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고전에서 ‘아이’라는 존재를 찾다
누구나 좋은 아버지가 될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좋은 아버지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 아버지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입니다. (2017.11.29.)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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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읽은 책!


 주진우 <시사IN> 기자

 

나쁜 사람들에게 무상급식을 받게 하려고 삼만 리를 다녔다. 오늘도 재판이다. 나는 당연히 불량 가장, 불량 아빠였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들을 볼 때마다,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우리를 마주할 때마다, 슬픔이 겹친다.


아들이 바르게 커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이 책을 읽었다. 나는 이 책 저 책 가리지 않는 잡식성이지만, 이 책을 읽고부터는 고전이 읽고 싶어졌다. 고전은 크게 생각하게 해주었고, 나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게 해주었다. 지금보다 나은 아빠가 되겠다는 용기를 준 책이다. 


아이의 한마디가 준 깨달음

 

저는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귀한 아이가 태어난다는 건 어느 부모에게나 축복이지만 저에겐 더욱 각별합니다. 아이가 아니었다면 가정을 잃을 뻔했기 때문입니다. 첫째 아이가 네 살 때 저희 가족은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지인과 만든 사업체는 적자가 쌓였고, 주말에도 집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집에 수입을 제대로 가져다주지 못하니 아이 엄마와 다투는 일이 잦았습니다. 저도 어떻게 갈피를 잡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죠. 어느 주말 오후 사무실에서 잠시 집에 들렀습니다. 첫째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있었습니다. “민준아, 왜?” 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네 살배기였던 아이는 힘겹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아빠랑 놀고 싶은데, 아빠는 나가버려.”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지면서 백지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고,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했습니다. 그때 저는 처음으로 ‘가족’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을 제 생활의 중심에 두고 주변을 정리했고 직업도 바꾸었지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로 귀향한 것도 그 즈음이었습니다. 큰 병에 걸린 사람이 회복되듯 우리 가족은 천천히 나아졌습니다. 집안일을 챙기고 아이와 노는 시간을 늘리고 가족이 원하는 것을 생각할수록 가족과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이 말을 한 지 올해로 6년째입니다. 저는 지금도 위기의 아빠고,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첫째 아이가 했던 말을 지인들이나 강연 현장에서 만나는 부모들에게 들려주었더니, 그들은 아이의 말만 중요한 게 아니고 아이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부모의 자세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를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아야겠다는 생각은 그때 처음으로 했습니다. 첫째 아이가 했던 말은 동양 경전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철학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부터 눈부신 덕德을 온 세상에 선사한 인물들은 먼저 자기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는 데 힘썼다.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집안을 잘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집안을 잘 살피려면 사소한 몸가짐을 돌아보아야 한다.?”(『대학』)

 

『대학』과 형제처럼 닮은 『중용』도 비슷한 논리를 보여줍니다.


“배우기를 좋아하는 ‘지知’, 힘써 실천하는 ‘인仁’, 부끄러워할 줄 아는 ‘용勇’ 세 가지를 안다면 몸을 바르게 할 수 있고, 몸을 바르게 할 줄 알면 다른 사람을 다스릴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다스릴 수 있다면 나라와 세계 경영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중용』)


저처럼 위태로운 가장이었던 아빠들은 예외 없이 ‘수신제가’의 문제를 가지고 있죠. 아빠는 집에 돈만 갖다 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치국평천하’를 하면 ‘수신제가’는 자동으로 될 줄 알았는데, 대단한 착각이었습니다. 실제로는 그 반대로 작동하죠. 『대학』을 여러 번 읽으면서도 ‘수신제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가정의 위기를 겪고 나서야 이것이 진리임을 깨달았습니다. (중략)

 

아빠의 귀환을 기다리며

 

심리학서와 인문 고전을 분석하면서 얻은 결론은 ‘아빠 육아’의 놀라운 효과입니다. 엄마는 아이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만 아빠는 아이를 자극하고 나아가게 합니다. 아빠가 육아를 하거나 아이와 놀이를 하거나 아이를 교육시켰을 때,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은 수차례의 연구를 통해서 밝혀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아빠는 아이에게 접근하기를 꺼려하거나 접근이 제한돼 있습니다. 이런 고민으로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이 책 안에 있는 인문 고전에는 많은 아버지들이 등장합니다. 아이에게 존경 받는 아버지, 아이에게 미움 받는 아버지, 아이를 버린 아버지. 그들 중 아버지로서 고민하지 않은 이는 없었습니다. 누구나 좋은 아버지가 될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좋은 아버지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 아버지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입니다. 저는 아이들과 오랜 시간을 가지며 대화하고, 집안일을 주도하고, 이 책을 쓰면서 아버지로서의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아버지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감을 찾아 좋은 아버지에 한 걸음 다가서기를 바랍니다.

 

4년 전 『논어』에서 아빠 육아의 지혜를 얻으려는 취지로 시작된 출간 작업이 표류하다, 작가로서 이제 그만 포기하고 생활인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단념하려던 순간 글라이더 출판사의 박정화 대표님과 인연이 되었습니다. 대표님은 『논어』로 한정하지 말고 제가 읽었던 인문 고전으로 넓혀서 찾아보자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동서양 고전으로 육아의 지혜를 엿보려는 시도를 할 수 있었죠. 좋은 계기를 마련해주신 대표님과 책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해준 편집장님께 여는 글을 빌어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이 책의 저본이 되어준 두 아들 민준, 민서는 공저자와 같습니다. 민준이의 한마디가 이 책을 추진하는 동력이 되었고, 재담꾼 민서와의 엉뚱하고 창의적인 행동들은 이 책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 이은주 씨, 나를 행동으로 지지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찬란한 내일과 함께 이제 제가 보답할 차례입니다.

 

2017년 찬란한 가을에
오승주


 

 


 

 

인문 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오승주 저 | 글라이더
인문 고전 속에서 아이의 마음을 읽는다! 아이들과 나누는 일상을 인문 고전이라는 거울로 성찰한 아빠의 가슴 따듯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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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