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강명신, 오른쪽-김시천
과학과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인문학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과 세계에 관한 탐구가 이루어진다. 특히 과학은 문학이나 역사, 철학이 풀지 못한 궁금증을 해결하며 인문학과 교류하고 학문 간 경계를 허문다.
사회가 변화하면서 인문학에 기대하는 내용도 바뀐다. 인문학을 통해 위로받고 싶어 하며 자존감을 찾고자 한다. 자본조차 인문학이 필요하다. 『미래 인문학 트렌드』에서는 이런 변화에 주목해 인문학의 최신 흐름을 살펴보고 디지털 시대 인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찾아보고자 했다. 각 장의 필자들은 인문학자뿐만 아니라 한의사, 경제학자, 의학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 전문 분야에서 인문학과의 통섭을 추구하는 이들이다. 기획과 대담은 김시천 철학박사가 주관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책은 인문학을 음식, 치유, 경제,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살펴보고,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다양한 분야에서 인문학을 살펴본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책을 집필하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김시천: 우리가 흔히 인문학이라고 하면,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을 떠올려요. 그런데 이는 그릇된 관념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를 인문학자라고 말할 수 있나요? 엄밀히 따지면, 정치가이자 철학자라고 할 수 있어요.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 형이상학과, 자연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집필한 아리스토텔레스를 봐도 인문학자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문사철로서의 인문학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인문대학이라는 단과대학의 문 앞에 새겨진 말일지도 모릅니다. 서양 중세 대학에서 유래했지만, 우리에게 전해진 문사철로서의 인문학은 근대 유럽과 미국을 거쳐 자유로운 사고를 계발하기 위한 교양교육으로 새롭게 편제된 것이지요. 즉, 인문학은 예전부터 시대와 사람에 따라 물음의 내용이 달랐고, 그 분야에 종사한 사람들의 직업이 달랐고, 소속된 기관이나 사회 제도가 달랐으며, 사회적 역할 또한 달랐습니다. 결국, 인문학은 늘 변해왔으며, 인간의 삶, 문제와 관련된 모든 학문과 연관되어 왔어요. 그렇다면, 삶의 변화에 따라 인문학이 어떻게 변화되었고, 21세기의 인문학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 책이 바로 『미래 인문학 트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함께 집필을 했는데요. 이 책의 구성과 필자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김시천: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삶과 사회와 소통하는 인문학으로, 음식인문학은 박석준 한의사가, 치유인문학은 박은미 철학자가, 경제인문학은 장시복 경제학자가, 의료인문학은 강신익 의철학자가, 영상인문학은 이채훈 다큐멘터리 피디가 집필했습니다. 2부는 과학, 정보통신기술과 융합하는 인문학으로, 빅데이터인문학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원태 연구위원이, 진화심리학은 강경표 철학자가, 생명인문학은 신승철 미학자가, 신경인문학은 여기 계신 강명신 인문의학자가, 디지털인문학은 오준호 매체 연구자가 집필했습니다. 각 장의 말미에는 필자와 제가 나눈 대담이 실려 있어요. 본문 내용이 어려운 분들은 대담부터 읽고 본문을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문학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텐데요. 1부 ‘사회와 소통하는 인문학’과 2부 ‘과학, 정보통신기술과 융합하는 인문학’으로 크게 나눈 이유가 있으신가요?
김시천: 저는 인문학을 ‘대중화와 진지전’ 두 가지 측면에서 다루고 싶었어요. 일반인들의 일상적 고민에 구체적으로 다가가 처방을 유도하는 인문학이 대중화된 인문학이라면, 우리가 예전부터 다뤄왔던 보다 전문적인 인문학을 진지전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지요. 대중화된 인문학이 떠오르면서, 과거의 그 다양했던 수많은 인문학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인문학의 붐과 위기가 동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바라 봐야 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어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면서 의학에 관련된 윤리적인 문제를 다룹니다. 사실상 이 자체가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분야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대중적인 방식으로 소통되는 것이 아니지요.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에 대한 보다 넓은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21세기 인문학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일종의 진지전을 벌이며 수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21세기의 인문학은 무엇으로 정의 내릴 수 있을까요? 최신 인문학의 흐름을 이야기 해주신다면요?
