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돌아온 네 번째 <서편제>
뮤지컬 <서편제>가 관객과 재회했다. 3년 만에 돌아온 네 번째 상연이다. 원작은 소설가 이청준의 작품으로 연작소설집 『남도 사람』에 수록됐다.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소리꾼 남매, 그들의 한에서 피어나는 소리의 예술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1993년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어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2010년 초연된 뮤지컬 <서편제>는 감성적인 음악과 강렬한 드라마를 선보이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뮤지컬계의 드림팀이라 일컬어지는 제작진의 활약이 눈부셨다.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김범수의 「하루」 등 수많은 명곡을 쓴 작곡가 윤일상이 참여했으며 뮤지컬 <광화문연가>, <에비타>, <헤드윅>의 이진아 연출이 함께했다. 연극 <남자충동>, 뮤지컬 <베르테르>의 조광화 작가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맘마미아>, <미스사이공>, <레베카>, <마타하리>의 김문정 음악수퍼바이저도 합류했다.
이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뮤지컬 <서편제>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한층 넓힌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2011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했고 ‘2012 예그린어워드’, ‘2014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작사작곡상의 영예를 안았다.
배우들의 뜨거운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아버지 ‘유봉’에 의해 눈이 멀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길을 묵묵히 걸어갔던 여성 ‘송화’를 연기한 배우 차지연은 ‘2010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과 ‘2011 더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그녀와 함께 ‘송화’를 연기했던 이자람은 ‘2011 더뮤지컬어워즈’와 ‘2012 예그린어워드’에서 신인상을 ‘2014 더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두 배우는 올해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 새로운 ‘송화’를 보여줄 이소연은 국립창극단 소속 배우로 뮤지컬 <아리랑>, 창극 <흥보씨> 등에서 돋보이는 존재감과 연기력을 보여준 바 있다.
한국적인 색채에 현대적 감성을 더했다
한국인이라면 『서편제』의 강렬한 스토리를 모를 리 없을 터. 소리꾼 유봉은 송화와 동호 남매로 하여금 자신이 끝내 다다르지 못한 소리의 완성을 이루고자 한다. 그러나 유봉 때문에 어머니를 잃었다 생각하는 동호는 증오와 반항심으로 곁을 떠나고, 송화만이 남아 유봉의 뒤를 따른다. 각자의 소리를 따라 서로 다른 길을 택했던 남매는 50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나게 되는데, 뮤지컬 <서편제>의 이야기는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현재와 과거의 인물, 사건이 교차되면서 작품은 깊이를 더해간다.
영화 <서편제>가 아름다운 듯 어딘가 서글픈 남도의 풍경을 담아냈다면, 뮤지컬 <서편제>는 감각적인 무대연출로 인물들의 감정을 형상화한다. 수묵의 아름다움으로 시공의 변화를 표현했고, 순백의 무대 위에서 영상과 빛이 조화를 이룬다. 흩날리는 한지로 꾸며진 회전 무대는 참신한 방식으로 시공간을 바꿔가며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다. 어딘가 비어있는 듯 보이면서도 더할 구석이 없고, 정적인 듯 하지만 뜨겁게 꿈틀대는 무언가로 꽉 차 있는 무대는 ‘한국적인 미와 정서’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넘버와 안무에도 한국적인 색채가 깃들어 있지만, 작품은 과거에 발 딛고 있지 않다. 판소리뿐만 아니라 팝,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어우른다. 특히 이번 공연을 맞아 현대적이고 새로운 감성으로 기존의 작품을 재조명했다.
뮤지컬 <서편제>는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아야 했던 예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소리꾼 또는 아티스트의 낯선 세계만 보여주지는 않는다. 운명과도 같이 주어졌던 길, 그 위에서 고뇌하며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일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시련과 고통에 휩싸인 채 자신의 길이 어디인지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희망, 위로를 남긴다. 작품은 11월 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만날 수 있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동글
2017.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