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야 –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전설이 되기를 주문 받은 청년들. 그들이 원한 건 평범한 삶이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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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재공연이 시작됐다. 지난해 초연을 통해 ‘원작의 부담감을 극복했다’, ‘웹툰과 만화에서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 가득하다’는 호평을 받은 본 작품은 재연을 맞아 더욱 짜임새 있는 구성과 일치율을 높인 캐스팅으로 돌아왔다. 뮤지컬 <인터뷰>, <스모크>의 흥행을 이끈 추정화 연출가와 허수현 음악감독이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춰 탁월한 연출과 음악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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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원작 웹툰은 연재 당시 천만 독자의 사랑을 받았고, 이후 영화로 제작되어 7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킬링 콘텐츠’로 인정받았다. 남파공작원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기발하고 코믹한 설정으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북한의 최정예 요원들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남한의 달동네에 잠입, 동네 바보와 가수지망생, 고등학생으로 신분을 위장한 채 살아가는 것.

 

더 리얼한 바보가 되기 위해 치밀한 작전을 펴는 원류환, “남조선 간나 새끼들에게 인민의 록을 보여주갔어”라며 열의를 불태우는 리해랑, 아직 공작원 티를 벗지 못해 교복을 입은 모습으로 ‘놈의 목을 따올까요?’라는 살벌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리해진까지, 좌충우돌하는 세 청년의 일상은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나 작품은 이에 그치지 않고 서서히 무게를 더해가면서 ‘분단과 이념, 그 사이에서 희생되는 개인’이라는 묵직한 주제로까지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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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맛’을 더했다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원작의 스토리와 매력을 고스란히 되살리면서도 뮤지컬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맛’을 놓치지 않았다. 웹툰의 긴 호흡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고 있음에도 미진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연출의 힘이다. 추정화 연출가는 매끄러운 전개를 보여주는 동시에 웹툰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만화적 장면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극대화되었던 액션씬의 쾌감까지 살려냈다. 음악감독 허수현이 선보이는 넘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잔잔하게 다가오며 인물의 캐릭터와 감정, 장면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극이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귓가에 맴도는,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요소다.

 

이야기는 세 명의 청년들이 ‘용도 폐기’ 처분되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반드시 살아서 전설이 되라’던 조국은 이제 ‘죽음으로써 전설이 될 수 있다’ 말한다. 가족과 조국을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기를 택했던 그들의 희생은 외면당했다. 청년들은 또 다른 이념, 또 다른 조국, 또 다른 삶을 꿈꾸지 못한다. 그것이야말로 조국이 원했던 바가 아니었을까. 개인을 압도하는 거대한 ‘무엇’, 그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존재의 비극이 생생하고도 씁쓸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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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감동, 심도 있는 주제까지 조화롭게 담아낸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10월 8일까지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에서 만날 수 있다. ‘원류환’ 역에 배우 이용규와 윤은채, 병헌이 트리플 캐스팅됐으며 박준후와 심건우가 ‘리해랑’으로 변신했다. 박준휘, 이우종, 윤지온은 ‘리해진’ 역을 맡아 열연한다. 이들이 삶의 벼랑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인물 ‘김태원’은 배우 김수용과 김승환, 서승원이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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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