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점을 찍은 정준일의 호소력
줄곧 ‘찌질’한 정서를 정직히 내뱉는 정준일. 결핍에 굴하지 않고 사랑을 토로하는 용기가 최후에 그를 미소 짓게 만든다.
글ㆍ사진 이즘
2017.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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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었어요.” 조그마한 말 한 마디가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더 큰 마음을 전한다. 누군가 사랑과 이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패키지라고 했던가. 겨울처럼 찾아온 이별 앞에서 정준일은 재회의 감정을 꺼내든다. 사랑에 지독하게 아파하고 자괴해도 결국 이를 극복하는 원동력은 또다시 사랑. 그는 사랑을 갈구하는 속내를 과감히 드러내며 따스한 온기로 추운 겨울날을 덥히고 있다.

 

「새겨울」이 앞장서 싸늘한 한기를 몰아낸다. 생명력을 잃은 자연에 활기를 부여하는 와중 그 중심에 모태로부터 기원한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혈육은 사랑의 발원지이기에 마땅한 출발이다. 부모 자식 간의 재회를 마친 그는 곧이어 이를 이성과의 관계로 확장시켜 나간다. 짙은 후회를 바탕으로 지난날을 추억하고 재회를 열망하는 소회가 「고백」, 「우리의 밤」, 「I do」 등을 통해 드러난다. 특히 앨범 전반을 아우르는 메시지를 담은 마지막 트랙 「I do」의 아름다운 결말이 인상적이지만 곡 후반부의 상투적인 후렴 반복, 코러스 보컬 운용의 미숙함이 흠이다.

 

정제된 클래식 감성은 이러한 앨범 콘셉트에 힘을 배가한다. 전작에서 주요 기조로 떠올랐던 록의 색채를 거둬낸 그는 풀 오케스트라 세션과 더불어 재즈 음향을 체득하여 각 곡들의 프로듀싱 안에 사랑과 이별의 향취를 여실히 담아낸다. 편곡을 책임진 권영찬과 낭만유랑악단 정인성의 선율 구성력이 돋보인다. 서막을 여는 「보고싶었어요」와 보사노바 풍 「우리의 밤(Interlude)」 등 연주곡들 또한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앨범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 모든 기획에 방점을 찍는 것은 정준일의 호소력이다. 편안한 톤의 보컬이 우수함은 물론이고 의미 전달에 알맞은 작사 능력도 탁월하다. 직접 쓴 노랫말들은 개인적인 경험 혹은 예술 작품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내용들을 서술하고 있음에도 스스로 미시적인 감회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보편적 공감대를 포괄하는 스토리텔링 전략으로 대중성을 얻어내면서 대중가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 정점은 「I am here」. 동명의 영화를 참조하여 만든 곡임에도 불구하고 소재의 형식에서 벗어나 인류를 관통하는 결핍을 완벽히 함유한다. 능히 1990년대 발라드 감성을 이을 발라드 싱어송라이터이다.

 

김동률의 파워에 성시경의 감미로움, 이소라의 처절함을 겸비한 그는 <보고싶었어요>를 통하여 가련하고도 온정 어린 이야기를 선사한다. 차가운 겨울의 계절감을 배경으로 채택하여 따듯한 감정을 전경에 내세운 그의 고백은 듣는 이의 귓가를 지나 얼어붙은 마음까지 녹인다. 줄곧 ‘찌질’한 정서를 정직히 내뱉는 정준일. 결핍에 굴하지 않고 사랑을 토로하는 용기가 최후에 그를 미소 짓게 만든다.


현민형(musikpeo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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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