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의 무용수들이 여기 있다.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 한가운데서 추위와 위험, 호기심 어린 사람들의 시선 앞에 선 그들은 거침없이 당당하고 더할 수 없이 아름답다.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의 작가 조던 매터가 새롭게 선보이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 도시는 춤춘다』는 그가 ‘두려움 없는 아름다움’을 주제로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와 파리의 노트르담, 런던의 빅 벤 등 세계 각지에서 무용수들과 함께 촬영한 작품들을 모은 사진집이다.
그들이 빚어낸 경이로운 매 장의 사진 속에서, 마치 도시는 그 순간만을 위해 준비된 하나의 완벽한 무대인 듯 하다. 어둠 속에서도 도시들은 저마다의 개성 있는 얼굴을 보여준다. 해가 질 무렵부터 새벽까지 촬영한, 책에 실린 모든 사진에는 찍은 장소와 시간이 표기되어 있고, 시시각각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내는 도시는 그 자체로 살아 숨쉬며 무용수들과 함께 어우러져 순간의 예술을 완성시킨다.
책은 무용수들의 몸 자체를 보여준다기보다는 그들의 몸을 통해 어떤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흐트러짐 없는 선과 근육, 손끝의 표정에서 짐작할 수 있는 길고 긴 인내와 숨은 노력들,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열정과 도전정신, 그 끝에서 마침내 단단하게 맺힌 열매를 만나는 환희. 그것은 어떤 장치도 거짓도 없이 오직 인간의 몸으로 만들어낸 위대한 한 장면이 전해주는 감동이다.
무용수들은 닿을 수 없는 특별한 꿈을 좇느라 자신들의 편안한 일상을 미뤄둔다. 그렇게 꿈을 바라보며 지난하고 혹독한 시간을 견디는 그들의 ‘낙관주의’를 지지한다는 그의 생각은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전염된다. 그리고 도시 밤거리에서 펼쳐지는 이 환상적인 한 편의 공연이 끝날 때쯤 당신은 당장 마음을 다해 뛰어들 무언가가 없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박형욱(도서 PD)
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