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엄마에게는 어렵고 버겁기만 한 내 아기의 생후 5년, 인터넷이나 선배 엄마들을 통해 섣불리 접하는 육아 의학 정보는 위험할 수 있다. 「육아 상담소」 시리즈는 진료실을 찾은 초보 엄마들의 육아 고민과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육아 정보에 대해 분야별 전문의의 신뢰도 높은 답을 담은 ‘육아 의학 상담 백과’로, 모유 수유, 이유식, 수면 교육, 발달, 응급 등 엄마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육아 분야를 각 권에 담았다. 생생하고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구성된 이 책을 출산 전과 출산 초기에 가볍게 읽어 두는 것만으로도, 초보 엄마가 겪게 될 문제 상황들을 현명하게 건너는 방법을 배우며 훨씬 더 편안하게 육아를 즐길 수 있다.
저자 류정민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수료한 후 전문의가 되었으며, 이후 어린이가 행복한 응급실 환경 구축을 꿈꾸며 같은 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다시 수료해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두 과의 전문의가 되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에서 담당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동료 소아응급 전문의 6인과 함께 국내 소아응급환자 진료부문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은 2010년 12월, 국내 최초로 보건복지부에서 소아전용응급실로 지정된 데 이어, 2015년 소아전문응급센터로 재지정 받은 바 있다.
소아응급의료센터 의사로서 부모님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
소아응급의료센터에서 일하시면, 엄청 바쁘실 것 같은데요. 어떤 계기로 『육아 상담소 응급』 책을 쓰시게 되었나요?
출판사에서 제안을 받았을 때, 응급실 진료와 병원 업무로 많이 지쳐 있을 때라 사실 처음에는 별로 내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밤만 되면 갈 곳이 없어 응급의료센터로 몰릴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특성상,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고생하는 게 떠올랐습니다. 두렵고 복잡하고 불편한 환경에서 몇 시간씩 고생을 해야 하고, 의료진들은 의료진대로 녹초가 되다 보니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 말이지요. 이런 현실에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부모님들은 직장일, 가사일 등으로 모두 매우 바쁘게 생활하고 있지요. 그래서 아이들의 건강상태를 유심히,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초보부모들이 응급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떤 경우에 응급의료센터에 방문해야 하는지, 어떤 상황들이 아이에게 위험을 유발하는지 가이드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지요. 기본적인 의료지식을 알아두고, 현명하게 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한다면 아픈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의료진들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 응급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되신 후, 다시 응급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해 두 과의 전문의가 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서울아산병원에서 수련의(인턴)를 할 때 저는 소아혈액종양 병동 위주로 근무를 했고, 아픈 아이들을 보면서 애틋한 마음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살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인턴을 마칠 즈음엔 다른 과 수련의 선생들이 채혈이 어려운 환자들을 부탁할 정도로 정맥 채혈을 잘해 이미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된 것처럼 우쭐해하던 기억도 납니다. (웃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취득 후에는 소아혈액종양 분과 임상강사로 진료를 결정하려 했지요. 그런데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교수님들로부터 조만간 어린이병원을 개원하는데, 소아응급실을 맡아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임상강사 대신 2년간 응급의학과 전공의를 다시 하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과의 공부를 다시 한다는 것이 신선하기도 했고 희망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국내에서 소아응급의학을 따로 배울 수가 없었으므로 응급의학과 전공의를 다시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이렇게 복수의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를 ‘더블 보드(double board)’라고 부릅니다. 사실 소아청소년과 복수 전문의가 제가 처음은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4번째이고, 저보다 훌륭한 선생님들이 대한소아응급의학회에 많이 계십니다. 조만간 전공의 생활을 두 번 하지 않고 소아응급의학을 정식으로 전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하지만 여건이 좋지 않아서 정작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게 큰 문제이지만요.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 대한소아응급의학회의 훌륭한 선생님들이 더 좋은 책들을 많이 출간해주시고 부모님들을 위한 교육사업에도 더 큰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일하시면서 만난 아이들 중 초기 대처를 잘못해 어려움을 겪은 가장 안타까웠던 아이의 사연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실제 당사자인 부모님들이 읽고 자책하거나,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될까 봐 사연을 소개할 때는 늘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만난 가장 안타까웠던 아이는 여섯 살 난 남자 아이였는데요. 요즘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 부모님들이 맞벌이 부부셨습니다. 이른 아침에 아이를 안고 헐레벌떡 응급의료센터로 뛰어오셨습니다. 아이의 얼굴은 잿빛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고, 몸이 차가웠으며 반응이 없었습니다. 숨을 잘 쉬지 않는 것 같아 맥박을 만져보니 촉진이 되지 않아서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시행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사망선고를 하게 됐고 아이 아빠를 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던 생각이 납니다.
아이가 며칠 전부터 감기와 구토 등 장염증상이 있었지만 심각해 보이지 않았고, 전날 저녁에는 엄마가 야근을 해 아빠가 혼자 돌봤다고 합니다. 평소보다 아이가 좀 적게 먹고 잠을 많이 잤지만, 괜찮은지 물어보니 괜찮다고 대답을 해 아이와 같이 잠을 잤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엄마가 퇴근해 자고 있는 아이를 살펴보니 반응이 없는 것 같아 응급의료센터로 급하게 데리고 왔던 것이지요.
