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자는 양성애자다. 커버엔 흰 피부와 금발을 가진 남성을 일컫는 ‘Blond’가 적혀있고, 금발의 여성을 뜻하는 ‘Blonde’가 공식적인 이름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동성애와 관련되어 상당히 보수적인 힙합과 알앤비 씬에서 높은 위치에 올라갔음에도 아직까지도 불가항적인 죄의식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이는 그는 종교적인 탄압과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으로부터의 탈출, 즉 열반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고뇌로부터 일시적인 해방을 선사하는 것 또한 그가 손에 쥐고 있는 약물이다. 온갖 치부로 점철되는 선택들은 그에게 불투명한 희망을 곁눈질할 기회를 선사하며, 농담조가 섞인 저속한 단어들을 통해 그 감상을 표현한다.
작가가 아닌 음악가로서의 그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비교적 기시감이 드는 「Pink White」와 「Solo」, 「Self control」을 제외하고는 귀에 쉽게 들어오는 후렴구도 적고 구조의 경계도 뚜렷하지 않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선율감과 미니멀한 사운드는 당혹감을, 도전적이고 전위적인 기운들은 이질감을 선사한다. 전형적인 알앤비의 얼개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힙합의 요소들을 전작보다 적극 수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애매모호함이 음반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같은 장르 뮤지션으로 여겨지는 위켄드(The Weeknd)의
그럼에도 프랭크 오션의 내면세계가 투영된 음악은 다시금 아름답다.
실패의 정서를 오롯이 담아내는 프랭크 오션표 알앤비는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동글
201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