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대신 ‘러시아’를 선택한 이유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는 유럽’으로 최근 가장 핫한 여행지 블라디보스톡. 국내 최초 블라디보스톡 여행책 『트립풀 블라디보스톡』을 펴낸 서진영 작가. ‘러시아를 사랑하는 모험소녀’라고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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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풀』은 잡지와 단행본의 장점을 더해 만든 완전히 새로운 여행 가이드 무크지다. 『트립풀』 시리즈의 세 번째 도시는 바다와 유럽식 건물 속을 걸으며 맛있는 음식으로 힐링할 수 있는 러시아의 도시 블라디보스톡. 우리나라에서 2시간 비행이면 만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러시아이자 유럽인 블라디보스톡의 매력을 충분히 담았다.

 

저자 서진영은 '러시아를 사랑하는 모험소녀'로 20년 가까이 러시아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공부도, 일도 다 해봤지만, 러시아가 삶으로 들어오는 순간이 가장 행복함을 깨닫고 인생 여행을 시작했다. 한때 자신의 생업 현장이던 블라디보스톡이 누군가의 인생에선 뜻밖에 만난 행운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기꺼이 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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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두 시간’, 저렴한 항공료로 유럽을 갈 수 있다면


『트립풀 블라디보스톡』은 『이지 시베리아 횡단열차』 출간 이후 작가님의 두 번째 책이자 국내 최초 블라디보스톡 여행서입니다. 수많은 여행지 중 블라디보스톡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요.

 

가장 가까운 러시아이기 때문이죠.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러시아를 머나먼 겨울 왕국으로, 또는 선뜻 가기 어려운 나라로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가까운 러시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어요. 블라디보스톡은 한때 저의 생업 현장이기도 했거든요. 당시만해도 황량해서 사람들 발길이 뜸했지만, 2012년 APEC 정상회의 개최 이후 한층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구제불능 앞마당이 깨끗이 단장되고 꽃도 심어져, 손님 맞이하기 좋은 장소로 거듭났다고 할까요. 지난해 지인들의 블라디보스톡에 대한 문의 전화를 받기 시작한 것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대중들의 관심은 높아지는데 변변한 여행책자 하나 없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저의 호흡을 남기고 온 블라디보스톡에 대한 여행서를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내어, 많은 이들에게 그곳의 매력을 한 번 제대로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분 좋게도 요즘 블라디보스톡이 가장 뜨는 여행지 중 하나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단 두 시간 만에’, 여기에 저렴한 항공료로 유럽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매력적이죠. 노선이 매일 있고 항공사 선택권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가격까지 착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거기다 9월 말부터 국내 저가 항공사로는 최초로 제주항공이 블라디보스톡 취항을 시작하게 되면서 더 가까워지고 관심도 높아졌어요.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는 가깝긴 하지만 웬만한 여행자들에겐 식상한 장소 아닌가요? 신선한 미지의 공간에 목마른 여행자, 유럽까지 가기엔 시간이나 재정적 여력이 안 되는 여행자에겐 블라디보스톡만큼 적격의 장소도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매력적인 곳에서 바다 바라보며 신선한 해산물까지 맛볼 수 있다니, 여행지로서 힐링의 자격은 다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죠. 저렴한 항공료 때문에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감동으로 끝나는 여행이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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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풀 시리즈는 여행지의 주요 스폿과 핵심만 간결하게 담은 무크지입니다. 주요 여행지가 시내에 모여있고 그렇게 크지 않은 블라디보스톡에 잘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지 시베리아 횡단열차』 작업과는 분명 달랐을 것 같은데… 책 작업 과정 중 기억나는 점이 있는지요.


눈 감고도 갈 만큼 도시 구석구석을 수없이 걸어 다녔어요. 이지 시리즈라면 메인 스폿 위주로 큼직큼직하게 스케치했겠지만, 트립풀 시리즈는 감각적인 여행지라 작은 것까지 세밀하게 살피게 되더라고요. 소품, 사람들, 분위기 등 가슴에 와닿는 것들에는 무조건 셔터를 눌렀고, 모든 걸 낯설게 바라보니 새로운 장소들도 발굴할 수 있었어요. 보석 같은 장소를 발견했을 때의 그 쾌감은 아마 모르실 거에요! 그렇게 구석구석 다닌데다, 얼마나 많이 걸었던지 나중엔 발톱이 눌려서 벗겨지기까지 했죠. 그래도 무엇보다 제 책에 담겨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진정성이라, 거짓없이 스폿 하나하나를 정말 열심히 취재했습니다. 덕분에 그 과정에서 대화를 나누며 친해진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은 지금도 제게 너무나 소중한 친구로 남게 되었고요. 특히나 그들의 인터뷰는 트립풀 책 말미에 풀어내고 있는데요, 블라디보스톡의 매력을 집대성한 살아있는 내용이라고 자부합니다.

