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스토리텔러로 불리는 박상미 저자는 이야기를 쓰고 찍는 사람이다. 이야기를 전하는 수단만 다를 뿐 가장 큰 관심사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다. 역경을 이기고 마침내 꿈을 이룬 사람들의 ‘영혼의 역사’를 카메라에 담을 땐 다큐멘터리 영화가 되었고, 글로 쓸 땐 인터뷰 에세이가 되었다. 여러 사람의 인생을 따라 걸었지만, 대부분 자신이 꿈꾸는 분야에서 목표를 이룬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공통점을 찾다 보니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이 곁에서 응원해주면 자신이 가진 능력의 최대한을 발휘하고 마침내 꿈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이 곁에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느려도 반드시, 반듯하게 목표를 향해 걸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랑을 받은 사람은 주변에 나누어주게 돼 있어요. 받은 사랑의 나비효과는 놀라웠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만난 사람들의 영혼의 역사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나비효과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생각하면 삶이란 누군가에게 그 ‘한 사람’이 되는 과정이므로.
꿈을 이룬 곁에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평소 사람에 대한 믿음이나 응원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다니고, 카메라에 담거나 글로 쓰는 일을 오래 해왔어요. 유독 이야기꾼이 많은 집안에서 큰 덕분이에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면 사는 게 고단해진다고, 엄마는 늘 타박하셨죠. 우리 집은 일 년에 제사를 열두 번 지내는 종갓집이었는데요, 제사 지내기 며칠 전부터 너무 설렌 나머지 잠이 오질 않았어요. 전국에서 모여든 아홉 명의 고모할머니들이 풀어 놓을 이야기보따리는 상상 만해도 귀에 침이 흥건하게 고였으니까요.
안방에서 열 명이 넘는 여자 어른들이 함께 자면서 밤새 풀어 헤친 이야기들은 날이 밝아도 끝나질 않았어요.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조선 말기부터 한국 근현대사를 거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대하 역사 소설 같았죠. 넋을 놓고 어른들이 살아 온 이야기를 들으며, 한 사람의 인생은 영혼의 역사책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모두가 자기 삶을 기록하는 건 아니니까, 의미 있는 삶들은 내가 기록을 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읽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죠. 대학생이 된 후엔 녹음기를 사서 들고 다녔어요. 존재의 역사를 모으면, 시대의 형상이 그려진다는 걸 알게 된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를 쓰고 찍는 사람이 되어 살고 있어요. 제 관심사는 여전히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예요. 역경을 이기고 마침내 꿈을 이룬 사람들의 ‘영혼의 역사’를 카메라에 담을 땐 다큐멘터리 영화가 되었고, 글로 쓸 땐 인터뷰 에세이가 되었습니다.
사실 제 글이 ‘인터뷰’라고 불리는 데 반대합니다. 제가 본받고 싶은 삶,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의미 있는 삶을 타박타박 오랜 시간에 걸쳐서 따라 걸은 다음에야, 그분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깊은 눈빛과, 흘리는 눈물의 온도와, 마주 잡은 손의 체온과,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삼키며 잠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릴 때의 쓸쓸한 눈빛. ‘말 없는 말’까지도 나는 다 담아내려 애썼으니까요. 한 평생이 빚은 ‘영혼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어요.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이라는 제목을 짓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2년 넘게 매체에 연재한 코너가 있어요. 자신이 꿈꾸는 분야에서 목표를 이룬 사람들을 만나서 깊은 대화를 나누는 코너였어요. 연세 높으신 예술가, 학자, 작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읽고, 보고, 연구해야 할 작품이 너무나 많아서 코피를 여러 번 쏟아야 했지만, 행복했습니다. 자신이 꿈꾸는 분야에서 목표를 이룬 사람들을 40명 넘게 만나고 나니, 공통점을 찾게 됐어요.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이 곁에서 응원해주면, 자신이 가진 능력의 최대한을 발휘하고 마침내 꿈을 이룬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이 곁에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느려도 반드시, 반듯하게 목표를 향해 걸어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을 받은 사람은 주변에 나누어 주게 돼있어요. 제가 만난 사람들의 ‘영혼의 역사’를 통해서 받은 사랑의 나비효과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느끼고 싶습니다. 이 책을 통해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이 책을 읽은 독자 분들이 누군가에게 믿음과 응원을 보내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기를 바라며 썼습니다.