김시천: 인문학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인문학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과거에 인문학을 다뤘던 사람들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고대시대에는 귀족이나 통치가, 정치가들이 주로 인문학을 다뤘고, 국가나 정치,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으며, 이런 특정 계층만 인문학에 대해 전파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현대 사회는 누구나 문자를 읽고, 쓸 줄 알며 매체를 가졌다는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어요. 때문에 인문학에 대해 개인적, 감성적인 문제들까지도 접근해 들어가기 시작했지요. 이제 대중들은 이성적, 논리적 측면에서만 인문학을 접근하는 것이 아닌, 개별적인 느낌과 체험에서까지도 인문학적인 답변들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조금은 어렵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 책을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김시천: 가장 먼저 ‘인문학을 좀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 인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시야를 넓혀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해요. 이 책을 통해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인문학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외에도 직장인들 중, 인문학적 콘텐츠와 관련된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 정보통신기술) 업계 종사자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인문학이라는 것이 이렇게 융?복합적이며, 다양한 분야들과 실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을 하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강명신: 인문학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인문의학자인 저로서는 자연, 과학 분야에서도 인문학, 철학적인 질문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의사가 자신의 지식을 기반으로 환자를 치료하지만, '내가 내린 처방이 옳은가', '이런 기술과 약은 어떻게 개발 됐나', '환자와 의사를 위한 제도가 과연 맞는 것인가'라고 질문한다면, 이 자체는 철학적이라고 할 수 있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만 철학을 하나요? 우리 모두 근본적인 질문들을 들여다보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인문학과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강명신 교수님께서는 책을 통해 뇌과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계신데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으셨나요?
강명신: 과학적인 방법론에 빠진 사람들은 과학이 굉장히 엄밀하고, 정확한 답을 제시해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과학이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부분도 있지만, ‘과학과 의학은 답이 있고, 철학과 윤리학은 답이 없다’라고 단정 지을 수 없어요. 예를 들어, ‘뇌는 과연 나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볼게요. 피부 안에 있는 말초신경에서 대뇌까지만 뇌라고 할 수 있는지, 아니면 무언가를 생각하고 신경에 전달하고, 아파하는 전부를 뇌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것은 과연 나일까요? 이런 질문 자체가 모두 인문학적인 물음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뇌를 통해 바라 본 인간의 모습, 자아에 대해 심층적인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김시천: 1 더하기 1은 2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아빠와 아들이 함께 있으면 둘이 아니라 하나가 될 수도 있어요. 만약, 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면, 아빠가 목숨을 포기하고 아들을 구할 수도 있거든요. 이런 것들은 수학공식으로는 환원이 안 되는 것들이지요. 과학이라는 것이 공식을 추구하는 학문이자 근대에 진리를 추구했던 방식이라면, 오늘날의 과학은 상당히 복잡하고 묘연해요. 그래서 그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질문하고, 회의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것들이 우리가 생각하고 접근해야 할 인문학적 물음들 아닐까요.
과학적 인문학을 우리가 어떻게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강명신: 우리가 흔히 과학을 팩트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18~19세기의 팩트는 진리와 같은 동의어였어요. 그 후, 20세기 초반에는 팩트가 어떤 가치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있었죠. 결국, 과학이 인간이라는 의미 자체를 사실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 인문학과 대립되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과학은 인간에 대해 보다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중요한 사실적 지식을 보여주고 있는 거예요.
과학을 통해 우리가 인간에 대해서 더 올바르고, 좋은 방식으로 질문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바라보는 것이 오히려 과학과 인문학에 대해 적합하게 바라보는 방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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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인문학 트렌드김시천 기획/박석준,박은미,장시복,강신익,이채훈,이원태,강경표,강명신,신승철,오준호 공저 | 아날로그
사회가 변화하며 인문학에 대한 기대도 바뀌고 있다. 이 책은 이런 변화에 주목해 인문학의 최신 흐름을 살펴보고 디지털 시대 인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찾아보고자 기획됐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