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소설은 복합적인 예술의 경험”
문학은 표면적이고 피상적인 감각의 경험에서 벗어나 고차원의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우리가 점점 더 무감각해지고, 이웃에 대해서 잘 모르게 되는 것도 그런 격렬한 경험을 하지 않게 되어선 지도 모르겠네요. 인스턴트적인 지적 경험에서 벗어나 조금 더 다채롭고, 뜨겁고, 확고한 경험을 통해 복합적인 예술을 누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ㆍ사진 김상연(예스24 대학생 리포터)
201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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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경의선 책거리 공간산책에서 ‘우리는 왜 소설을 읽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성석제 작가의 문학특강이 열렸다. 이날 강연에서는 주제를 중심으로 청중들의 질문과 작가의 답변이 이어졌다. 소설에 대한 본연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다양한 질문이 나왔고 작가는 청중들의 질문에 차근차근 답변했다. 평소 흡인력 높은 스토리로 독자를 매료시키는 성석제 작가를 직접 만나기 위해 50여 명의 청중이 행사에 참여했다. 한편, 성석제 작가는 이번에 과거에 집필한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믜리도 괴리도 업시』를 펴냈다.

 

 

성석제 작가에게 묻다

 

우리는 왜 소설을 읽어야 할까요?

 

성석제: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에요. 인간의 사회성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언어’죠. 언어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좋은 점은 발전시켜 온 결과가 지금 우리의 삶이에요. 그리고 언어로써 만든 예술이 문학입니다. 역사를 통해 현재를 알 수 있다고 하면, 문학은 ‘현실’을 알게 해주는 렌즈라고 할 수 있어요. 소설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동질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가령 사람들은 삶을 살아가면서 여러 이유로 고통을 겪어요. 우리는 소설을 통해 그런 것들을 공동의 기억으로 두고, 공감할 수 있어요. 문학작품은 복잡하지만, 다층적인 접근으로 현실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문학작품을 읽기 전과 후의 삶의 질은 조금씩 바뀔 것으로 생각해요.


신간에 대한 질문입니다. 『믜리도 괴리도 업시』라는 책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성석제: ‘청산별곡’에서 찾은 제목이에요. 제목을 정하기 위해 다른 자료를 보다가 우연히 그 구절이 눈에 들어왔어요. 고려 시대에 어떤 일이 있어서 작가가 이런 말을 썼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전체 내용은 이렇습니다. ‘누군가가 던진 돌에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맞았다. 그러고는 울었다.’ 이런 내용인데 보고 있으면 마치 무죄한 약자를 연상시켜요. 스스로가 의도적으로 선택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는 있어요. 근데 아무런 피해도 안 주고 그저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돌에 맞는 사람들이 있죠. 이들의 현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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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에게 본인은 책은 어떤 존재인가요?

 

성석제: 어떤 것을 쓸 때 그 당시에 쓴 것 이상으로 저에게 중요한 것은 ‘고치는 일’입니다. 자신의 마음에 들기까지 고치는 것은 그나마 할만한데 독자가 좋아하도록 고치기는 쉽지 않아요. 다행히도 소설가들에게는 유능한 편집자라는 서포터가 있죠. 익숙한 문장이라도 계속 들여다보고 조금씩 완성도를 높여나가요. 이렇게 시간과 능력을 쏟아서 결국 소설을 완성하면 작품에 애착이 갈 수밖에 없죠.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작가님 특유의 재미있는 표현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성석제: 자연스러움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을 압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놔두면 부드럽게 움직이는 가운데 표현이 나오지 않나 싶네요. 언어의 수도사처럼 고결한 자세를 갖추는 건 소설 쓰는 데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아요. 저는 비유를 쓸 때 남들과 다른 비유를 써보고 뿌듯해하곤 해요. 어떤 경우에는 소설을 전부 욕이나 웃음소리로 채우는 걸 상상하기도 하고요. 그런 생각까지도 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어떤 억압을 하지 않고 상상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죠.


또, 주변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 해주는 친구가 있으면 좋아요. 다만 괜찮은 이야기라도 소설로 옮기려면 너무 뻔한 이야기가 돼요. 이럴 땐 이야기의 구조를 빌려와 개연성 있는 다른 사건이나 인물로 재구성하면 현재성을 가진 스토리가 탄생해요. 그런 글이 생기를 가지는 것 같네요.