아마도 전날 아이의 증상이 아빠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이 좋지 않았을 것입니다. 수일간 감기 등으로 잘 먹지 못해 탈수로 인한 쇼크가 이미 진행 중이었거나, 심근염 등이 생겨 부정맥 등으로 심정지가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아이를 보고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비단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맞벌이 부모님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는 저임금과 인력 쥐어짜기의 병폐가 아이들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돌이 갓 지난 아이에게 찰떡을 먹여 떡이 입천장과 목구멍에 달라붙어 사망한 사례나, 안고 있다가 부주의로 떨어뜨려 뇌출혈이 생긴 아이, 부모가 보지 못한 사이에 땅콩이나 젤리, 장난감, 반지 등을 삼켜 고생한 아이, 욕조에서 목욕시키다가 잠깐 나갔다 온 사이 물에 빠져 중태에 빠진 아이, 부모의 학대로 어려움을 겪은 아이 등 기억에 남는 안타까운 사례가 많습니다. 평소 환경 안전을 소홀히 하거나 보호자 또는 양육자의 순간적인 부주의가 아이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늘 주의하세요!
소아응급의료센터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응급상황(영유아 질병 혹은 사고)에는 무엇이 있나요?
생후 3개월 미만 아기의 모든 발열, 24~36개월 아이의 39도 이상의 발열, 호흡기 질환에 의한 호흡곤란, 감염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 이물질 또는 독성물질 섭취 및 흡인, 보호자 부주의로 의한 두부외상, 교통사고 및 기타사고, 아동학대 등이 소아응급의료센터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응급상황입니다. 성인과 달리 아이들의 사망원인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교통사고를 포함한 보호자 부주의에 의한 사고입니다. 그 뒤를 호흡기 질환 등에 의한 호흡곤란, 감염질환에 의한 패혈증과 쇼크, 암 등이 따르고 있고요.
사실 잘 뛰지 못하는 2세 이하 아이들의 모든 사고는 부모나 양육자의 부주의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사고가 부모 또는 양육자가 보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게 되니까요. 사실 아이들은 죄가 없지요. 따라서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잠시라도 방심을 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뿐 아니라 어린이집 교사, 유아 산업 관련 종사자들(키즈 카페 등)이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아이의 의식, 호흡(숨쉬는 것), 안색(창백하거나 어두움), 세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면, 반드시 119에 연락하거나 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해주세요. 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기운이 없거나, 잠을 많이 자거나, 자꾸 눈을 감으려 한다면 의식이 나쁜 것입니다. 또 2세 이하 아이에게 뇌출혈, 두개골 골절, 팔다리 골절 등이 있는 경우 거의 무조건 아동학대 의심을 받아 신고를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다친 후 3~4시간 이상이 지난 이후에 응급의료센터에 방문해도 마찬가지로 신고를 당하실 수 있습니다. 반드시 미리 숙지해두고 아이에게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바로 대처해주세요.
소아응급의료센터 의사로서 부모님들에게(독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가장 먼저 책 『육아 상담소 응급』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이 책은 응급상황과 그에 준하는 경우에 대한 책이지만, 일반 의학책도 아니고 소아질병에 대한 교과서도 아닙니다. 아이의 출산을 계획하고 계시거나, 취학 전 아동을 두신 부모님들께 주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응급상황이 일어났을 때 바로 찾아보면 좋은 내용들도 있지만, 미리 읽어두고 숙지해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아이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내용들도 많이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이나 시간이 날 때 틈틈이 미리 반복해서 읽어주세요. 정 시간을 내기 어려우시면 각 장의 마지막에 소개한 “꼭 기억해 주세요!”라도 꼭 읽어주세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덧붙여 아이가 이물질을 삼켜 응급의료센터에 실려 오는 사고가 의외로 많습니다. 만약 아이가 화학물질을 섭취했다면 경황이 없더라도 반드시 제품이 들어 있던 용기를 가지고 내원해주세요. 당황해서 그냥 아이만 둘러업고 오시면 진료시간도 지연되고 무엇보다 아이에게 해가 될 수 있습니다.
곧 가을이 되는데요.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환절기나 추운 계절에 특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최근 몇 년 사이 인플루엔자의 유행으로 인해 폐렴이나 뇌염 등의 합병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급적 조기에, 늦어도 11월 전에 아이에게 인플루엔자 접종을 해주세요. 그리고 날씨가 시원해져 가족 나들이를 많이 계획하고 계실 텐데요. 나들이 가셨을 때는 아이가 풀밭에서 놀다가 곤충이나 진드기 등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주세요. 곤충, 진드기, 뱀, 동물 등에 물렸을 때의 대처법도 이 책에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므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책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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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상담소 응급류정민 저 | 물주는아이
생생하고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구성된 이 책을 출산 전과 출산 초기에 가볍게 읽어 두는 것만으로도, 초보 엄마가 겪게 될 문제 상황들을 현명하게 건너는 방법을 배우며 훨씬 더 편안하게 육아를 즐길 수 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