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점점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서 깨닫는 게 있다.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할 수는 없다는 사실. 조금씩 무언가를 포기하며 살아야 된다는 사실. ‘꿈’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부터 꿈이라는 건 절대 손에 닿지 않을 만큼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고 도전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뮤지컬 <드림걸즈>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꿈을 향해 나가는 인물들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 도전하고 달려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제목부터 ‘꿈’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이 작품은 가수가 되기 위해 뭉친 에피, 디나, 로렐 세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남성 중심의 작품이 홍수를 이루는 뮤지컬 시장 속에서 여성들이 중심이 된다는 점부터 흥미를 유발하고, 여기에 화려한 무대 세트와 알앤비와 댄스, 재즈 블루스 등의 다채로운 음악 또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노래를 향한 열정으로 뭉친 세 친구 에피, 디나, 로렐은 야심 많은 매니저 커티스를 만나게 되면서 화려한 쇼 비즈니스 세계에 입성한다. 커티스는 그녀들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림걸즈는 미국 음악계에서 주목 받는 그룹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오직 물질적인 성공만을 생각하는 커티스의 사고 방식으로 인해 세 사람의 우정은 균열이 생기고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드림걸즈는 위기를 겪게 된다.
뮤지컬 <드림걸즈>는 1960년대 미국 흑인 여성 R&B그룹 ‘슈프림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미국의 화려한 쇼 비즈니스 세계와 명암, 흑인 여성 그룹이 억압과 차별을 이기고 최정상의 오르기까지의 과정, 세 친구의 진솔한 우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흥미로운 스토리에 다채로운 음악이 더해지며 완벽히 ‘뮤지컬’다운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덕분에 미국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에서 공연 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2006년에는 동명의 영화로도 개봉되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에피’ 역을 맡은 브리 잭슨과 브릿 웨스티가, ‘디나’ 역을 맡은 캔디스 마리 우즈, ‘로렐’ 역을 맡은 앙투아넷 코머 등 전부 아프리칸 아메리칸 배우들이 캐스팅 되었다. 세 사람은 함께 많은 감정을 공유하고 많은 날들을 겪으며 끈끈해진 에피, 디나, 로렐의 모습을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표현해낸다. 그 외에 다른 조연들 역시 제 몫을 충실히 해 주지만, <드림걸즈>를 완벽한 드림팀이라 부르기엔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다. 흑인 특유의 풍부하고 그루브한 R&B 감성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을뿐더러, 몇몇 배우의 연기가 어색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영어로 된 공연이다 보니 자막을 읽으랴 무대를 보랴 어느 정도의 집중력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허나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공연이 주는 에너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긴다.
갈등과 화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해진 세 친구는, 잠시 잊고 지냈던 꿈을 향한 열정을 다시 찾게 된다. 노래 할 때 가장 행복해 하는 자신들을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마지막 노래를 열창하는 그녀들을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빛난다.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무언가를 무기력하게 포기하고 지냈던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뮤지컬 <드림걸즈>는 6월 25일까지 샤롯데시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