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난으로 인해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첫발을 내려놓기가 녹록지 않은 현실에 많은 청춘이 좌절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직업을 적성과 상관없이 단지 대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연봉이 높다는 이유로 선택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토록 노력해서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야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20~30대 청춘들에게 1,000회 이상의 컨설팅을 해온 한국갭이어의 안시준 대표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점이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면 자신만의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청춘들에게 그럴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 는 평범한 대학생이던 저자가 ‘여행은 다양한 세상을 가장 빨리 배우는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던, 국내외 여행을 하며 경험한 것들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여행을 통해 꿈을 찾은 그가 한국에 돌아온 후 취업 대신 자본금 3만 원으로 사회적 혁신 기업인 한국갭이어를 창업하게 된 과정도 들려준다. 그리고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4단계에 걸친 ‘셀프 갭이어 과정’을 제공함으로써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서 해결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딸, 말리아가 하버드 대학교 입학 전에 ‘갭이어’를 갖는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갭이어’란 단어가 생소하기만 한데요. 갭이어가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시겠어요?
갭이어(gap year)는 말 그대로 갭(틈)을 갖는 시간을 말해요. 보통은 1년 정도를 갖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갭이어’라는 단어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보통 여행, 봉사, 인턴, 창업 체험과 교육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탐색하며 시간을 보내죠. 처음에는 영국에서 시작되었는데 갭이어가 가져오는 교육적, 인성적, 진로적 성과가 크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제도로, 문화로 자리 잡았어요. 청년들에게 갭이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경제적 지원을 하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딸 말리아의 경우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자신의 미래와 삶을 위해서 자기 스스로 인생을 결정하기 위해서 갭이어를 갖기로 했는데요. 사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청년들이 갭이어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을 수차례 하기도 했습니다.
청춘들에게 ‘갭이어’를 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행으로 갭이어를 보낼 경우 어떤 장점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동안 약 1,000명이 넘는 우리나라 청년들과 몇 시간씩 갭이어 컨설팅을 하였는데요. 그 과정에서 한국 청년들이 꿈을 꾸는 것을 방해하는 몇 가지 공통된 내적 동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3가지 정도로 정리해보면 첫째, 새로운 것을 보려 하지 않는다, 둘째,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다, 셋째, 자신의 모습과 상태를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보와 감정이 부족하니 자신을 볼 기회도 생각할 기회도 적었고, 자연스럽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이 부족한지를 알 수도 없었죠. 또한 자신의 마음과 상태를 바르게 표현하지 못하니 자신의 꿈을 말하고 실행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요. 여행은 한국 청년들에게 특히나 필요한 내적 동기 3가지를 동시에 채워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환경, 다른 사람들의 문화와 그들의 생각은 새로움을 알게 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만들어 주거든요.
16개월 39개국을 여행하는 동안 강도, 납치, 교통사고, 지진, 사기, 축구 폭동 등을 겪으셨다고 나와 있는데요.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도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사실 저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조금 더 많이, 다양한 종류의 사고를 당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 혹시라도 세계 여행은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각종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도 여행을 지속할 수 있었던 동력은 저 자신이 여행을 하며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체득할 수 있었고, 살면서 사람들에게 받았던 상처들도 치유할 수 있었어요.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제가 느끼는 만족도와 행복도가 아주 높았어요. 위험을 뛰어넘을 만큼이요.
자본금 3만 원으로 한국갭이어를 창업한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취업이 아닌 창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반응이 어땠나요? 무사히 5년째 사업을 유지하고 계시는데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연애를 처음 하면 그때야 메말라 있던 감정들이 재편성되면서 길에 있는 꽃도 아름다워 보이고, 지나가는 강아지도 사랑스럽게 보인다고 하잖아요. 제가 처음 갭이어를 만들 때 딱 이 감정이었어요. 안 보이던 꽃도 지나가는 강아지도 아름답게 보였거든요. 제가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고, 행복했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월요병 없이, 아니 월요일이 가장 기대되고 즐거운 요일이었거든요. 물론 부모님은 남들과 같은 길을 가길, 취업하길 바라셨어요. 창업한다고 했을 때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부모님을 비롯한 친척들을 찾아가서 사업계획서를 보여주며 설득했어요. 7~8번쯤 발표를 하고 나니 그때서야 걱정을 좀 접으시고, 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씀하셨죠.
최근 기사에서 2017년의 청춘세대가 반응할 것으로 생각되는 트렌드 중에 하나로 ‘갭이어’가 꼽혔다는 걸 봤는데요. 그동안 청춘세대를 잠식한 키워드가 ‘취업’에서 ‘갭이어’로 옮겨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갭이어가 그동안 노력한 결과요(웃음). 사실 당연한 거라고 봅니다. 공교육이 시작된 이유는 훌륭한 산업 일꾼을 육성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사회는 점점 더 다변화되어가고, 많은 부분에서 혁신은 일어나고 있는데 교육은 그 변화를 못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이 변화하는 것, 그리고 각자의 욕구가 구체화 되어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욕구가 다양해 지고 강해질수록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의 모습도 다양해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이런 문화에 대한 존중, 시스템이 적다 보니 갭이어라는 개념이 시작되었을 때 청년층들이 더 먼저 알아보고 반겼고, 시간이 지나며 트렌드로 확산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봅니다.
갭이어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요즘도 1년에 몇 달은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바쁘게 뛰고 있고, 매년 1,000여 명의 청춘들에게 제대로 된 갭이어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갭이어 사례가 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혹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가 언제였나요?)
컨설팅을 하며 만나는 분들이 그 다음에 만날 때 처음 저를 찾을 때 근심걱정으로 어두웠던 얼굴 표정이 밝아진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해요. 그런 분들이 시간이 지나서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난 뒤에 갭이어를 알게 돼서 너무 고맙고 다행이라고,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하실 때 너무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실제로 본인들이 하신 경험들을 토대로, 일과 직업을 선택하실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이 책의 인세 전액을 제3국의 빈민 지역에 학교를 세우는 데 사용하실 계획이라고 책에 밝히셨는데요. 그런 계획을 세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지금까지 여행과 출장으로 다닌 거리를 따지면 거의 100만 마일 정도 되는데요. 그동안 많은 빈민국의 교육기관과 많은 NGO를 만났어요. 그들은 대부분 교육으로 그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청소년, 청년들의 삶 전체에 변화를 주고 있었어요. 청소년들이 그 교육기관에서 공부해서 외국어를 할 수 있게 되거나, 기술을 익히면 수입이 2~3배의 정도 올라가게 돼서 삶의 질이 달라졌어요. 힘들고 어려운 친구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는 건 대단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 사람을, 한 가정의 삶 전체를 변화시키는 일이니까요. 전 그보다 멋진 일은 세상에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쓰는 것도, 책 속의 제 경험들도 모두 많은 분이 함께 해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는데요. 책을 통해 얻는 수입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이 많은 분들에게 제가 받은 사랑을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학교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안시준 저 | 가나출판사
이 책은 평범한 대학생이던 저자가 ‘여행은 다양한 세상을 가장 빨리 배우는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던, 국내외 여행을 하며 경험한 것들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여행을 통해 꿈을 찾은 그가 한국에 돌아온 후 자본금 3만 원으로 사회적 혁신 기업인 한국갭이어를 창업하게 된 과정도 들려준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andy0320
2016.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