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육아 5년차. 엄마들에게는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이 수식어가 아빠에게 붙으면 새로운 것이 된다. 적어도 아직은 그렇다. 하지만 작가 노승후는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더욱 더 늘어나 머지않아 아빠의 전업 육아도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때 국내 굴지의 기업에 몸을 담았다가 지금은 두 딸의 육아와 집 안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아빠’ 노승후. 보통의 남편이자 아빠였던 그는 생지옥과도 같은 맞벌이 부부의 육아를 겪은 뒤 무얼 해도 행복하지 않은 가족을 발견하고는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품었다.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는 그가 퇴사하고 집으로 돌아온 뒤 지난 5년간 틈틈이 써온, 대한민국 모든 부부를 위한 가정생활 지침서다. (저자 메일 : shno1147@naver.com)
남들의 시선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아빠 육아’, 많은 사람들이 생각은 해보지만 실행은 어려워합니다. ‘아빠 육아’를 하기로 마음먹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요?
아내와 저는 맞벌이를 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맞벌이를 하면서는 아이 둘을 키울 수가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일을 그만두어야 했고, 저는 ‘어떤 선택이 우리 가족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보통의 아빠들처럼 저 역시 예전에는 아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를 보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반드시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는 두 번의 육아휴직 후에 평생 집에서 아이만 키울 자신이 없다고 고백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아내는 집 안에 있는 것보다 밖에서 일을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저의 첫 번째 직장이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성장했다가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보고 나니 회사에 제 인생을 맡기는 건 현명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는 아이들이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시기에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쌓고 싶었습니다. ‘아빠 육아’는 가족 모두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선택이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서 내려진 결정이었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란 생지옥과도 같았다”라고 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이 그랬는지요?
부부 두 사람만 있을 때는 힘들어도 맞벌이를 참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감정적으로 버티기 힘든 일이 너무도 많이 벌어집니다. 모든 아이들이 일찍 하원한 어린이집에서 우리 아이만 홀로 늦은 저녁까지 남겨져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이를 잘 키우고자 지속해 왔던 맞벌이가 오히려 어린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겪다 보면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제 아내의 경우는 다행히 아이가 태어난 후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아이에게는 여전히 부모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태어나고부터 24시간 내내 엄마의 품에서 지내던 아이에게 엄마라는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은 크나큰 충격입니다. 그로 인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결코 아이에게 긍정적일 수는 없습니다. 첫째 아이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저희는 일하는 동안 저의 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겼는데, 아침에 잘 놀다가도 아빠와 엄마가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기만 하면 서러운 울음을 쏟아내고는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현관문 안에서 들리는 아이의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들으며 아침마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지요.
어머니가 직접 아이를 봐주실 수 있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기는 했지만, 나이도 있고 몸도 불편하신 어머니에게 육아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내의 입장에서도 그리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힘들게 일하고 퇴근하면 집에서 좀 편하게 쉬고 싶을 테지만, 시어머니가 계신 집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내는 아내대로 일과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느라 힘이 들고, 저 또한 회사와 가정 사이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지니 사사건건 부딪쳤습니다. 말 한마디를 해도 좋은 소리가 나오기 힘들었습니다. 일단 내가 죽을 것 같으니 서로 남을 배려할 여유가 없었던 거죠. 서로 고통이 쌓여가며 갈등이 지속됐고, 맞벌이를 하는 동안 누구 하나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더 이상 가족 간에 상처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에 맞벌이를 포기했습니다. 아마 이런 눈물 콧물 스토리는 다른 여러 맞벌이 부부들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는 일일 것입니다.
‘아빠 육아’를 시작하고서 어떤 것들이 바뀌었는지요?
무엇 하나가 바뀐 게 아니라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마치 하나의 인생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인생을 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먼저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지금은 저녁에 온 가족이 모여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그날 하루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사소하게 보이는 이 저녁 한 끼가 어떻게 우리를 하나의 가족으로 묶어줄 수 있는지 육아를 하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한 마디로 ‘인간 개조’라고 할 수 있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게 아니라, 오로지 저 스스로의 판단과 절제로 하루하루를 일구어 가야 했기 때문에 생활방식과 마음가짐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항상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분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5년 전에 맞벌이할 때와 비교하면 금전적인 여유는 줄어들었지만, 그건 행복과는 그다지 연관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항상 밝고 웃음이 넘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우리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 모두 이전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아빠들이 육아와 살림을 맡게 되면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까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육아와 살림의 기술적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클릭 한 번이면 인터넷에서 육아와 살림의 노하우가 홍수처럼 쏟아지기 때문에 본인의 상황에 맞추어 골라서 따라 하기만 하면 됩니다. 정작 아빠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주위의 시선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들과 외출하게 되는 일이 많은데, 그런 상황에서 모여드는 주변의 시선들은 아빠들을 심리적으로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남들은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시선일지라도 당사자인 아빠가 느끼기에는 다릅니다. 모두가 나를 보는 것 같고, ‘왜 아빠가 하는 일도 없이 대낮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까?’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지고 외출 자체를 꺼리게 되지요. 오히려 초반에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집 밖에서 사람들을 마주치는 게 두려워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육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럴 때는 마음속으로 ‘나는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라고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소중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서 용기 있게 시작한 일인데 남들의 시선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 역시 주변 사람들을 만날 때 그런 태도로 먼저 웃으면서 당당하게 말을 건네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혹시 아침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셨을 때 옆자리에 어떤 사람이 앉았는지 기억하시나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니 ‘주위 사람들은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라고 되뇌어 보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로 남들의 시선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혹시 누군가 바라본다고 해도 낯섦의 시선이지 비난의 시선을 아닐 테니까요.
