 친구들. ‘아, 나는 저자도 출판인도 아닌데 왜 괜히 책은 선물하고 서운해 할까’, 허탈했다.
오랫동안 공동체에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한 은유 작가를 만나 하소연하듯 물었다. “간혹 좋은 책을 알게 돼서, 그 책이 정말 꼭 필요할 것 같은 사람한테 추천을 해주는데. 사줘도 안 읽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책 선물은 안 하는 게 맞나?”
작가는 답했다.
“나도 한때 그런 집착이 있었는데, 지금은 내려놓았다. 사람들은 자기 싫은 건 안 하고 필요한 건 한다. 책 추천하는 일 되게 용 쓰는 일이다. 내 주관으로 남에게 권유하는 건데, 좋은 건 사람마다 다르고 자기 좋은 건 다 알아서 한다. 이 책이 나한테 필요하다는 건, 마치 영양분이 필요한 것처럼 몸이 필요로 하는 건데,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권해서 읽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마는 거다. 꼭 해야 하는 거, 그런 거 없다. 자기마다 다 다르다. 사람마다 다르다.”
속이 뻥 뚫렸다. 이렇게 당연한 진리를 나는 미처 몰랐다. 그렇다. 사람들은 자기 싫은 건 안 하고 필요한 건 한다. 토익을 꼭 봐야 하면 토익수험서를 산다. 육아가 너무 힘들면 육아책을 산다. 시, 소설? 도저히 읽을 여유가 없는데, 선물 받으면 되려 부담스럽다. 차라리, 커피 쿠폰을 주는 게 낫다. 며칠 전 나는 또 실수했다. 책 읽을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는 직장맘 친구에게 ‘야, 이 책 네가 정말 좋아할 것 같아’라며 에세이를 한 권 보냈다. 나는 기프티콘을 보냈어야 했는데 잘못했다. 친구에게 마음에 부담을 준 나는 배려 없는 친구였다.
책 선물 하지 말자는 뜻은 아니다. 권해서 읽으면 좋고 아니면 마는 거다. 이 단순한 진리를 알고 추천해야, 나도 상처 받지 않고 상대도 부담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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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은유 저 | 메멘토
이 책은 “삶의 옹호로서의 글쓰기”를 화두로 학습공동체 가장자리에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은유의 글쓰기론이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누구나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들, 고민들, 깨침들에 관한 이야기와 지난 4년간 글쓰기 수업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 섬세한 변화의 과정을 담았다.
엄지혜
eumji01@naver.com
상댕
2016.08.25
어떤 일이든 과하게 얽매이지 않는게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완전 놓아버리는 것도 문제가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