 


소위 신의 직장이라고 말하는 공기업을 그만두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을 당시 여행작가가 되겠다는 계획이 있었는지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방황하는 직장인에게 한마디 한다면.


저의 오랜 전공, 러시아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여행작가에 대한 생각이 처음부터 있던 건 아니고요. 단지, 러시아에 대한 애정은 오랫동안 이어온 반면, 회사생활에 치여 살아 전공과 관련된 무엇 하나 남긴 게 없어 너무 안타까웠어요. 러시아에서 공부도, 일도 하고 왔다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거라곤 개인 소장 사진과 머릿속 기억들뿐이라니. 그래서 퇴사 직전부터 글쓰기 플랫폼에 ‘모험소녀’ 필명으로 나만의 러시아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했어요.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과 러시아 도시들을 되새기며, 느낌 위주의 글을 써내려 갔어요. 그렇게 저의 ‘남기기’ 작업과 전공의 연이 자연스레 여행작가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은 직장에서 훈련의 시간을 거치지 않았다면 분명 순탄치 않았겠죠. 직장인으로 산다는 건 물론 뼈와 살을 갉아먹는 것 같지만,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밑거름으로 생각하면 한결 희망적일 거에요. 포기가 안 될 정도로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바로 질러버리기보다 현재의 자리에서 취할 수 있는 것, 배울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얻어내세요. 그렇게 내공을 쌓고 움직이면 한층 기동력이 좋아진답니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러시아의 겨울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혹독한 추위라고 알고 있습니다. 겨울에 블라디보스톡으로 여행가는 사람들에게 팁을 준다면.


블라디보스톡은 1년의 반이 겨울입니다. 여행지에서의 기분을 기후가 좌지우지한다고 봤을 때 분명 겨울은 피하고 싶겠지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겨울만큼 러시아를 잘 느끼기 좋은 계절도 없습니다.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것,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거든요. 무엇보다 블라디보스톡의 얼어있는 겨울바다는 절경 그 자체입니다. 얼어있는 바다 위에 서서 사진도 남기고, 그 옆에서 얼음 낚시, 얼음 수영하는 현지인들을 만나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죠. 물론 날씨는 바람이 불면 상상 이상으로 추워지니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모자는 필수품인데요,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모자 말고 안감이 두 겹으로 덧대진 털모자로 준비하세요. 칼 바람이 모자를 뚫고 들어와 머리가 시릴지 모르니까요. 거기다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과 두툼한 장갑도 빠질 수 없겠죠? 날이 춥고 눈까지 많이 오면 걷기조차 힘들 테니, 멀지 않은 거리라도 택시를 타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실내는 따뜻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스토리펀딩을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주세요.


많은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에 있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에 대한 콘텐츠로 스토리 연재를 9월 말부터 11월 13일까지 진행 중입니다. 실제로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몰라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러시아에 대한 두려움과 무지 때문에 여행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오해도 풀어주고, 보다 실질적인 정보를 바르게 제공해 주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연재물은 <이지 시베리아 횡단열차> 가이드북 내용 중심으로, 일정 짜기, 열차 좌석과 시설, 열차여행 준비물, 경험담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러시아를 제대로 이해하고 열차 여행길에 올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가고 있어요. 후원금은 국내에선 턱없이 부족한 러시아 전문 콘텐츠 개발에 귀하게 사용될 예정이고, 리워드로는 이지앤북스 러시아 여행서 시리즈가 제공됩니다. 떠오르는 블라디보스톡에 대한 호기심만큼이나 러시아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 뜨거워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다음 책에 대한 계획이 있나요?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러시아를 사랑하는 모험소녀’라고 소개합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 속에서 지금까지 제가 해왔듯이 전공과 관련된 활동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에요. 아마도 그 방법은 출판뿐만 아니라 미디어, 문화 콘텐츠 등 보다 다양하게 스펙트럼이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 전문 팟캐스트 ‘보드카 먹은 불곰’ 패널 활동으로 전공자들과 인연을 맺고, 러시아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싶어요. 글쓰기 플랫폼 ‘모험소녀’ 글도 틈틈이 이어가려고 하고요. 만약 책을 쓰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 여행지, 또는 대중적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러시아의 인문학적 콘텐츠를 다루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인생은 늘 계획대로만 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분명한 건 ‘러시아’라는 저의 중심을 가지고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좋은 사람들도 만나게 되고, 뜻밖의 행운 블라디보스톡처럼 놀라운 기회도 마주할 거라는 사실이죠.


 

 

Tripful 트립풀 Issue No.3 블라디보스톡서진영 저 | 이지앤북스(EASY&BOOKS)
도시의 완벽한 여행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여행이 가능하도록 읽고 보는 재미가 남다른 감각적인 여행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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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