육아와 살림의 ‘기술’보다는 육아와 살림을 하는 ‘아빠의 삶’에 초점을 맞추셨습니다. 다른 책들과는 차별화되는 문제의식입니다. 그쪽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아빠가 전업으로 육아를 한다는 것’에는 단순히 아내 대신 육아와 살림을 책임지는 것만이 아니라 동시에 자신의 인생 2막을 준비한다는 목적이 있습니다. 아이가 커갈수록 육아의 시간은 줄어들지만 가계에 드는 비용은 점점 더 늘어납니다. 결국 아이들이 스스로 학교를 다닐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아빠 역시 다시 사회로 나가야 합니다. 육아를 하는 동안 엄마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빠의 경력 역시 단절되기 때문에, 아빠는 새롭게 시작한다는 자세로 사회에 다시 진출할 준비를 끊임없이 해두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진정한 ‘아빠 육아’가 달성되는 것이죠. ‘나는 육아와 살림을 하고 있으니 자기 계발이나 자기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생각한다면 영영 ‘집돌이’가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러다 보면 행복한 육아 생활도 잠시뿐이고 생활고와 심리적인 위축으로 아빠 육아 자체를 그만두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빠 육아’는 단순히 ‘아이만 키우겠다.’라고 시작하는 게 아닙니다. 아이를 키움과 동시에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치열하게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 사실을 꼭 전달하고 싶었고, 저 또한 그런 준비과정에 있습니다. 책을 낸 것 또한 과정 중 하나이고, 또 다른 사회진출 준비를 계속해나갈 예정입니다. 그러다 언젠가 아내가 회사를 그만두는 순간이 오면, 그때 제가 다시 사회로 나가게 되겠죠.
가정에서의 아이 교육도 아빠의 몫이 될 텐데요. 특별한 교육 방침이나 노하우가 있을까요?
교육과 관련해서는 공부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습니다. 공부를 잘한다고 행복하고 사회적인 성공이 보장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최대한 적게 주려고 합니다. 그보다는 ‘잘 노는 것도 공부다.’라는 생각으로 아이를 최대한 즐겁게 해주는 것에 우선순위를 둡니다. 어차피 학교에 들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연히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가중될 터인데, 그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는 부모가 되자는 게 저의 교육 철학입니다. 더 많은 학원을 다니게 해주고 더 많은 정보를 물어다 주는 부모가 아니라 항상 아이의 심정을 생각해보고 공감해주려고 노력합니다.
학습적인 부분에서 유일하게 신경 쓰는 한 가지는 독서 습관입니다. 공부의 기본은 많이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싫증 내지 않고 ‘책 읽기’를 하나의 놀이로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습관화할 수 있게 많이 노력했습니다. 또 아이들은 부모의 말과 행동을 보고 자라기 때문에 제가 먼저 1년에 100여 권의 책을 읽으면서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부모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일방적인 지시나 잔소리를 하보다는 저 먼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빠의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것을 ‘아빠 육아’의 가장 큰 과업으로 이야기하셨습니다. 아빠의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그리고 지금의 아빠들은 앞으로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할까요?
미리 계획과 준비를 잘해서 퇴사와 동시에 본인의 일을 시작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렇다면 육아와 살림이 부업이 되겠지요.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일단은 육아와 살림에 집중을 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어차피 육아의 시간은 본인의 예상보다 길어질 수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 시작할 때에는 2~3년이면 다시 사회로 나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5년이 된 지금까지 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육아와 살림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자기관리와 자기계발에 힘을 쏟으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결국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전업으로 육아를 하지 않는 워킹 대디라면 일단 일과 가정에 대한 태도를 조금 바꾸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아빠의 하루 에너지를 회사에서 100% 소진하지 말고 적어도 20%는 남겨둔다는 생각으로 회사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기 때문에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라는 공간에서 보내다 보면 모든 생각과 행동이 거기에 맞춰지게 됩니다. 아빠가 가정과 육아에 (비교적) 관심이 없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 아니면 안 되는 회사 일처럼 가정에서의 아빠 역할 또한 어느 누구도 대신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가정에 머무르는 시간이 적더라도 그 시간만큼은 아빠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빠 스스로도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가족 안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을 수가 있습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