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3>이라는 이름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다소 과감한 제목으로 낸 데에는 거의 아무것도 고정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습니다. 무엇보다 종이잡지 말고 다른 형식의 활동이 두 가지 영역에서 이루어질 거라는 걸 감안한다면 왜 ‘문학3’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는지 이해가 조금 더 쉬우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3은 ‘삶’을 뜻하기도 합니다.”
문학 잡지 이름이 <문학3>이라니, ‘문학적이지 않은’ 잡지명이다. 1월 17일 <문학3> 출간을 앞둔 기자간담회에서 김미정, 신용목, 양경언, 최정화 기획위원이 설명한 <문학3>은 잡지에만 국한되지 않은, 열린 플랫폼을 지향하는 실험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연 3회 발간하는 종이 잡지와 웹사이트(www.munhak3.com), 삶의 현장과 문학을 잇는 ‘문학몹(mob)’ 활동이 ‘문학3’을 이룬다.
출판사 창비는 문학계간지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을 맞아 ‘젊은 문예지’를 창간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문학3>은 그 결과물인 셈이다. 은행나무의 <악스트>나 민음사의 <릿터> 등 젊은 세대를 겨냥한 문학 잡지와 비교하면 한 발 느린 시작이다.
소설가인 최정화 기획위원은 이제까지의 문학장(場)이 접근하기 어려운 전문가의 영역이거나 고상한 취미로 여겨졌다는 문제의식부터 시작했다.
“문학이 취향 공동체처럼 여겨지는 가운데 <문학3>은 작가도 독자도 아닌 세 번째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또한 문단 내 성폭력, 탄핵 정국, 예술인 블랙리스트 등 일련의 사건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얼마나 병들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때로는 잡지 기획 회의를 뒤로 미룰 수밖에 없을 정도로 힘든 문제였는데요, 잡지 기획뿐만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문학3>의 모습이 갖추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위원들은 작가가 독자가 되고, 독자가 작가가 되고, 작가가 비평가가 되는 자유로운 자리바꿈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며, 각자의 삶이 치열하게 갈등하는 현장이야말로 가장 문학적인 장소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저희가 내놓은 플랫폼이 문학3을 접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문학평론가인 양경언 기획위원은 <문학3>이 “독자가 완성된 책을 소비하는 자리에만 한정”되지 않기 위해 내용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독자가 완성된 책을 소비하는 자리에만 한정된 게 아니었나 하는 게 저희 문제의식이었습니다. 한국 문학은 읽는 사람만 읽는다는 생각, 특화된 교육을 받은 사람들만이 담을 쌓은 성벽 아래서 자기들만 좋아한다는 생각이 있었고요. 다른 말로 설명해 본다면 문학 속에 내 삶은 없었다는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기존 출판계에 없었던 건 아니다. 양경언 기획위원도 “최근 출간됐던 다양한 새로운 잡지가 그러한 시도”들을 했었다며 응원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학3> 기획위원들은 잡지를 넘어 독자가 작품을 어떤 식으로 이해했는지 대화하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
“일 년에 세 번, 문학 잡지가 출간됩니다. 특이한 점은 좌담 형식으로 독자 리뷰가 들어가 있어요. 다양한 젠더와 세대, 직업군을 가진 사람이 모여서 작품을 어떻게 읽었는지 이야기하다 보면 인생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까지 나오게 됩니다. 문학작품을 읽는 방식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출발해 문학작품으로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을 나누는 장으로 만들었습니다.”
문학지를 넘어 문학웹에서는 ‘3X100’, ‘키워드 3’, ‘그냥 올려본다’ 등의 코너를 만날 수 있다. ‘3X100’은 300매 지면에 걸쳐서 자유로운 기획으로 글을 게재한다. ‘키워드 3’에서는 세 개 단어를 주면 그 단어를 가지고 토론할 수 있다. ‘그냥 올려본다’에는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애매한 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 새로운 문학을 올릴 수 있다.
문학 몹(mob)은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학적 실천’으로, 집단창작회나 낭독회, 독자편집회의 등을 진행한다. 문단 내 성폭력 등을 주제로 2월 17일에 첫 번째 독자편집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문학은 모두의 말이 모두의 것이 되는 순간
잡지의 대상층은 누구인가요?
기존에는 어떤 잡지를 기획하고 거기에 독자가 호응하는 형식이었다면, 저희는 바닥에서부터 삶과 문학이 어떻게 접목되는지 고민해나갈 겁니다. 문학 잡지나 문학의 독자층이 한정되어 있잖아요. 세대론을 주장하는 잡지도 있고 젊은 독자를 주요 독자로 하는 잡지도 있지만, 저희는 삶 속에 있는 분들이 문학을 공유할 수 있게끔 하는 게 목표라 주요 독자층을 특별히 두진 않았습니다. 노동자, 학생, 누구나 참여해서 문학을 통해 자기 삶을 발견하는 채널을 발굴하는 게 목표입니다.
대상층이 없다는 건 잡지의 성격이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닌가요?
기존의 문학은 종이 매체, 활자 매체의 발전과 같은 맥락과 과정을 겪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글을 쓰고 누구나 문학에 대해 자유롭게 상상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고착된 이미지로서의 문학을 버리고 궁극적으로는 무엇이 될 수도 있다는 거죠. 궁극적으로 생물학적 연령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분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독자는 어떤 식으로 참여할 수 있나요?
창간호에는 독자를 섭외해서 진행했는데요, 이후에는 그 자리에 참여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껏 올 수 있게 하려는 바람이 있습니다. 웹사이트에 글을 올리실 수도 있고, 독자편집회의를 통해 의제를 받아서 독자들이 어떤 식으로 참여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시면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문학웹에 올린 글이 잡지에 실릴 수도 있고요. 종이 잡지와 웹사이트, 현장활동이 유연하게 오가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문학 독자 확장을 염두에 둔다면 그렇게 친근한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엘리트 독자 대상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 부분도 고민을 안고 가야 하는 문제인데요. 문학이 어려워진 것인가, 혹은 문학 잡지가 어려워진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쓰는 용어가 어렵다는 문제 제기도 많이 나와서 글 뒤에 큐엔에이 형식으로 보충하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책을 통해서는 정리된 형식으로 글을 접하기를 원하고 웹상에서는 조금 더 재미있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글을 나누게 되는데, 잡지 외에도 다른 형식으로 보충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연 3회 발간하는데, 다른 문학 잡지와 겹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으셨나요?
일부러 피해서 내는 시기를 결정한 건 아니고요. 문학 잡지만의 특성이 있고 제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일 년에 세 번 잡지를 내면서 나머지 기간에는 문학웹과 문학몹을 통해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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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3 (계간) : 1호 [2017] 창간호문학3 기획위원회 저 | 창비
문학은 단순히 ‘읽기’와 ‘쓰기’가 아닌 ‘하기’의 방식으로 다시 사유되어야 합니다. 여러 형태의 글은 우리에게 특유의 문학적?미적 순간을 경험하게 합니다. 그러나 그 경험은 읽기와 쓰기에 앞서 다채로운 삶 속에 이미 체험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bluek0919
2017.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