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의 돈키호테 ‘신춘수’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오디에서 만들었을 때 무척 행복했어요. 새로운 무대 디자인이나 혁신적인 기획보다는 작품이 갖고 있는 진지한 메시지와 감동을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글ㆍ사진 윤하정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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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드림 걸즈>, <스위니 토드>, <뉴시즈>. 뮤지컬을 좋아한다면 이미 챙겨봤을 작품이고, 뮤지컬이 낯설더라도 제목은 익숙한 작품일 것이다. 대중적이면서도 작품성 있는, 그래서 뮤지컬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이들 작품은 모두 오디컴퍼니의 대표작이다. 대표작이 이렇게 많은데도 오디컴퍼니는 늘 바쁘다. 지난해 11월에는 주조연 구분 없이 모든 배우가 1인 다역을 소화하는 독특한 형식의 뮤지컬 <타이타닉>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더니, 지난 2월에는 6년 만에 <닥터 지바고>를 다시 무대에 올렸고, 곧이어 <맨 오브 라만차>까지 개막했다. 이 숨 가쁜 일정의 선봉에는 뮤지컬계 돈키호테로 불리는 신춘수 대표가 있다. 지난 10여 년간 국내 뮤지컬시장에서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해온 그를 <맨 오브 라만차>가 공연 중인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직접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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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컴퍼니의 대표작을 훑어보니 국내 뮤지컬시장의 역사가 보입니다.


잘된 작품들이 많죠. 만약 제가 비즈니스적으로 뛰어났다면 어마어마한 부자가 됐을 거예요(웃음). 2001년에 ‘Open The Door(OD)’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만들 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프로듀싱 컴퍼니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2000년대 초반에는 공격적으로 작업했어요. 그릇도 안 되면서 겁 없이 <킹 앤 아이>라는 큰 작품을 해서 제대로 망했죠(웃음). 당시 10억 원이라는 빚이 생겼는데, 갚는 데 7년이 걸리더라고요. 그때 실패를 통해 배운 게 많아요. 하지만 초창기에는 아티스트로서의 마음이 커서 하고 싶은 건 다 해봤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도 많이 선보이고, 무대도 내 방식대로 새롭게 디자인하고. 당시에는 시장에 가이드가 없었으니까 제가 하면 그게 하나의 방향이 됐거든요. 여러 대표작이 나오기까지는 실패도 많았지만, 상당히 즐겁게 일했고, 그래서 행복했어요.

 

오디에서는 주로 브로드웨이 작품을 많이 선보이죠?


1990년대만 해도 뮤지컬을 따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그런데 대기업에서 엔터테인먼트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게 90년대 후반이고, 그들의 자본으로 뮤지컬 문법과 제작 방식이 이미 정립돼 있는 브로드웨이 시스템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죠. 저도 초반에는 창작뮤지컬을 많이 했어요. 다 망했죠(웃음). 그러다 <아가씨와 건달들>을 작업할 때 브로드웨이에서는 이 작품을 어떻게 제작하는지 이해하게 되면서 크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이후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을 많이 했는데, 핵심은 좋은 작품을 오디만의 방식으로 만든다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그리스>,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등이 나왔어요.

 

오디만의 방식, 이른바 ‘한국화’를 뜻하는 걸까요?


사실 ‘한국화’라는 말은 적절치 못한 표현인데, 저희 상대는 한국 관객이니까 한국 관객에게 맞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겠죠. 일단은 손익을 생각하지 않고 모든 걸 다 해봤어요. 매 시즌 무대에 올릴 때마다 수정하고 보완하고. 좋은 작품이니까 이렇게 발전시키다 보면 관객들이 그 가치를 알아주실 거라고 믿은 거죠. 그런 작품들이 지금 오디의 대표작이 됐고요. 또 그 차원에서 <드림걸즈>도 다듬어가고 있고, 재작년 <스위니 토드>는 대중적으로 꾸몄지만 다음에는 또 다른 디자인으로 갈 거예요. 연속성과 생명력을 지니도록. 반면 <닥터 지바고>는 예술 뮤지컬을 지향하고 있어요. 예술 영화처럼 모든 관객이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특정 관객들이 좋아하는 작품으로 만드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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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의 감동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배우를 캐스팅 하느냐도 중요한데, 그 부분도 탁월하시죠.