작가님께서 소설을 읽고 싶을 때와 그러고 싶지 않을 때가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성석제: 저는 거의 100%에 가까이 소설을 즐겨 읽어온 사람입니다. 어떤 소설이든 재미있죠. 제목의 표지를 보고 이름까지만 봐도 책이 어떨지 감이 잡혀요. 재미가 없겠다 싶으면 빼고 읽다 보니 제가 여태껏 읽은 소설은 전부 흥미로웠네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소설가가 내가 모르는 관점과 삶, 익숙하지 않은 문체로 글을 써나가요. 그걸 읽는데 읽고 싶지 않을 리가 없죠. 다만 소설을 학문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 읽기 힘들 것 같아요. 소설을 읽는 것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소설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독자로서 즐기는 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 같네요.

 

문학작품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성석제: 홍명희 작가의 『임꺽정』은 제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금서였어요. 제가 어쩌다 그것을 보게 됐는데 『임꺽정』만큼 책장이 넘어가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없었던 것 같아요. 미완성이라는데 대체 어떻게 미완성일까에 대한 불안, 임꺽정이 죽고 나서 미완성인가 멀리 도망가서 미완성인가에 대한 의문, 또한 이 책을 읽다 걸리면 감옥에 간다는 개인적인 걱정 등 여러 감정이 겹치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어요. 몇 년 전에 홍명희 선생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이 들어와서 오랜만에 『임꺽정』을 조금 읽고 가려고 했다가 다 읽어버리고 말았죠.


외국 작가 중에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작가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쓴 책들이 있겠네요. 예를 들어, 찰리 채플린의 자서전이 있어요. 파블로 네루다의 자서전도 개인적으로 그의 시보다 더 흥미로웠어요. 허구가 아닌 리얼리티를 바탕에 뒀지만, 감쪽같은 이야기로 느껴지는 책들에 끌린 것 같아요

 

소설가로서 살아가는 하루가 궁금합니다.

 

성석제: 대개 노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수사자는 맨날 잠이나 자고 노는 것처럼 보이는데 우리가 오해하고 있어요. 밤에는 활동을 많이 하는데 눈에 안 보이고, 낮에는 더운데 땀샘이 없는 동물의 입장에선 그늘에 있거나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죠. 작가도 밤에 활동합니다. 그런데 사실 계속 논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웃음). 수요가 없으면 계속 놀 수밖에 없지만, 그 점이 좋은 것 같아요. 건강에도 좋고 즐겁죠. 그러다 청탁이 있으면 그동안 축적된 뱃살을 가지고 다시 써나가는 것이 소설가의 보통 생활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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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직장을 다니며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성석제: 일을 하면서 소설을 쓰는 경우가 꽤 있죠. 카프카의 경우도 보험회사 변호사로 일하다가 밤에는 글을 썼어요. 교수나 교사 같은 경우엔 방학이 있어서 이를 이용해 소설을 쓰는 경우도 있고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소설을 쓰려면 긴 시간이 필요해요. 소설이 기니까요. 그런데 여유로운 시간이 없이 소설을 쓰려고 하면 카프카 같은 근면함과 재능을 타고나야 하는데 그건 쉽지 않을 거예요. 어쨌든 저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글을 써본 적이 있는데 그땐 시를 쓸 때라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진 못했어요. 어떤 글을 쓰냐에 따라 병행하는 게 쉽진 않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타인의 관심에 무관심한 세상인 것 같아요. 소설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성석제: 타인에 무관심이 극단적으로 변하면 그것은 사이코패스가 된다고 해요. 확실히 그렇게 되어가는 게 느껴집니다. 살아가는 것이 우리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어져 옆을 되돌아볼 겨를이 없을 때 바로 옆에 둘 수 있는 것이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감각의 오페라’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문학입니다. 복합적인 가치가 튀어나오고, 충돌하고, 개연성 있는 인물들이 불꽃을 내요. 물론 그것을 충분히 느끼기 위해 시간도 걸리고,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문학은 표면적이고 피상적인 감각의 경험에서 벗어나 고차원의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우리가 점점 더 무감각해지고, 이웃에 대해서 잘 모르게 되는 것도 그런 격렬한 경험을 하지 않게 되어선 지도 모르겠네요. 인스턴트적인 지적 경험에서 벗어나 조금 더 다채롭고, 뜨겁고, 확고한 경험을 통해 복합적인 예술을 누려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믜리도 괴리도 업시성석제 저 | 문학동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작가 성석제는 마치 성실한 농부처럼 끊임없이 소설을 써왔다.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하는 화려한 입담과 세상만물에 입과 사연을 만들어주는 그 솜씨는 여전하되, 그의 신작 소설은 동성애, 간첩 조작 사건, 멘토, 스마트폰 중독 등 오늘의 현실을 끌어안고서 더 가까이 뜨겁게 독자들을 매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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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봄

2016.11.09

성석제 소설이라는 데 왜 '김 언수 저'라고 되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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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예스24 대학생 리포터)

성심성의껏 보고, 듣고,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