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테슬라... 세계적 기업들은 왜 MIT 졸업생을 탐낼까?
전 세계적으로 MIT 출신들이 창출한 매출과 일자리 효과는 1.9조 달러에 달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조사 결과 GDP 규모가 세계 9위인 러시아 2,097조 달러와 10위인 인도 1,877조 달러 사이에 해당한다.
글ㆍ사진 설성인
201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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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는 글로벌 교육평가기관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이공계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전에 강한 교육이 미래 기술개발을 이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ㆍMIT 박사과정 전기공학 학생인 매기 델러노는 고교 시절 전 과목에서 90점 이상을 받던 수재였다. 하지만 MIT 캠퍼스를 밟았다는 기쁨도 잠시, 대학 1학년 때 치른 물리학 시험에서 27점을 받았다. 충격을 받은 델러노는 시험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에 밤을 샜다. 결과는 D학점. 공부라면 누구보다 자신이 있던 델러노는 “MIT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실패를 몰랐다”고 토로했다.

 

상당수 MIT 학생들은 매기 델러노처럼 입학과 동시에 실패라는 쓰라린 경험을 맛본다. 최고의 수재들이 모인 학교이다 보니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본인이 원하는 성적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 MIT의 입학률은 7.9%(2014년 가을학기 기준)로 라이벌 학교인 칼텍(8.8%)보다 낮다. 그러나 입학은 MIT라는 거대한 정글의 문턱일 뿐, 더 이상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MIT 학생들이 학창 시절을 지옥과 같았다고 기억한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12시간 정도의 수업을 듣고, 한 학기에 12학점을 이수한다고 설명하지만 학생들의 입장은 다르다. 학생들은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예습ㆍ복습에 과제까지 제출해야 하므로 주당 70시간 이상은 공부에 투자해야 한다. MIT 선배들이 후배들한테 가장 강조하는 말이 “잠자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일 정도다.


MIT 교수들은 제자들이 입학하는 순간부터 혹독한 교육을 실시한다. 1971년부터 1980년까지 총장을 역임했던 제롬 와이즈너는 MIT의 교육 방식이 소방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을 수저로 떠 마시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1991년 MIT 학생들은 이 같은 표현을 상징하듯 가장 큰 강의실 앞에 식수대 대신 소화전을 갖다 놓기도 했다.

 

이해승 MIT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 MIT의 강의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교수는 학생들에게 많은 양의 숙제를 내준다. MIT 교수들의 강의철학은 학생들이 수업 내용 중 30%만 소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구글, 애플, 테슬라 등의 세계적 기업들은 MIT 졸업생을 탐낸다. 왜일까?


MIT가 세계 최고의 이공계 대학이니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렇게 치열하게 탐구하는 학생들을 보면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실제로 MIT 학생들은 기업에서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는 난제도 척척 해내곤 한다.


MIT 학생들은 2016년 2월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열린 고속 교통수단 ‘하이퍼루프’(테슬라모터스와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 CEO 엘론 머스크가 고안한 캡슐형 초고속 열차시스템으로 열차가 진공튜브 속을 운행해 공기저항과 마찰을 최소화한다) 설계 경연대회에서 세계 100개 이상의 팀과 경쟁해 우승을 차지했다.


하이퍼루프가 지상을 달리는 가장 빠른 열차라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 플라잉카도 있다. MIT 졸업생들이 설립한 비행자동차 기업 테라푸지아는 2009년 플라잉카 트랜지션을 선보였다. 트랜지션은 날개를 펼치면 시속 185km의 항속으로 740km를 비행할 수 있는 2인승 경비행기로, 날개를 접으면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로 변신한다. 연료도 항공유가 아니라 자동차용 휘발유를 사용한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볼 수 있었던 군용 아이언맨 수트도 미 육군 연구소, 바텔연구소와 공동 개발 중이다. 이 수트는 날아오는 총알을 막으며, 무거운 짐을 드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구글 글래스 같은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변 상황을 알려 준다. 이를 통해 생화학 전쟁 중에 주변 지역이 오염됐는지 여부를 바로 탐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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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학생들은 보스턴의 이웃 대학인 하버드대 학생들과 경쟁의식을 갖고 있기도 하다.


세계 3만 개 기업의 산파, MIT


1861년 자연과학자인 윌리엄 바튼 로저스는 미국의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공대를 육성하고자 MIT를 설립했다. MIT는 그러한 설립자의 뜻을 받들어 실용적인 학풍이 특징이다. 초창기부터 유럽식 공대 모델을 채택해 공학과 응용과학 분야에서 연구실을 기반으로 한 활동을 강조했다. 단순히 이론이나 아이디어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파급력으로 인류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지켜 나가고 있다. 산업계와 동떨어진 갈라파고스(고립 현상)적 연구보다는 철저히 산업적인 연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MIT는 2015년 기준 총 8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는 전 세계 이공계 대학 중 가장 많은 숫자로, 거의 일 년에 한 명꼴로 수상자를 배출한 셈이다. 또 2011년 한 해에만 632건의 발명이 MIT에서 탄생했다. 이 중 153건이 특허로 연결됐고, 8,54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로열티로 벌어들인 수입만 6,960만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MIT의 저력은 단순히 발명 건수나 노벨상 수상자 숫자에서 그치지 않는다. MIT가 2015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MIT 출신들이 창출한 매출과 일자리 효과는 1.9조 달러에 달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조사 결과 GDP 규모가 세계 9위인 러시아 2,097조 달러와 10위인 인도 1,877조 달러 사이에 해당한다. 특정대학 동문들이 일군 경제 효과가 세계 10위권 GDP 규모의 파급력을 가진다는 사실은 MIT가 가진 저력을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다.

 

MIT 기계공학과 김상배 교수는 “1등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MIT가 오늘날의 경쟁력을 갖게 된 비결은 ‘인류에 공헌하라’는 철학을 철저히 실천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거의 일 년에 한 명꼴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곳, 구글ㆍ애플ㆍ테슬라 등 세계적 기업들이 탐내는 인재가 모여 있는 곳, 레이더ㆍ자심 기억 장치ㆍ단전자 트랜지스터부터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인류 기술 발전사에 한 획을 써 내려가고 있는 MIT는 ‘인류에 공헌하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오늘날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최고의 명문 이공계 대학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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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설성인 저 | 다산4.0
세계 최고 10대 이공계 대학의 면면을 낱낱이 보여 주는 이 책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쓰나미 앞에서 새로운 인재란 누구인지, 인재는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우리는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해답이 가득하다. 미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국가지도자ㆍ교육관계자ㆍ기업인ㆍ학부모ㆍ학생들은 꼭 한번 읽어봐야 할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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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성인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전자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현재 조선일보 경제·경영 섹션 「위클리비즈」를 만드는 조선비즈 위비경영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이공계 문제와 대학이 처한 현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해외 명문 이공계 대학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고, 차곡차곡 콘텐츠와 지식을 쌓았다. 첨단 과학부터 실용 학문에 이르기까지 뿌리 역할을 하는 대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재상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