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엔터테이너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소박한 시골 생활까지 노래할 줄은 몰랐다. 화끈한 일렉기타 오프닝과 차가운 인더스트리얼의 기계음과 인간적인 베이스 리듬을 결합한 섹스 송 「Filthy」에선 최첨단 로봇 공학 댄스 발표회를, 영롱한 사운드로 시타르를 흉내 낸 정교한 R&B 「Supplies」에선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케 하는 미래 디스토피아를 보여줬지 않나. 그런데 다섯 번째 정규 앨범
‘백 투 더 컨트리’의 가장 핵심은 동명의 「Man of the woods」로, 탄력적인 베이스와 기타, 풍성한 코러스로 고향 테네시와 시골 생활의 자부심을 노래하는 이 곡만 듣자면 「Filthy」와 「Supplies」가 같은 앨범에 담겨있다는 사실이 생경할 정도다. 알리샤 키스와의 고전적인 소울 듀엣 「Morning light」과 컨트리 기타리스트 크리스 스테이플턴(Chris Stapleton)이 참여한 「Say something」 역시도 ‘뿌리 찾기’의 과정이다. 제작 과정에서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미국 남부 테네시 주 멤피스와 컨트리 고장 내쉬빌을 언급했던 저스틴은 미래를 살짝 보여주면서 과거의 문법으로 재단한 여유로운 사운드를 핵심에 뒀다.
오랜 파트너 팀바랜드(Timbaland) 대신 밴드 사운드에도 능한 넵튠스(The Neptunes)를 메인 프로듀서로 내정한 것 역시 이런 의도에서 나온 결정이다. 그 결과로 우리는 블루스와 컨트리를 곁들인, 팀버레이크의 커리어 중 가장 ‘인간적인’ 팝 트랙을 듣게 됐다. 조밀한 디스코 리듬의 「Midnight summer jam」과 펑키(Funky) 기타의 그루브로 만들어낸 「Higher higher」, 「Waves」같은 트랙들은 2000년대 밀레니엄 팝의 향수를 자극하는 넵튠스와 팀버레이크의 근사한 콜라보다. 물론 팀바랜드 역시 블루지한 노이즈 기타 리프로 꾸며낸 「Sauce」와 강단 있는 컨트리 「Say something」을 제공하며 유기적인 흐름에 힘을 보탰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김도헌(zener1218@gmail.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