‘믿어주는 한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셨는데, 거꾸로 그런 사람이 없다면, 잘 성장하기 어렵다는 건가요?
어려운 사람들에게 ‘든든한 한 사람’이 되어주며 훌륭한 삶을 사는 분 중에는, 정작 자신에게는 그런 존재가 없었던 사람들이 있어요. 그분들의 공통점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힘과 위로가 되어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살아 왔다는 거예요. 스스로 ‘믿음을 주는 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입니다. 심리학에서는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회복탄력성’이라 해요. 말 그대로 ‘회복하는 힘’이에요.
사람의 성격과 인성은 유전자나 환경보다 어떤 사람이 곁에 있고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 결정돼요. 그 사람이 아이들에겐 부모나 선생님일 가능성이 크죠.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응원은 어떤 역경도 극복해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핵심입니다. 이 힘은 타고난 성향보다 ‘관계’를 통해서 기를 수 있어요. 좋은 부모가 없으면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도 있고, 그런 어른이 한 명도 없으면 좋은 벗이 그런 존재가 되어줄 수도 있습니다. 성인들은 스스로 자신을 훈련시킬 수도 있어요. ‘내가 누군가에게 믿음을 주는 존재가 되자’고 생각하면 회복탄력성이 커져요. 회복하는 힘이 생기는 거죠.
저자 박상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한 사람’과 그 이유를 꼽는다면요?
아버지의 거름을 가장 많이 받은 막내딸이에요. 공대 출신이면서도 55년 짧은 생을 문학을 사랑하다 떠나셨죠. 부유하지 않아도 마음만은 넉넉하게 자랐어요. 제가 무단 조퇴하고, 만날 소설책만 읽어도 야단치지 않으셨어요. 제 십대가 삼중당 문고와 시립도서관의 책 냄새, 그리고 매일 영화 한 편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에요. 문예상에 응모하려고 소설과 시를 쓰면, 오자가 없는지 교정 보고, 첫 소인을 찍어서 보내시려고 이른 아침 우체국 문 앞에서 기다리시던 분이셨어요. 아버지가 제게 써 준 손 편지 수십 통 중 대부분이 독서 편지예요. 그 정성이 저를 문학특기생으로 만들어주었고, 오늘 제가 글 쓰는 사람으로 살게 한 힘이 되었어요. 지금도 원고를 완성하고 나면, ‘아버지한테 보여드려야지!’ 생각했다가, 금세 기운이 쭉 빠질 때가 있지만, 그때마다 아버지의 독서 편지를 읽으면서 다시 힘을 얻어요."
함께 울어주면, 나중에 함께 웃을 수 있습니다
교도소와 소년원에서 각각 영화치유수업, 문학치유수업을 진행하며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공감을 통해서 상대와 진짜 마음을 열고 소통하게 된 사례를 듣고 싶습니다.
법무부 방송을 통해서 전국 재소자들을 모두 만나고, 소망교도소와 소년원에서는 현장 강의를 통해 직접 만나고 있어요. 재소자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거예요. 감정조절 못하고 욱해서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력, 살인을 저지르는 건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이거든요. 저 사람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공감이 안 되는 거예요.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자신을 사랑할 줄도 타인을 사랑할 줄도 모릅니다. 사랑받고, 존중받아본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어요.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존재가 없으면, 세상을 불신하고 상대도 파괴하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요. 결국 그건 내 인생을 망가뜨리는 일인데 말이죠. 훈계하고 말로 가르치려 하는 것보다 ‘그랬구나’ 말 한마디와 고개를 끄덕여주는 행동이 ‘공감’의 가장 좋은 표현이고, 추상적인 감정이 아닌 ‘실감’으로 상대에게 전달되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데는, 그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결과만 놓고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랬군요… 그랬구나…’ 잘 들어주다 보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가 먼저 말하더라고요. 아무 말 안 해도 스스로 고해성사를 해요. 먼저 공감해주면, 상대에게도 공감은 전염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정서 교류를 통해서 공감능력은 자랍니다.
