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책] 전체는 부분의 합이 아니다
학문의 경계가 무너진 책 속에서 우리는 낯선 길을 걷는다. 신기하게도 우리의 세상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
글ㆍ사진 이금주(서점 직원)
20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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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업은 현대 사회에 익숙한 원리다. 자동차 산업은 부품 업체와 완성차 업체로 나뉘고, 부품업체들은 자동차 부품의 개수(약 2만여 개)만큼이나 많은 업체들로 세분화된다. 대개의 회사는 영업부서와 지원부서, 관리부서 등으로 구분된다. 인터넷 서점 역시 본사와 물류센터의 큰 분업체계를 골간으로 업무를 분장한다. 정부는 각각의 분할된 업무를 지닌 수많은 부서들의 합으로 여겨진다.

 

현대 사회는 세상을 이해하는 것도 분업으로 해결하려 한다. 학문 분과를 세분화해서 각양각색의 전문가들을 생산한다.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미디어는 전문가를 찾아 코멘트를 따낼 수 있다. 전문가가 많아서 세상이 더 명료해졌는지는 모르겠다. 세상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대개 문제의 일부분에 전문가일 뿐이다. 시험 범위는 열 단원인데 한 단원을 공부했다고 시험 점수가 좋을 리 없다. 세상의 문제들은 자주 반복된다.

 

『전체를 보는 방법』 은 자연 세계와 현대사회의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려는 ‘복잡계 과학’의 접근방식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핵심 메시지는 명료하다. 아무리 많은 부분을 이해한다고 해서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을 이루는 가장 단순한 요소를 연구해서 알게 되더라도, 단지 세상이 이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유 때문에 우리가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세상을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구성요소들이 합쳐졌을 때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이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오늘날 이 교훈을 제대로 깨달은 집단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있다. 야구팀 역시 세부적인 분업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감독 아래 투수코치, 타격코치, 수비코치, 주루코치, 배터리 코치가 있고,  여기에 트레이닝 파트, 심리 담당도 따로 있다. 당연히 각 코치나 트레이너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그런데 선수의 수급 등 구단을 총괄하는 단장이나 사장 자리에는 비야구인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야구의 세부적인 부분을 알지는 못하지만,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체를 읽는 시야를 가진 이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단장으로서 보스턴 레드삭스에 86년 만의 우승을 안기고, 사장으로서 시카고 컵스에 108년 만의 우승을 안긴 테오 엡스타인이 대표적이다.

 

『전체를 보는 방법』 에서 소개하는 ‘전체를 보는 방법’도 당연히 ‘부분을 보는 방법’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경제는 경제학에게, 혁명은 사회학에게’ 같은 구분은 없다. 꿀벌의 행동이 인간의 두뇌나 경제적 활동과 연결되고, 생명체의 신진대사가 인간이 건설한 도시의 크기와 연결되며, 모래더미의 움직임은 사회혁명과 연결된다. 저자는 “복잡계 과학의 궁극적 희망은 벌집과 금융시장, 뇌는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는 데 있다”고 얘기한다.

 

학문의 경계가 무너진 책 속에서 우리는 낯선 길을 걷는다. 신기하게도 우리의 세상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이 길을 계속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전체는 부분의 합이 아니”라는 확신이 한층 두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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