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나훈아 컴백 콘서트
식지 않은 ‘나훈아’의 파워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글ㆍ사진 윤하정
201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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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씨 컴백 콘서트가 연일 화제다. 피부로 느끼기에는 서태지 25주년 기념 콘서트보다 더 많은 얘기들이 오가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문화 대통령 서태지도 아니고, 인기 아이돌이나 해외 팝스타의 공연도 아니고, 11년 만에 얼굴을 드러내는 70대 가수의 콘서트가 12분 만에 매진됐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식지 않은 ‘나훈아’의 파워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훈아 콘서트 관련 주요 키워드로 그의 공연을 살펴본다.   

 

드림(DREAM) : 나훈아 컴백 콘서트 제목 ‘드림(DREAM)’이 유독 눈에 띈다. 지난 2006년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 뒤 각종 소문에 휩싸인 그는 ‘가수는 꿈을 파는 사람이다. 꿈을 팔려면 꿈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꿈을 잃어버렸다. 다시 꿈을 찾게 되는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며 급기야 모습을 감췄다. 그런 그가 11년 만에 ‘Dream Again’이라는 신보와 함께 다시 나타났고, <드림 콘서트>로 무대에서 직접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가 되찾은 꿈이 무엇인지, 꿈을 되찾은 나훈아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디지털 : 올해 나이 일흔 살인 트로트 가수 나훈아와 ‘디지털’은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나훈아는 컴백과 함께 파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발매된 새 앨범 ‘Dream Again’은 보급형, 화보형 CD와 함께 USB 음반으로도 유통되고 있고, 신곡 ‘남자의 인생’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 공개됐다. 물론 나훈아의 새 노래들은 온라인 음악 사이트에도 공개됐다. 그런가하면 인터넷에서 ‘나훈아’를 검색하면 공연 티켓 예매 사이트가 나온다. 사이트는 그야말로 간결하다. 신곡 ‘남자의 인생’ 뮤직 비디오와 함께 공연 티켓, 앨범 구매가 가능한 사이트로 연동되도록 꾸며 놓았다. 능숙하지는 않더라도 인터넷에 익숙해지고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게 된 팬들과 소통하기 위한 변화일 것이다.

 

신비주의 : 나훈아야 말로 신비주의의 원조가 아닐까. ‘섭외 1순위’인 그는 여전히 TV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11년 만의 복귀건만 새 앨범 발표 뒤 그 흔한 기자회견도 없었다. 그 어디에서도 그의 말 한마디 들을 수 없다. 노래를 들으러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만 오롯이 나훈아의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를 만날 수 있는 통로가 극히 제한된 만큼 그 희소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11년 만의 만남이니 이번 공연이 화제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나훈아의 신비주의는 어르신인 70대에도 그를 ‘영원한 오빠’, ‘스타 가수’로 지켜주고 있는 셈이다. 

 

티켓 매진 : 11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일까. 11월부터 서울, 부산, 대구 등 3개 도시에서 열리는 나훈아 컴백 콘서트가 모두 매진됐다. 예매 시작 7분 만에 사흘간의 서울 공연 9천 석이 모두 팔렸고, 부산과 대구에서 사흘씩 진행되는 공연도 잇따라 매진됐다. 3개 지역이 모두 매진되는 데는 12분이 소요됐다. 공연이 열리는 서울 올림픽홀,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대구 엑스코 컨벤션홀 각각 3천 석 이상이니

 

총 9회 공연, 3만 석에 가까운 자리가 12분 만에 빠져나간 셈이다. 예매 전부터 예매처 고객센터에는 문의가 폭주했고, 티켓 예매를 위한 신규 회원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티켓 오픈 때는 인기 아이돌 못지않은 트래픽이 발생했고,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도 등장할 정도였으니 예매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30대 예매율 : 나훈아 컴백 콘서트가 화제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의 노래에 환호하고 공연장까지 달려가는 사람은 대부분 50대 이상일 것이다. 대중음악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구간은 가수의 나이를 기준으로 위아래 각각 15살 정도까지의 사람들이 아닐까. 음악을 듣는 소비자 기준으로도 마찬가지다. 학창시절에 좋아했던 가수들이 언니, 오빠였다면 30~40대가 돼서는 요즘 유행인 노래도 즐겨 듣게 되니까. 요즘 10대 아이돌이 많다 보니 아래로는 나이가 조금 더 확장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음반을 사고 공연까지 보러 갈 때는 위아래 15살의 구간을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대중음악은 ‘공감’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나훈아 컴백 콘서트 예매율을 보면 30대가 1위(51.5%), 20대가 2위(31%)를 기록했다. 보통 20대가 50%를 웃도는 아이돌 콘서트 예매율과는 차이를 보인다. 나훈아 씨 나이가 올해 70살이니 자녀들이, 손주들이 인터넷 예매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과 조부모 대신 적극적으로 예매에 나선 것을 알 수 있다.

 

불효자 : 나훈아 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한 자녀들의 마음은 얼마나 불편할까. 이른바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의 상황을 설명해도 실망한 부모님 앞에서 고개 숙인 불효자가 될 수밖에 없다. 더욱 속상한 것은 중고 사이트에서 2~3배의 웃돈을 붙인 티켓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암표 때문에 요즘 어떤 공연이 몇 분 만에 매진됐다고 하면 100% 인기로만 생각되지 않는다(물론 잘 팔릴 공연에 암표상들도 몰리겠지만.). 어쨌든 ‘피켓팅’에 실패했다면 ‘취켓팅(취소표 티켓팅)’에 도전하는 수밖에 없다. 인기 공연은 취소표가 나오기 힘들지만, 과거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때도 종종 취소표가 나오더라. 사람들에게는 이런저런 사정이라는 게 생기고, 암표상들도 공연일이 다가오는데도 표가 팔리지 않으면 예매를 취소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대신 공연 예매처를 자주 확인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완벽주의 : 나훈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바로 ‘완벽주의’다. 대중과 소통하는 유일한 길이 공연인 만큼 완벽한 무대를 준비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11년 만의 컴백 공연이니 오죽하겠는가. <드림 콘서트> 역시 그가 직접 기획하고 연출한다. 100여 명의 스태프가 동원됐고, 무용단, 합창단, 악단 등 50여 명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대 위에서는 노래뿐만 아니라 타고난 이야기꾼이기도 한 나훈아. 노래에서 이야기, 의상, 표정, 제스처까지 오랜 시간 그를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무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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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