성인 재소자들도 변합니다. 퇴소 후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교도관을 통해서 얘기를 들을 때도 있어요. 예전과는 다르게, 바른 삶을 사는 분들도 많아요. 얼마 전에 미혼모들 돕는 자선 바자회를 열었는데, 여주 소망교도소 교도관들과 퇴소자들이 오셔서 도와주셨어요. 사람, 변합니다. 사람은 안 변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그들을 대할 때, 변화가 시작돼요.
입양인과 미혼모 등 사회에서 소외된 분들을 돕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활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그리고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교도소 외에도, 학부모, 교사, 청소년 대상 강의를 할 때마다 ‘카우아이 종단연구’에 대해 언급을 해요. 하와이 군도 북서쪽에 <쥐라기 공원>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카우아이 섬이 있어요. 폭포가 정말 아름다운 환상적인 섬이에요. 그곳이 한 때는 지옥의 섬이었어요. 다수의 주민이 범죄자,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였고, 청소년들은 그런 어른들을 보고 배우며 똑같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1954년부터 학자들이 ‘카우아이 종단연구’라는 것을 시작했어요. 카우아이 섬에서 태어난 신생아 833명이 30세 성인이 될 때까지 성장과정을 추적하는 엄청난 프로젝트였어요. 그들의 가설은 이래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비행 청소년, 범죄자, 중독자의 삶을 살 가능성이 클 것이다.’ 우리의 통념과도 다르지 않았죠. 심리학자 에미 워너라는 사람은 833명 중 극단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크고 있는 고위험군 청소년 201명에게 집중해서 그들의 성장과정을 추적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해요. 그중 72명의 청소년들은 활기차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성취해가며 바르게 잘 자라고 있는 거예요. 그 비결이 뭔지 아세요? 무조건 믿어주고 공감해주고 응원해주는 어른이 최소 한 명은 곁에 있더라는 겁니다. 제가 마침내 꿈을 이룬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한 후 얻은 결론과 일치하는 연구 결과입니다.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이 곁에서 응원해주면, 자신이 가진 능력의 최대한을 발휘하고 마침내 꿈을 이루더라고요.
이 책을 읽은 사람들도 책 속의 이야기를 읽으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거 같아요. 저는 이 책을 청소년, 학부모, 교사들과 함께 읽고 싶어요. 나를 무조건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한 사람’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나는 내 가족, 나의 학생에게 그런 ‘한 사람’의 존재인지 생각해 보고, 학생들은 누군가에게 그런 ‘한 사람’이 되기 위한 삶을 살겠다는 목표가 생긴다면 좋겠습니다.
그와 관련해 향후 어떤 계획이 더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참 많습니다. 하지만,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지속적인 봉사를 하는 것은 경제적, 시간적인 이유 때문에 쉽지 않아요. 경제적인 기반이 갖추어져야 지속적인 봉사를 할 수 있고 질도 높아집니다. 오랜 시간 동안 교도소와 소년원에서 무료 강의를 지속하며 인연을 맺은 각 분야 전문 강사님들과, "더 오래", "더 공감"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한 경제적 토대 마련을 위해 법인을 만들었어요.
형태는 다르지만, 모든 프로그램의 목표는 동일합니다. 저와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 모두 목표가 같아요. 문화로 마음을 치유하고, ‘함께 사는’ 따뜻한 세상 만들기에 꼭 필요한 ‘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박상미 저 | 북스톤
이 책은 그 ‘한 사람’의 위대한 힘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책에서 박상미가 만난 사람들은 역사적 위인이나 거창한 롤모델을 그 ‘한 사람’으로 꼽지 않는다. 때로는 부모가, 때로는 배우자가, 또는 선생님이나 친구가 지금의 자신을 가능케 했다고 말한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