저를 두고 스타 시스템의 원조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은데, 스타가 아니라 가능성이 높은 배우와 작업했다고 할 수 있어요. 지금은 엄청난 스타가 됐지만, 조정석 씨는 학생일 때, 류정한, 홍광호 씨도 신인일 때 주인공으로 캐스팅했거든요. 당시에는 제작진의 반대가 컸는데, 모두 가능성을 보고 뽑은 거예요. 물론 조승우 씨는 2004년 <지킬 앤 하이드>와 인연을 맺을 때 이미 재능도 있고 팬덤도 있었죠. 당시 24살, 최연소 지킬이었는데 과감히 캐스팅했고, 작품과 잘 맞아서 공연도 성공했고요. 개인적으로는 당시 뮤지컬계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새로운 배우들을 찾았던 것 같아요. 성숙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있는. 신인배우들도, 저나 스태프들도 당시에는 부족한 면이 많아서 더 열심히 했기 때문에 모두의 열정이 더해져서 좋은 무대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맨 오브 라만차>에서 알돈자를 맡은 최수진 배우도 아직 무게감 있는 작품은 안 해봤지만 가진 게 더 있다고 봐요. 이번 공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재인식 시켜주고 싶어요.

 

오디만의 철학으로 오디컴퍼니에 가장 큰 기쁨을 준 작품은 어떤 건가요(웃음)?


<지킬 앤 하이드>겠죠. 한국에서 흥행 신기록(1000회 이상 공연되며 누적 관객 133만 명 기록)을 세웠고, 한국 뮤지컬의 역사를 얘기할 때 한 페이지를 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작품 이후 국내 뮤지컬시장이 많이 달라졌고요. 반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컬은 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진중한 소재의 고전작품이에요. 그래서 지금 공연 중인 <맨 오브 라만차>를 오디에서 만들었을 때 무척 행복했어요. <지킬 앤 하이드>는 시즌 때마다 디자인을 조금씩 바꾸고 있지만, <맨 오브 라만차>는 새로운 무대 디자인이나 혁신적인 기획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세월과 함께 익어가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진지한 메시지와 감동이 가장 크거든요. 배우들이 연습 과정에서 그 디테일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이번 시즌에도 디자인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것보다 더 잘 만들 수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요.

 

이번 시즌에는 세르반테스 & 돈키호테 역에 오만석, 홍광호, 알돈자 역에 윤공주, 최수진 씨가 캐스팅됐는데, 디테일을 잘 찾았나요?


“관객들도 공연 볼 때마다 다른 것처럼 저도 연습실을 찾을 때마다 느낌이 다른데, 개막 직전 오만석-최수진 페어로 연습하는 걸 보는데 뭉클하더라고요. ‘내가 느끼는 대로 무대에 구현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나 <맨 오브 라만차>는 정서적으로 가는 작품이라 전달성이 크게 작용하는데, 특히 <맨 오브 라만차>는 작품이 갖고 있는 힘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배우들 모두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맨 오브 라만차>의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은 뮤지컬 팬이라면 모두가 좋아하는 넘버일 텐데, 이렇게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신춘수 대표님에게 ‘이룰 수 없는 꿈’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맞아요, 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을 시작할 때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했고요. 지금은 훨씬 많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힘들 걸 알기 때문에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만,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따라 결국은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실패했더라도 과정 속의 실패지 원하는 것에 다다를 수 있고요. 가장 중요한 건 <맨 오브 라만차>에도 나오지만 꿈을 이뤄가는 데는 자기의 목표도 있겠지만 사람에 대한 생각과 배려가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성공했더라도 행복하지 않은 건 정신적인 부분이 채워지지 않아서잖아요. 꿈이라는 건 사회적 성공이 아니라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며 얻는 게 진정한 것이 아닐까. 요즘 저의 꿈은 라틴어 공부를 하는 건데, 자꾸 스스로 타협하며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게 슬프네요. 원전으로 읽고 싶은 책들이 있고, 그렇게 나를 채우는 것들이 결국 작품으로 표현될 텐데. 라틴어 공부, 이룰 수 없는 꿈은 아니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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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수 배우 #맨 오브 라만차 #오디컴퍼니 #한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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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샤시

2018.04.17

오디컴퍼니 공연 좋아해요
대표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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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