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구직자가 일단 입사만 하자는 심정으로 자기소개서를 쓰는 요즘이다. 막상 구직에 성공하더라도 고민은 계속된다. 한국은 입사로부터 퇴사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지 않다. 2015년 통계청이 발표한 대한민국 근속 기간은 5년 8개월로, OECD 꼴찌 수준이다. 참고로 이탈리아 12.2년을 비롯하여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는 10여 년이 평균 근속 기간이다. 고용 불안과 높은 자영업 비율은 어쩌면 같은 현상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자영업은 대개 내수 업종이기 마련인데,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자영업자로 진입이 늘다 보니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전보다 더 치밀하게 창업을 준비해야 할 때다. 『퇴사준비생의 도쿄』는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유용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퇴사는 시기의 문제이지 피할 수 없습니다. 능동적이냐 수동적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중략) 퇴사는 기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을 다진 후 실행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아이디어가 없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하기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중략) 선진 도시에는 우리나라와 국민 경제 소득 차이로 발생하는 다른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문화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차별적인 콘셉트, 틀을 깨는 비즈니스 모델, 흥미로운 아이템, 번뜩이는 운영방식, 정성 어린 디테일, 감각적인 디자인 등이 만듭니다. (5~6쪽)
책에서 말하는 선진 도시는 도쿄다. 도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장소다. 서울로부터 거리도 짧고 시차도 없다. 일본은 한국만큼이나 자영업 비율이 높은 사회다. 자본주의 역사도 한국보다 길다. 이렇듯 다양한 면에서 도쿄에서 성공한 비즈니스라면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에 실린 사례는 다양하다. 비교적 소자본으로도 창업 가능한 식당, 술집, 카페도 있고 이보다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도서관, 미술관, 서점도 다룬다. 각각을 단순하게 서술하기보다는 저자들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꼽은 5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성공 사례를 분석했다. 5가지란 발견, 차별, 효율, 취향, 심미다.
발견은 업의 재정의라 할 수 있다. 고객에게는 공짜로 커피를 제공하고 공간 운영비는 기업에 받음으로써 카페의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한 시루 카페의 사례가 그렇다. 호우잔은 경매라는 요소를 도입해 다른 고깃집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니코니코 렌터카는 주유소와 협업해 부지 투자비를 줄이고 오래된 연식의 관리 잘 된 중고차만을 구입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원가를 절감했다. 츠타야는 책ㆍCDㆍ문구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함으로써 고객의 취향을 건드린다. 심미 편에서 소개하는 넘버 슈가와 페브는 디자인이 돋보이는 포장으로 유명하다.
이런 사례가 퇴사를 꿈꾸는 사람에게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퇴사준비생의 도쿄』는 비즈니스 성공 사례 모음집이자 도쿄 여행 에세이기도 하다. ‘여행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라는 부제에서 보듯, 책에서 소개하는 장소는 재미 삼아 들러봐도 괜찮을 장소다. 일본 여행을 생각하는 사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의미다. 개인적으로는 주먹을 부르는 술집, 파이트 클럽 428에 한 번쯤 들러보고 싶다. 물론, 다들 유명한 곳이라 줄 서야 할 각오는 필수일 듯.
더 읽는다면…
이토록 멋진 마을
후지요시 마사하루 저 / 김범수 역 | 황소자리
각종 지표에서 도쿄를 따돌리고 살기 좋은 곳 1위에 오른 후쿠이현. 고령화, 저성장 시대 자력갱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안경테 생산으로 유명한 이곳은 중국산 안경테의 공세에 밀리며 위기를 맞는다. 위기를 겪은 뒤 후쿠이는 더 강해졌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백년식당
박찬일, 노중훈 공저 | 중앙m&b
창업 아이템으로 요식업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많은 음식점이 생기고, 또 많은 음식점이 망한다. 망하려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을 터. 『백년 식당』에서 요식업으로 오래 버티는 비법을 찾아보자.
이금주(서점 직원)
chyes@ye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