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기본소득은 사회경제적 자립을 의미합니다. 특히 저임금 근로자, 일반 빈곤층, 실업자, 여성 등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현재보다 훨씬 큰 자주적 생존 토대를 부여할 것입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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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권 주자가 난데없이 번역서를 내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부분적 기본소득 정책으로 청년배당 정책을 도입한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 시장은 기본소득에 대한 가장 간결하고 체계적인 입문서라는 생각으로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원제: Basic Income)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마침 지난 6월 이 책의 저자인 기본소득스페인네트워크 대표 다니엘 라벤토스 교수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기본소득을 오래 연구한 학자로서 그는 이 책에 기본소득의 이론적 정당성부터 실현 계획, 숱한 비판에 대한 반론까지 촘촘히 정리했다. 특히 좌우 이념에 갇히지 않고 ‘공화주의적 자유’라는 관점에서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역설한 점이 눈에 띈다. “빈곤한 자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하며 돈을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인간답게 살 자유를 위해 기본소득을 제안하는 라벤토스 저자와 몇 가지 질문들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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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독자들을 위해 기본소득의 개념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모든 인구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입니다. 역사적으로 복지국가에서 제공된 각종 복지수당은 가난이나 실업 등의 특정 상황이 조건으로 따릅니다. 이와 달리 기본소득은 무조건적인 지급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 책의 번역에 동참했습니다. 성남시는 청년배당 등 복지정책을 앞장서 실천하는 지자체이고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시장이 관심을 갖고 이 책을 번역한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미지2.jpg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가 이재명 시장을 만났습니다. 기본소득에 관해 잘 알고 있는 듯했어요. 내 책이 한국어로 출간되면 기본소득 정책을 더 많은 한국 사람에게 알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번역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나는 당연히 영광이라고 답했습니다. 한국에 기본소득의 개념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무척 기쁩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전 세계적으로 큰 사회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하는 데 기본소득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스페인에서 동료들과 함께 조세 개혁을 토대로 한 기본소득 재원 마련 방안을 연구했습니다. 그때 상위 20퍼센트에게서 나머지 80퍼센트에게로 부를 재분배하자고 했는데요. 그런 개혁이 이루어지면 지니계수가 0.25가 되는데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처럼 불평등 정도가 덜한 국가들의 지니계수에 근접하는 수치입니다. 기본소득은 불평등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소득은 가난을 없애고 부의 분배가 좀 더 평등하게 이루어지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경제정책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다만 다른 정책들이 기본소득 제도를 당연히 보완해줘야겠지요.

 

책에서는 기본소득 개념을 ‘자유’와 ‘생존’의 관점에서 이야기합니다. 보통 기본소득이라 하면 급진적인 복지정책으로 여겨지고 진보 진영에서 주장할 만한 내용 같은데, 오히려 공화주의적 자유의 관점에서 말하니 흥미롭습니다. 기본소득 실현에 대한 인식의 출발이 다른 것 같아요. 공화주의적 자유에 대해 좀 더 말씀해주세요.

 

공화주의적 자유는 2,30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인 개념입니다. 내가 정의하는 공화주의적 자유는 물질적으로 생존이 보장되지 않으면 인간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에 바탕을 둡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가진 재산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된 일들을 스스로 관리하는 자주적 상태를 누리지 못하고 타인의 통제하에 살아가게 됩니다. 타인의 권위 아래에 있으므로 고립되거나 그 권위에 복종하는 상황에 처하지요. 즉 공화주의적 자유는 물질적 독립을 기반으로 하며 재산의 불평등한 분배나 양극화 속에서는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기본소득은 사회경제적 자립을 의미합니다. 특히 저임금 근로자, 일반 빈곤층, 실업자, 여성 등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현재보다 훨씬 큰 자주적 생존 토대를 부여할 것입니다. 그리스 전 재무장관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근로자들이 특정 유형의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일자리를 거부할 권리는 여러 사람들이 주장한 개념인데, 한마디로 기본소득으로 개선된 근로자들의 협상력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하위 계층에 현금이 돌면 경제성장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은 하위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닌 전체 경제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물론입니다. 유럽연합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가 처한 상황을 보자면 기본소득은 더 많은 수요 창출을 통해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소위 말하는 ‘낙수효과’와 달리 오히려 소득의 흐름이 상위의 부자들에게 향하다가 부의 축적으로 정체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는 부의 창조를 방해합니다. 상위층으로 가는 돈보다 하위층으로 가는 돈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3배 이상 더 효과적입니다.

 

기본소득을 두고 다양한 반론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근로 의욕이 떨어질 것이다, 부자에게도 주는 것이 맞느냐 하는 의견들인데요.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쪽은 “사람들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대부분 조건적 지급의 경우입니다. 조건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은 누적 효과가 없어서, 즉 기존 소득과 더해졌을 때 정해진 한도에 머물러야 하므로 가난과 실직의 덫에 빠지게 합니다. 아르바이트나 유료 노동을 해야 할 동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면 기본소득은 기본 한계만 정해질 뿐 상한선이 없고, 누구나 그것을 초과해 어떤 종류의 소득이라도 축적할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대체로 유급 노동의 자극제 역할을 하지만 조건적 복지 수당은 노동을 장려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근로 의욕을 저하시킵니다.


기본소득이 부자에게도 지급되는 점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받는 모든 사람들이 이득을 보거나 소득이 더 늘지는 않습니다. 나는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조세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부자들도 기본소득을 받지만 기본소득의 재원이 마련되도록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만 합니다.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준다고 할 때, 그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겠네요. 책에서 “현재 세상에서 시행되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기본소득은 알래스카가 유일하다”고 하셨는데요. 하지만 알래스카는 막대한 양의 석유가 있지 않나요?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기본소득 시행이 가능할까요?

 

알래스카는 알래스카 영구펀드기업(Alaska Permanent Fund Corporation)이라는 거대한 재단을 통해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합니다. 해당 연도 내내 알래스카에 거주한 모든 사람에게 1년에 한 번씩 지급되는 배당금 형태를 띱니다. 조세 개혁으로 마련되는 돈이 아닙니다. 한국 같은 국가들은 혁신적인 조세 개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해마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탈세로 증발하는 어마어마한 돈도 물론 포함시켜야 합니다. 세금 사기를 근절하려는 단호한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확실히 더 수월할 것입니다. 기본소득의 재원이 되는 자원과 돈은 당연히 충분합니다. 하지만 정치적 지지를 얻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겠지요. 막대한 부와 광범위한 가난은 사회적 불평등만을 대변하진 않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의 자유 문제를 대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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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다니엘 라벤토스 저 | 이한주, 이재명 역 | 책담
스페인 경제학자 라벤토스가 쓰고, 이재명 성남시장과 이한주 교수가 옮겼다. 평범한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에서 멀어지고 있는 오늘날, 개인의 자유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돌파구로 기본소득을 제안한다. 돈을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모두가 자유롭게 사는 세상을 향한 이 새로운 시대담론에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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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